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빌딩 안부럽네"…초고가 아파트에 자산가 몰린다

서울 50억 이상 아파트 거래
올 169건, 작년 한해 기록 넘어
용산 나인원한남 220억원 등
한강변 신고가 매매도 속출
빌딩보다 관리하기 쉽고
시세차익·월세 수익률 높아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성동구 성수동, 강남구 압구정동 등에서 5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신고가 계약이 잇따라 체결되고 있다. 서울에서 50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경우 7월까지 누적 거래 건수가 이미 작년 연간 거래 건수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에서도 지역별, 주택 유형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다주택 규제로 인해 자산가들의 핵심 지역 고가 주택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서울에서 50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 거래 건수는 169건으로 이미 작년 연간 거래 규모(152건)를 넘어섰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가 전반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다주택 규제에 따른 똘똘한 한 채 선호,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한 부동산 투자 선호도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과거엔 자산가들이 오피스텔, 지방 아파트 등 다양한 유형으로 투자했지만 최근엔 트렌드가 바뀌었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규제가 강하게 남아 있는 상황에서 핵심지의 하이엔드(초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가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고가 아파트 거래를 살펴보면 거래 건수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거래가격도 신고가로 체결되고 있다. 지난달 거래가 신고된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73㎡는 220억원에 거래돼 역대 공동주택 매매가 최고액을 경신했다.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98㎡는 지난달 145억원에,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 6·7차 전용 245㎡는 115억원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이처럼 신고가로 거래되는 50억원 이상 주택은 신축급이거나 신축으로 탈바꿈을 앞둔 단지라는 특징이 있다. 이 수석전문위원은 "신축급 중에서도 한강 전망 등 확실한 메리트를 갖는 주택은 희소성 등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자산가들이 고가에라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단지형 아파트에 대한 거래가 활발한 것도 특징이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위원은 "과거에는 고가 주택 시장이 단독주택 또는 고가 빌라 위주로 형성됐다"면서 "최근엔 자산가들도 (환금성 측면에서 유리한) 단지형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며 이들 아파트 가격이 높아지고 거래도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내수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초고가 아파트 주택 거래는 활발한 가운데 이 둘의 연관 관계는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코인시장, 해외주식시장 등 최근엔 자산가들이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재테크 방법이 있다"며 "내수경기는 부진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 유입되면서 오히려 고가 주택시장 거래가 활성화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고가 주택은 꼬마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 대체재로 투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례로 가수 장윤정, 아나운서 도경완 부부는 2021년 약 50억원에 분양 전환한 나인원한남(244㎡)을 3년 뒤 120억원에 매각해 약 70억원의 시세 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박 위원은 "과거에는 자산가들이 꼬마빌딩을 적극 매입했지만 최근 수익성이 많이 하락하며 부를 저장하는 수단으로 고가 주택을 활용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침체로 상가 공실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유지 관리 측면에서 자산가들이 상업용 부동산 외에도 주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고가 주택 가격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수요가 더 붙는 현상이 '명품시장'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한강 뷰 하이엔드 주택은 희소 가치가 있는 '명품'과 유사하다"며 "가격이 올라도 과시욕 등으로 오히려 상류층에서 소비가 더 활발해지는 '베블런 효과'가 주택시장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