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토막 리뷰] RTS의 전성기를 추억하는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게임들
우리나라에서 '스타크래프트'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게임이다. 그동안 게임이라고 하면 대부분 어린이들이 공부를 안하고 몰래 즐기는 단순한 오락거리 정도로 인식돼 있던 국내에서 RTS(실시간 전략 게임) 장르로서 서로의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일종의 스포츠로서 자리잡는데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RTS 장르의 게임은 거의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MOBA(다중사용자 온라인 전투 아레나) 장르인 '리그오브레전드'나 FPS(1인칭 슈팅게임)인 '오버워치', 배틀로얄 장르인 '배틀그라운드' 등 타 장르의 게임들이 흥하면서 인기가 식은 탓도 있지만, RTS 장르의 인기 자체가 많이 식은 탓도 있다.
하지만 최근 '스타크래프트2'의 제작진이 모여 제작하는 '스톰게이트'가 출시되면서 RTS 장르가 다시 인기를 끌 수 있을지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40대 이상이라면 초창기 PC방에서의 추억을 되살리는 이들이 많다.
그런 가운데 과거 RTS 명작들을 다시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하다.
RTS 게임 중 과거 명작으로 꼽히는 게임 중 지금 다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살피면 '스타크래프트'가 있겠지만, 그 외에도 괜찮은 RTS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와 '커맨드 앤드 퀀커'(C&C) 시리즈가 있다. 초기 RTS 게임인 '듄 2'나 '워크레프트'는 너무 오래된 게임이라 현 세대 PC로 즐기기는 적합하지 않다.
특히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는 지금도 계속해서 업데이트가 나오고 있는 '현역' 게임으로 분류된다. 1~4편이 있는데, 이 중 국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게임은 2편으로 Definitive Edition(결정판)으로 환골탈태한 게임을 즐겨보면 최근 출시중인 게임에 비해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2편 결정판은 기본판만 구입해도 한국인을 포함해 18개에 달하는 민족, 각 민족마다 대부분 붙어 있는 각자의 캠페인 시나리오, 4K 해상도까지 지원하는 그래픽 등은 물론, 컨커러 확장팩에 3개의 DLC(다운로드 콘텐츠), 추가 캠페인 등이 들어있어 캠페인만 즐겨도 수백시간을 보낼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국산 게임 중에서 RTS를 지금 즐겨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게임이 바로 '킹덤 언더 파이어'다.
킹덤언더파이어는 2000년 11월 첫 출시 당시에는 기존 RTS게임들과 너무도 비슷한 점이 많고, 특히 영웅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워크래프트'를 떠올리게 하는 점도 적지 않아 출시 초기에는 혹평을 받았지만, 나름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RPG(역할 수행 게임) 모드 추가 등 장점도 적지 않았다.
한때는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프로게임리그가 형성될 정도였다. 비슷한 국산 RTS로 임진록, 쥬라기원시전, 삼국지천명, 아트록스 등도 있지만, 아쉽게도 지금 즐기기는 쉽지 않다.
물론 단점도 많다. 중간 세이브가 안되는 구간이 많아 캠페인 진행에 난점이 적지 않다는 점, 종족간 황당한 수준의 밸런스 등은 물론, 유닛의 AI(인공지능)는 처참한 수준이라는 약점은 끝까지 개선되지 않은 문제로 꼽힌다.
추후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 속에 유저들의 기억속에 사라져 버리는 듯 했지만, 이 게임은 2022년 12월, 게임의 권리를 갖고 있는 블룸 테크놀로지가 블록체인 기술 데모를 목적으로 무료로 공개하면서 다시 즐길 수 있게 됐다.
참고로 이 게임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부분은 멀티 게임 부분으로 중앙집중형 서버가 아니라 블록체인형 분산형 서버에서 멀티 게임이 진행된다. 블룸 테크놀로지는 게임사가 아니기 때문에 수익 창출 보다는 기술에 대한 홍보를 목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또, 초창기 게임 개발 인력들이 블룸 테크놀로지에 있어 추후 패치도 쭉 이어지고 있다.
재공개된 버전은 '골드 패치'가 적용된 버전으로 종족 간 밸런스도 많이 개선됐으며, 다양한 문제들이 많이 해결됐다. 또 10번이 넘는 추가 패치가 제공되면서 버그가 많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특히 지난해 2월 나이트 템플러와 리치의 상향 버프 등 큰 폭의 밸런스 패치가 이뤄졌고, 같은 해 3월에는 건물 복수 선택, 자원 랠리 포인트 지정, 영웅 선택 키 추가 등 인터페이스 개선이 있었다.
