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시청률, 개막식 1%에서 양궁 결승 18%...방송사 놀랐다
27일 새벽 파리 올림픽 개막식 지상파3사 합계 3% 충격
구기 종목 빠지고 시차 문제까지 회의론 대세였지만 반전
선수들, 금메달 목표 크게 앞서며 선전...웨이브도 웃었다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2024 파리올림픽 초반 저조한 시청률로 '올림픽 회의론'이 불거진 방송가에서 한국 선수들의 선전으로 시청률이 오르자 올림픽이라는 스포츠 콘텐츠의 저력이 남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OTT나 유튜브로 올림픽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지면서 지상파 부진은 불가피한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파리올림픽 시청률에 대한 회의론은 개막식부터 거셌다. 지난달 27일 오전 2~6시에 방송된 파리 올림픽 개막식 생중계 시청률은 지상파 3사를 합쳐 3%에 불과했다. 7월28일 시청률 조사기업 닐슨코리아(전국 가구 평균)에 따르면 파리 올림픽 개막식 생중계의 TV 시청률은 KBS1 1.4%, MBC 1.0%, SBS 0.6%로 집계됐다.
2021년 개최된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 생중계 시청률은 지상파 3사 합계 17.2%였다. 한국과 시차가 없던 도쿄와 달리 파리와의 시차가 7시간이고, 개막식이 한국 시간으로 새벽 2시에 진행돼 낮은 시청률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오전 4시에 방송된 개막식 시청률은 14.0%였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식은 오전 7시30분 방송해 20%를 기록했다. 리우 올림픽의 경우 한국과의 시차가 12시간으로, 파리보다 시차는 더 크지만 한국 시청자들이 깨어있는 아침 시간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3% 시청률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관련 기사: 지상파3사, 올림픽 분위기 안 난다]
파리 올림픽은 개막 전부터 시청자 관심이 낮을 거란 전망이 팽배했다. 인기종목인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여자 배구팀도 본선 진출을 하지 못했으며, 한국 대표팀 규모도 22개 종목에 262명(선수 144명)으로 도쿄올림픽(선수 232명, 임원 122명)과 비교해 눈에 띄게 줄었다.
이에 개막식 시청률이 3사 합계 3%로 나오자 <시청률 '폭삭' 파리올림픽 개막식 지상파 합쳐 3%>(머니투데이, 7월28일), <올림픽 개막식 저조한 시청률, 심지어 0%대...새벽시간 시차 때문?>(매일신문, 7월29일), <“올림픽 안봐요” 도쿄 때와 달랐다...시청률 0%대 무슨일>(서울신문 7월29일) 같은 기사들이 나왔다.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보여준 퍼포먼스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개회식에서 한국을 북한으로 소개하는 등 황당한 일이 벌어져 파리올림픽에 대한 회의를 넘어 조롱을 하는 시청자 반응도 있었다.
구기 종목 빠지고 시차 문제까지 회의론 대세였지만 반전
그러나 참가 선수들의 호전과 함께 스타성이 있는 스포츠 선수들이 부각되면서 올림픽 중반부터는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당초 대한체육회가 밝힌 파리 올림픽의 목표 금메달 개수는 5개였는데 올림픽 중반부에 이미 이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5일까지 한국 선수단들은 금메달 11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총 26개의 메달을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MBC와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양궁의 5번째 금메달이 나온 지난 4일 결승에서 MBC는 전국 가구 18.3%, 수도권 가구 20.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MBC는 5일 보도자료에서 “이번 대회 유일하게 순수경기 시청률 20%대 돌파 결과”라며 “이 경기는 472만 명의 시청자가 MBC를 통해 함께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우진 선수가 동점 상황에서 마지막 슛오프를 펼치는 순간 최고시청률이 20.9%(수도권 기준), 순간 최고시청자수는 493만 명(전국기준)까지 올라갔다. 대한민국 양궁의 4번째 금메달이 나온 결승(3일 방송)에서도 MBC는 수도권 가구 17.9%, 전국 가구 16.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MBC 관계자는 6일 통화에서 “기대한 것보다 시청률이 잘 나와서 방송사들도 놀라는 분위기”라며 “펜싱, 양궁, 사격, 배드민턴에서 시원시원한 경기와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궁 결승전의 경우 20%까지 시청률이 나왔는데 두자리수 시청률이 나오기가 힘든 상황에서 생각보다도 많이 나온 것은 맞다”며 “다만 축구의 경우 보통 30%의 시청률을 기록하기 때문에 인기 구기 종목이 없는 것은 이번 올림픽의 아쉬운 점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BS의 경우 4일 안세영 선수가 출전한 배드민턴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시청률 8.2%를 기록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10.6%까지 올라갔다. SBS 관계자는 “예상보다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올라오고 있다는 걸 느낀다”며 “특히 팬덤이 형성된 양궁 선수들과 신유빈, 김제덕, 안세영과 같은 젊은 선수들의 활약에 팬심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신유빈, 김제덕 선수가 SBS 스타킹, 영재 발굴단에 출연했던 어린시절까지 주목을 받으면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또다른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선수들 팬덤으로 인해 이와 연결된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면서 꼭 TV시청률 뿐 아니더라도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큰 화제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부분 경기의 TV시청률이 한자리수에 머물러 이전처럼 올림픽의 인기가 높지 않은 현실을 보여줬다. 동시에 OTT로 경기를 시청하는 시청자도 많아졌다. 올림픽 온라인 중계권을 확보한 웨이브(Wavve)는 파리 올림픽으로 인해 유료 구독자 상승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 화면을 받아 생중계와 하이라이트를 제공한 결과다.
웨이브는 지난 5일 열린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 결정전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라이브 접속자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안세영 선수와 중국 허빙자오 선수의 대결 생중계를 한 웨이브 라이브 동시접속자 수는 올림픽 이전 평시(6월 최고수치) 대비 8.2배에 달했다. 앞선 지난 4일 양궁 남자 개인 금메달 결정전, 김우진 선수의 승부 역시 평시 대비 웨이브 동시접속자가 7.2배에 달했다.
김태형 웨이브 미디어데이터그룹장은 “우리 선수들의 투혼이 담긴 명승부가 많이 나오면서 파리올림픽 라이브 방송 트래픽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대회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올림픽 후반부에도 이러한 열기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올림픽 후반에 양궁 결승전이나 배드민턴 결승전보다 시청률이 높게 나올 경기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중반부까지는 호조인데 문제는 이제부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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