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해서, 더 무섭다"…유재명, 연기장인의 디테일 (행복의 나라)

김지호 2024. 8. 6. 17:2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배우 황정민의 전두환(전두광)은, 분노유발자였다.

유재명의 전두환(전상두)은, 또 다르다.

유재명은 "촬영을 시작하며 약간 혼란을 느꼈다. 처음엔 더 많이, 더 강력한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내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는가. 전상두라는 인물이 중요하다"며 "연기하는 나 유재명과, 인물 전상두 사이의 간극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Dispatch=김지호기자] 배우 황정민의 전두환(전두광)은, 분노유발자였다. 야심만만한 패기, 거칠고 와일드한 혈기로 '서울의 봄'을 이끌어갔다.

유재명의 전두환(전상두)은, 또 다르다. 뱀 같은 차가운 눈, 건조한 얼굴,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절제된 표정으로 소름을 안긴다.

그의 키워드는 절제. 유재명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하면 두 인물(조정석과 이선균) 사이를 해치지 않고, 전상두란 인물이 가진 상징을 최대한 절제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영화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6일 오후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열렸다. 추창민 감독, 조정석, 유재명 등이 참석했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암살 사건의 재판을 다룬다. 상관의 지시에 따른 박태주 대령(故 이선균 분)과, 그를 변호하는 정인후(조정석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유재명은 자신이 소화한 전상두에 대해 "개인적 야망을 가지고 12·12를 일으킨다"며 "그 시대의 환경을 스스로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권력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베테랑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전상두에게 배분된 시간과 캐릭터의 양이 적었던 것. 그러나 핵심적인 악역이다. 그만큼 한 장면 한 장면에 임팩트가 필요했다.

유재명은 "촬영을 시작하며 약간 혼란을 느꼈다. 처음엔 더 많이, 더 강력한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내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는가. 전상두라는 인물이 중요하다"며 "연기하는 나 유재명과, 인물 전상두 사이의 간극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어떻게 하면 이 작품의 결을 따라, 주어진 환경 안에서 전상두를 표현할 것인가? 이게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순간 순간의 디테일에 집중했다. "사람을 바라보는 눈에 광기를 담았다. 가만히 머금는 조소, 고개는 끄덕이지만 부정하는 뉘앙스 등을 섬세하게 노력했다"고 알렸다.

절제의 결과는 감탄사가 나온다. 유재명 표 전상두는 담담하지만 묵직한 포스로 다가온다. 특히 후반부 정인후와의 골프장 신, 박태주와의 독대 신 등이 백미다.

'서울의 봄'의 황정민이 같은 캐릭터를 연기했고, 야성적인 에너지로 호평을 받았다. 유재명이 그려낸 전상두 역시 압도적이다. 조용한 절제가 더 무섭다.

추 감독 역시 "서울의 봄과 가장 다른 차이점은, 장군 역을 한 두 배우"라고 강조했다. "유재명이 그 시대가 주는 야만성을 표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평했다.

유재명은 이날 故 이선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자체를 오롯이 볼 수 없는 경험을 했다"며 "솔직한 마음으로, 보는 내내 (고인이) 겹쳐졌다"고 토로했다.

엔딩 신 역시 그에게는 애틋하게 다가왔다. 정인후 변호사와 박태주 대령의 마지막 인사다. "이선균의 대사가 '정석이 넌 좋은 배우야'라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표현했다.

"며칠 전 들은 라디오 오프닝 멘트가 떠오릅니다. 영화는 다시 찾아볼 수 있지만, 사람은 다시 찾아볼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이선균이란 배우를 다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배우를 하는 우리들의 어떤 행복 아닐까요. 힘들었지만, 아주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행복의 나라'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사진=이승훈기자>

Copyright © 디스패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