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도 백신으로 90% 예방 가능해요"

'치매 명의' 나덕렬 원장
환자 10명중 7명 알츠하이머
아두카누맙 백신 효과 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의사로
30년간 2만명 치료 경험

"치매를 90% 예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당장의 금전적인 부담과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백신 접종 기회를 놓친다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존엄성마저 다 잃게 될 것입니다."

'치매 명의'라 불리는 나덕렬 해피마인드의원 원장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백신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나 원장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에서 약 30년간 근무하며 2만명에 달하는 치매 환자를 만났다. 2022년 개원가로 나온 이후에는 백신을 활용한 치료법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현재 60세 이상이면서 앞으로 30년간 왕성하게 활동하고 싶은 사람은 치매 관련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며 "뇌세포는 절대 재생이 안 되기 때문에 인지기능이 정상이고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을 때 백신을 맞아야 비참한 최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를 일으키는 50여 가지 원인질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알츠하이머(70%)다. 알츠하이머란 단백질의 일종인 아밀로이드가 뇌 속에 쌓여 신경세포를 서서히 죽이는 것을 말한다. 나 원장은 "일반 노인 가운데 30%가 아밀로이드 양성"이라며 "아밀로이드가 쌓이고 10~15년이 지나면 경도인지장애를 포함한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에서 아밀로이드가 발견돼도 이를 제거할 수 없었다. 하지만 2021년 6월 아두카누맙 백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을 받으면서 치료 길이 열렸다. 나 원장은 이듬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백신을 도입한 뒤 현재 환자 168명에게 투여하고 있다. 그는 "올 5월 말 기준 환자 35명이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실시했는데 이 중 15명이 완전 음성으로 전환됐고 7명은 음성 직전 단계에 이르렀다"며 "디지털 인지기능 검사(SCST)에 따르면 환자 가운데 69%는 기억력·판단력 등이 유지되거나 개선된 양상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금전적 부담으로 백신 치료를 주저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아밀로이드 PET 검사와 백신 접종에 드는 비용은 총 3000만원이다. 백신은 한 달에 한두 번씩 1~2년간 맞는 구조다. 나 원장은 "치매에 걸리면 매달 간병비로 최소 200만~300만원씩 1년에 3000만원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 백신 비용은 결코 비싸지 않다"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환자 본인과 가족 모두 수억 원대 돈을 써가면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 상황이 빚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 발병 후 첫 3년은 기억장애만 보이다가 말기에 이르러서는 대소변을 못 가리는 건 물론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삼킴 장애까지 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신 접종과 관련된 부작용으로는 뇌부종이 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나 원장은 실제 환자에게 투여해본 결과 부작용 발생률이 10%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뇌부종의 대부분은 무증상이고 크기가 작을 뿐 아니라 한 달 정도 투약을 쉬면 원상 복구된다"며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백신 투여 일정을 조정하면 큰 부종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를 완전 정복하려면 백신 치료로 아밀로이드를 제거했다고 해도 인지능력 개선 학습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나 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인지 훈련 프로그램으로 전두엽을 강화시켜 기억력과 집중력을 회복하는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며 "스마트폰을 활용해 전자 학습지를 매일 푸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