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빅테크, 삼성 HBM 사재기

美 수출 규제 강화 움직임에
화웨이·텐센트 등 비축 나서

화웨이, 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가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비해 삼성전자가 만든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을 대거 비축하고 있다고 6일 로이터가 보도했다.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 3명을 인용해 화웨이, 텐센트 등 빅테크는 물론이고 중국의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까지 삼성전자의 HBM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HBM이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를 말한다.

로이터는 중국 업체들의 이 같은 구매 러시가 올해 초 시작됐으며 올 상반기 삼성 HBM 반도체 매출의 약 30%가 중국향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중국의 칩 설계 스타트업 '호킹' 등 구체적인 업체명까지 거론하며 중국 업체들이 최근 삼성에서 HBM 칩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발 수요는 최첨단 버전인 HBM3E보다 두 단계 뒤진 HBM2E 구매에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매체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달 새로운 형태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내놓을 것이라고 잇달아 보도했다. 중국은 "봉쇄와 억제로는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구체적인 규제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엔비디아와 AMD에서 제공하는 AI 가속기를 실행하기 위한 최첨단 사양인 HBM3와 HBM3E를 비롯해 HBM2 이상의 최첨단 AI 메모리와 이를 만들 수 있는 반도체 장비가 대중국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미국의 안보와 기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진화하는 위협 환경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수출 통제 조치를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무부의 새로운 수출 규제안은 이르면 이달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는 또 새 규제가 현실화하면 SK하이닉스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