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평행선' 양곡관리법…'강행 처리→거부권' 재연될까

정경훈 기자 2024. 8. 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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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어기구 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 불참 속에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2024.6.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쌀 '의무매입' 조항을 포함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또 다시 야당의 법안 강행처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에 따른 폐기가 반복될지 주목된다. 민주당 일각에선 여야 합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여야 지도부가 수용할지 미지수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임미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당론 법안으로 채택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선제적 쌀 수급조절 정책의 도입으로, 미곡(쌀) 가격이 농림축산식품부 양곡수급관리위원회가 정하는 기준에서 급격히 하락할 경우 정부가 해당 연도의 쌀 초과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격이 폭등할 경우 정부가 '정부관리양곡'(민간에서 매입하거나 외국에서 수입해 보관하는 양곡)을 판매하도록 한다. 쌀값이 기준 가격 밑으로 하락하는 경우 정부가 생산자에게 차액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은 농가 소득과 쌀값 안정화를 위해 이같은 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민주당이 핵심으로 삼는 '의무 매입' 조항을 강하게 반대한다. 의무 매입 조항을 빼지 않는 이상 양곡관리법 통과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송미령 농림부 장관은 지난 5월24일 농업인단체장과의 소통 간담회에서 민주당 양곡관리법에 대해 "영농 편의성이 높고 보장 수준이 높은 품목으로 생산 쏠림을 해 농산물 수급 불안을 가중한다"며 "농가 소득 증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4.7.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안에 대해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포퓰리즘적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면 그 결과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여당에서는 정희용 의원이 대표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 안의 핵심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양곡 수급 관리시스템 도입'이다. 의무매입 조항은 없다. 쌀 생산량 관측과 수급 예측을 고도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쌀 과잉 생산과 가격 불안정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양곡관리법 통과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소관 상임위인 농해수위 위원장 자리를 확보한 만큼 여야 합의가 끝내 불발되면 야당 안만 농해수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여당이 법안 통과에 항의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설 수 있다. 여당도 대안을 내놓은 만큼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회를 통과한 '방송4법' '전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법'의 경우와 같이 '여당의 필리버스터→24시간 뒤 야당 주도 강제 종결→법안 통과'가 반복되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공산이 크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일각에서는 여야 합의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 있지는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농해수위 위원들 사이에서도 거부권 행사가 뻔한 법안을 만들고 통과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라며 "정부·여당은 의무매입 조항을 빼면 받는다는 입장이니까 '합의를 거쳐보자'는 분위기가 일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에서 의무매입 조항을 양보하며 다른 형태의 수급 조절 정책을 내놓는 등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변수는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이다. 상임위 위원들이 합의하고자 해도 지도부가 당론에서 물러나 여당에 지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며 거부하면 별 수 없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법안을 당론으로 정했다는 것은 쭉 밀고 나가겠다는 것 아니겠나"라며 "민주당은 지도부가 개별 의원의 활동을 세심하게 지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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