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불날라” 지하주차 금지 요구 봇물…주민 간 갈등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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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전기차 지하 주차 문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 1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벌어진 전기차 화재로 대규모 재산피해가 발생한 뒤, 전국 아파트 곳곳에서 전기차 지하 주차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민 요구가 들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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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불안은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전기차 지하주차장 출입을 일방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전기차 지하 주차 문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이후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 목소리는 비등하지만, 현실적으로 전기차 주차를 금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를 보유한 입주민의 재산권 침해 소지는 물론, 지상 충전시설과 주차공간 마련까지 난제가 적잖다. 그는 “당장 금지는 아니더라도 안건으로 다뤄달라는 요구가 있어 논의는 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1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벌어진 전기차 화재로 대규모 재산피해가 발생한 뒤, 전국 아파트 곳곳에서 전기차 지하 주차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민 요구가 들끓고 있다. 6일 한겨레와 통화한 입대의 관계자들은 조만간 회의를 열어 전기차 지하 주차 금지 안건을 정식 논의에 부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경기 남양주의 한 아파트는 지난 1일부터 화재 위험성 등을 이유로 지하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 이용을 차단했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도 지난해 4월 전기차 충전 중 불이 난 뒤부터 현재까지 전기차 충전기에 전기 공급을 차단하고 있다.
다만 국내 전기차 누적 대수가 60만대를 넘어선 상황에서 일방적인 지하주차장 출입금지 조처가 주민 사이 극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만만찮다. 한 수도권 아파트 입대의 관계자는 “전기차 지하주차를 금지하면 엄청 항의가 들어올 거다. 갈등을 줄이려면 기존 방재 시설을 보수하는 방향이 현실적이지 않느냐”고 했다. 지하주차장은 아파트의 공용부분에 해당해 특정 차종에 대해서만 접근을 막을 경우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 이미 전기차 지하주차 금지 조처를 시행 중이거나 논의에 돌입한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이 민사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벼르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이날 가입자 100만명이 넘는 전기자동차 카페에는 차주들이 공동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어진 상당수 아파트 단지에 지상 주차장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전기차 지하주차를 금지해도, 대신 마련할 주차 공간 자체가 없는 것이다. 몇몇 아파트 단지들은 지상에 전기차 주차구역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복잡한 행정 허가가 필요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더구나 친환경자동차법상 기존 아파트들은 올해 안에 전체 주차면의 2%를 전기차충전구역으로 확보해야 한다. 경기도 평택의 한 아파트 관계자는 “지상에 주차장을 만들려면 행위 허가니 용도변경이니 여러 문제가 있어서 쉽지 않다”며 “요즘 아파트 관리사무소들이 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방재 전문가들은 전기차 출입을 막는 것보단 스프링클러 같이 이미 갖춰져 있는 방재 설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짚었다. 청라 전기차 화재 또한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이영주 경일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청라 전기차 화재도 스프링클러나 소방시설이 제때 작동을 안 했기 때문에 피해가 커졌다고 보는 게 맞다”며 “기존에 설치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화재 피해를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취재도움: 조승우 교육연수생)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조승우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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