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한동훈 견제 ‘일단 멈춤’? 연내 세 번의 ‘끓는점’ 남았다
첫 고비는 ‘제3자 특검법’…韓 입장 고수, 친윤 공개 반대
당무감사 칼바람‧10월 재보궐도 쟁점…지지층 역풍 가능성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정전 아니고 휴전 상태다. 친윤(親윤석열)은 때를 살필 것이다. 그리 길진 않을 것 같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동훈 지도부 출범한 현재 당내 친윤들의 상태에 대해 이같이 귀띔했다. 전당대회부터 최근 정점식 정책위의장 교체 과정을 거치며 한동훈 대표에게 쌓인 불만들이 많지만, 바로 표출하지 않고 일종의 '숨 고르기' 중이란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휴전은 잠시일 뿐, 당장 해를 넘기기 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당대회 전후 한 대표를 공개 직격해 온 핵심 친윤 인사들이 최근 부쩍 발언을 줄이는 모양새다. '진흙탕 전대'에 실망한 당심과 62.84%라는 한 대표의 높은 득표율, 갓 출범한 지도부를 흔드는 모습이 역풍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언론 등을 통해 한 대표를 직격하고 있는 친윤 인사는 대통령실 출신 강승규 의원, 그리고 장예찬 전 최고위원 등 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친윤의 심리는 5일 김상훈 신임 정책위의장 임명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김 의장을 박수로 만장일치 추인했다. 당초 친윤 일각에선 추인안을 표결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점식 전 의장 교체에 대한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일단은 한 대표 친정체제 구축에 힘을 더하며 충돌은 피했지만 친윤 내에선 '허니문은 여기까지'라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친윤, 韓 특검 대응 예의주시…'연판장 재현' 가능성도
당내서도 지금의 휴전 상태가 길지 않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친윤의 물밑 불만이 밖으로 표출될 첫 번째 순간으로는 한 대표의 '채상병 제3자 특검법' 추진 시점이 꼽힌다. 한 대표는 여전히 자신이 띄운 제3자 안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제 지도부 구성을 마친 만큼 본격적으로 법안 발의 시점을 검토할 전망이다. 야당이 연일 한 대표를 재촉하며 협상 여지를 열어두고 있는 만큼 이달 중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선 핵심 친윤 인사들은 물론, 추경호 원내대표‧김민전‧김재원 최고위원까지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 야당에 휩쓸려 윤석열 정부를 더욱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이유다. 친윤들은 한 대표가 특검법 추진에 나설 경우, '보수 궤멸'을 우려하는 전통 보수 당심을 자극, 한 대표를 흔들 가능성이 크다. 친한동훈계 일각에선 '연판장 사태 재현'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용산 대통령실의 개입이 드러난다면 당정갈등은 더욱 걷잡을 수 없어질 전망이다.
'당무감사' 칼바람에 친윤 물갈이 될까
머잖아 당내 불어 닥칠 한동훈발(發) '칼바람'이 친윤의 반발을 키울 수도 있다. 그 칼은 '당무감사'가 될 예정이다. 당무감사는 지역 조직 운영과 당원 관리 실태 등을 점검하는 것으로, 각 지역 당협위원장이 대거 교체되기도 한다.
차기 대선에 대비해 풀뿌리 조직력을 확보해야 하는 한 대표로서도 당무감사를 통한 지역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표는 조직부총장 등 이 당무감사를 담당할 주요 자리에 '친한' 인사들을 임명해놓은 상태다. 만일 고강도 당무감사를 통해 현재 전국 조직을 이끌고 있는 주류 친윤들이 대거 물갈이될 경우 당내 갈등은 또 한 번 폭발할 수 있다.
한동훈 체제가 꾸려진 후 처음 실시되는 선거, 10월16일 재보궐선거 결과도 유력한 뇌관으로 꼽힌다. 친윤은 이 선거를 여당 수장으로서 한 대표의 첫 시험대로 보고 있다. 현재 기준 재보선이 예정된 지역은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곡성·영광군수 등이다. 그 외 상고심이 진행 중인 충남 천안시장 자리도 선거가 실시될 가능성이 큰 상태다.
일각에선 앞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같이 용산의 공천 개입 논란과 그로 인한 여론 악화, 선거 참패가 재현될 경우 당장 한동훈 지도부부터 흔들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친윤은 공천 과정과 최종 승패에 따라 한 대표의 리더십과 정치 능력에 대한 중간 평가를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10월 선거의 경우 규모가 작기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한 대표에 치명타를 입히진 않을 거란 관측도 있다. 따라서 더 큰 규모로 실시될 예정된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가 2026년 지방선거, 나아가 차기 대선 전 한 대표의 본 시험대가 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韓, 정치 잘해 권력 생기면 대통령 말 안 들릴 것"
결국 언제 다시 끓어오를지 모를 당내 견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한 대표가 스스로 진영 내 입지를 키우는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줄곧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정당 지지율을 올려 '승리' 가능성을 쌓는다면 자연스럽게 당내 세력이 붙고 견제도 잠잠해질 거란 얘기다.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건 더 크고 강한 바람이다.
한 친한계 관계자는 6일 통화에서 "친윤이라 불리는 분들의 견제와 불만 분위기를 한 대표도 충분히 인식하고 신경 쓰고 있다"며 "결국 한 대표가 자신의 리더십과 정치력으로 돌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이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결국 정치를 잘하면 당내 권력이 생긴다. 한 대표가 지지율을 올리고 선거 이길 만한 분위기 만들면 대통령이 말하는 거 안 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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