올해 7월 진행된 17번째 패치에서는 성직자가 건물 위에 건물을 지을 때 건물에 갇히는 문제 해결 및 동물을 공격해서 죽이면 경험치가 하락하는 내용의 패치 등이 이뤄졌다.
게임을 실제로 깔고 진행해 보면 일단 현 세대에서 진행하기엔 솔직히 너무 낮은 해상도가 플레이어를 맞이한다. 게다가 4:3 해상도여서 당황스럽다. 사실 이 부분은 과거 CRT 모니터에서 실행하다가 선명도가 높아진 LCD 모니터에서 실행하다 보니 더욱 지저분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스팀에서는 설명이 영어로 돼 있어 한글을 지원하는지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다. 첫 시네마틱 영상에서는 영어 대사만 나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행히 Alt키와 Enter 키를 같이 누르면 전체 화면으로 전환되고, 2023년 9월 패치 이후 16:9 해상도도 지원된다. 해상도가 높아지지는 않지만, 이 부분은 20년 전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초반 시네마틱을 제외하면 한글 뿐 아니라 한국어 더빙까지 거의 완벽하게 지원한다. 멀티는 처음에는 아무도 뜨지 않지만, 약 10분의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용자가 보이기 시작한다.
캠페인에 진입하면 하늘의 신 아모스와 땅의 신 토비드와 관련된 신화, '저크 나이트'라고 불리는 7명의 영웅들과 관련된 역사를 소개하고, 인간을 주축으로 엘프, 드워프가 연합한 인간 연합과 오크, 다크 엘프 등이 속한 암흑 동맹의 대립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다.
캠페인 모드에 들어가면 인간연합과 암흑동맹을 골라 캠페인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 각 진영 별로 12개의 캠페인이 진행되며, 중간마다 RPG 모드라고 해서 전쟁이 아니라 주인공 영웅을 중심으로 한 솔로 모드가 진행된다.
각 진영별 시나리오 뒤에는 공통의 시나리오가 하나씩 제공되고, 여기에 보너스로 2개의 미션이 제공된다. 스팀판을 기준으로 하면 자원 매장량이 늘어나 구 버전보다 쉬운 편이다. RPG 미션에서 유닛의 레벨도 꽤 올릴 수 있어 더욱 쉽다.
스타크래프트에 익숙한 유저라면 당황스러울 수 있는 것이 영웅을 중심으로 하는 운영과 다소 다른 단축키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여기에 매우 떨어지는 유닛의 AI는 게이머의 혈압을 올릴 수도 있다.
그래도 난이도가 너무 높다 싶으면 당시 블리자드 게임들에 많이 적용돼 있던 치트키를 사용하면 캠페인은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결론적으로 20년 전 게임의 향수를 다시 한 번, 그것도 무료로 느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게임은 분명히 추천할만하다. DirectX11를 사용하며, 다소 낮은 해상도 덕분에 낮은 사양에서도 게임을 진행하는 것도 문제가 없어 사무용 노트북에서도 무난하게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 아닌 장점이다.
단점이 있다면 낮은 해상도와 이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크게 나타나는 유닛, 그리고 초반부터 계속 문제가 지적됐던 유닛 AI 정도다. 초반의 그래픽으로 인한 거부감에 따라오는 진입장벽만 넘으면 꽤 즐겁게 진행할 수 있다.
이 게임을 즐긴 뒤 앞서 언급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를 즐겨 보는 것도 좋다. 앞서 이야기 했듯 2가 특히 추천되며, 4도 웅장한 시네마틱 등 즐길만한 요소가 많다. 할인도 자주하는 편이다.
유저 한글 패치를 구할 수 있다면 C&C도 리메이크 버전이 있으므로 추천한다. 게다가 C&C 리마스터 컬렉션은 8일까지 70% 할인한 가격인 66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참고로 C&C 리마스터 컬렉션도 킹덤언더파이어와 비교하면 미안할 정도로 리메이크가 잘 돼 있으며, 레드얼럿을 포함한 모든 확장팩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배경음악은 '헬 마치'다.
[이동근 마니아타임즈 기자/edgeblu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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