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한화 차세대발사체 갈등 … 결국 법정 가나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4. 8. 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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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연 "단독 소유"
개발사업 100% 국비로 진행
한화는 물품구매 용역일뿐
다른 기업과 기술 공유해야
한화에어로 "공동 소유"
발사체 개발에 4000억원 투입
지재권 합의없이 우선 계약 진행
로펌 통해 법적 구제절차 진행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잇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두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차세대 발사체 개발로 얻는 지식재산권을 두고 항우연과 본격적인 법률 다툼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국내 최대 법무법인인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로 얻는 지재권에 대해 공동 소유를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법무법인 율촌에 이어 추가 변호인을 선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민사소송까지 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차세대 발사체는 지구 저궤도 위성 투입을 주로 수행하는 누리호에 비해 탑재 용량과 궤도 투입 성능 등을 대폭 향상시킨 것이다. 개발에 2032년까지 국비 약 2조132억원이 투입된다.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동 수행하는 이 대형 사업은 국내 뉴스페이스 정책의 근간으로 평가된다. 개발 전 과정에 기업을 참여시켜 사업 종료 이후 기업이 독자적인 발사체 개발 역량을 자연스럽게 확보하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이른바 한국판 스페이스X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번 다툼의 쟁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외에 타 기업에 기술 이전이 가능한지 여부다. 항우연은 지재권의 항우연 단독소유를 주장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공동 소유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반대하면 사실상 타기업으로의 기술이전이 불가해 독점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타 기업이 기술이전을 원하면 항우연과 협의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독점기업은 황소개구리와 다름없다"며 "발사체 기술이 독점화되면 국내 우주개발 생태계가 초토화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전 과정에 참여하는 만큼 지재권을 공동 소유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면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지재권을 두고 서로 간 입장차가 큰 것은 차세대 발사체 개발 기여도에 대한 관점이 달라서다. 이 원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연구개발(R&D) 용역이 아닌 물품 제작 계약을 맺었다"며 "이 업체는 항우연이 준 설계에 따라 대리로 물품을 사서 조립하는 역할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 국비로 진행되는 사업으로 한화가 투입하는 돈은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회사 자체적으로 우주개발 관련 인력 구성과 장비 구입 등에 이미 약 4000억원을 투입했다"며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이상 사업을 같이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재권 소유도 따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항우연이 문제로 삼는 것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계약서 합의 직후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재권 관련 내용이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활한 사업진행을 위해 우선 계약을 체결하고 추후 법적구제절차를 통해 지재권 문제를 해결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우주산업 육성에 지장이 없도록 이번 갈등을 빨리 봉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갈등이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면 차세대 발사체 사업은 '올스톱' 상태에 놓이게 된다.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 등에서 조정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양측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조율될 가능성은 낮다. 한화에어로는 "현재 항우연과의 이견에 조정위 결정을 기다리는 단계"라면서도 "지재권 공동 소유는 사업제안서에 명시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항우연 역시 "함께 회식을 한 다음 날 지재권 관련 이의제기서를 보내는 이들과 어떻게 일하나"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통적으로 우주항공청 역할에 문제를 제기했다.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지재권 이슈는 이미 뻔히 예상됐던 문제인데, 우주개발 컨트롤타워를 하겠다던 우주항공청에서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중간에서 혼란만 야기하고 있어 없는 것만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는 "지재권 이슈는 그냥 놔두면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알아서 결정하기 힘든 사안"이라며 "하루빨리 우주항공청이 자리를 잡아 좋은 방향으로 이끌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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