"페미니스트는 명예훼손 당해도 된단 말?"… '집게손 피해자' 고소 각하에 각계 반발

오세운 2024. 8. 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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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게임 영상에서 이른바 '집게손'을 그린 당사자로 허위 지목된 애니메이터가 온라인상 모욕글 작성자들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려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24일 애니메이터 A씨가 자신에 대한 온라인 게시글(41건)을 작성한 누리꾼들(성명불상)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모욕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불송치(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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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여성계 "이례적" 비판, 경찰청에 민원도
"성차별적, 편파적인 수사 결과" 항의 이어져
넥슨의 게임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엔젤릭버스터'가 등장한 홍보영상 속 집게손가락 모양을 두고 일부 이용자들은 '남성 혐오' 의혹을 제기하면서 반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넥슨의 게임 영상에서 이른바 '집게손'을 그린 당사자로 허위 지목된 애니메이터가 온라인상 모욕글 작성자들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려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청에는 관련 민원도 빗발쳤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24일 애니메이터 A씨가 자신에 대한 온라인 게시글(41건)을 작성한 누리꾼들(성명불상)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모욕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불송치(각하)했다.


온·오프라인 '부실수사 의혹' 비판 확산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 "수사도 제대로 안 하고 모두 각하한 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각하는 '혐의 없음' '죄가 안 됨' '공소권 없음'의 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하거나, 고소인 또는 고발인으로부터 고소·고발 사실에 대한 진술을 청취할 수 없는 경우 등에 하는 결정이다. 경찰은 수사 결과 통지서를 통해 "피의자들의 글은 고소인 등 특정 인물에 대한 비판보다는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적시했다. 이어 "고소인은 이전에 페미니스트를 동조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게시한 사실이 있어 피의자들이, 고소인을 대상으로 비판하는 것은 그 논리적 귀결이 인정된다"며 "범죄 구성요건 해당성 없음이 명백하거나 수사의 실익 없음이 명백하다"고 각하 사유를 들었다.

그러나 A씨 법률대리인 범유경 변호사는 "페미니스트든 아니든 도를 넘는 모욕이나 실제로 하지 않은 일에 대한 비난을 감당할 이는 전혀 없다"면서 "피의자들이 허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하더라도 누군가를 비방했으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적용 가능한데, 경찰이 검토를 전혀 하지 않은 셈"이라고 반발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교육이사 장윤미 변호사도 "피의자들의 명예훼손 혐의를 정당행위로 판단한 것 같은데, 그렇더라도 수사 진행 후 '무혐의' 불송치를 해야지 '각하' 불송치한 것은 법리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수사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단체들도 "여성 혐오 범죄를 정당화하는 논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최소 300여 건의 신상 공개, 살해 협박, 성적인 모욕 등을 당한 국민이 국가에 정당한 처벌과 보호를 요청했지만 철저히 외면당한 셈"이라며 "공권력이 보호할 국민을 자의적으로 선별하고, 이 선별 기준이 '페미니즘'이라는 인권의 가치에 동조했다는 이유에서라는 것이 말이 되나"라고 꼬집었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A씨와 유사한 사례 피해자들이 고소를 했을 때, 모욕·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성립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 결정은 경찰이 태만했던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시민들 항의도 이어졌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한눈에 보는 민원 빅데이터'에 따르면,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알려진 전날부터 이날 오후 3시 30분까지 경찰청에 접수된 민원은 3,825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민원 규모와 비교하면 전날은 1.8배 이상, 이날은 1.2배 이상 많았다. 이날 X(옛 트위터)에는 사건 담당 '서초경찰서'가 인기 검색어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성차별적이고 편파적인 수사 결과"라며 "경찰이 객관성, 공정성 담보 의무를 저버렸다"고 날을 세웠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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