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건보다는 그 사이"…조정석X유재명 그리고 이선균의 '행복의 나라' [MD현장](종합)

강다윤 기자 2024. 8. 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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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의 나라'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 한혁승 기자(hanf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배우 故 이선균의 마지막 유작이 베일을 벗었다. 오랜 기다림의 끝이다.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추창민 감독을 비롯해 배우 조정석, 유재명이 참석했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천만 관객을 달성한 추창민 감독의 신작이기도 하다.

영화 '행복의 나라'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 한혁승 기자(hanfoto@mydaily.co.kr)

이날 추창민 감독은 "큰 사건들보다는 그 사이 숨겨진 이야기들, 희생된 사람들, 나는 그런 이야기에 더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래서 이 이야기를 선택했다"고 연출 의도를 짚었다.

이어 "시대상이 1979년이다. 이 시대의 룩을 구현하기 위해서 필름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기술적으로 필름을 쓸 수는 없지만 필름의 느낌이 날 수 있게 구현을 했다. 전체적으로 제일 중요했던 건 배우들의 감정이었다. 최대한 배우들이 디테일하게 감정을 잡을 수 있게 앵글을 잡았다"고 말했다.

영화 '행복의 나라'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 한혁승 기자(hanfoto@mydaily.co.kr)

조정석은 법정에는 정의가 아닌 승패만이 있다고 믿는 변호사 정인후 역을 맡아 관객들 앞에 선다. 정인후는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다. 군인 신분 때문에 단 한 번의 선고로 형이 집행되는 박태주가 정당한 재판을 받을 수 있게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조정석은 "정인후라는 인물이 가공의 인물이기도 하고, 그 당시 재판 기록과 재판 속에 있었던 많은 분들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정인후를 통해서 이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끔 하려 했다. 정인후의 역할이 그렇다고 생각했다. 어디까지나 객관적으로 시쿠너스를 접근하려고 노력했다"며 "나도 사람이다 보니 연기하다 감정에 북받치는 경우 있다. 그런 감정들을 잘 조절하려 했다. 좀 더 앞서나가면 감정선이 정확히 안 보일 수도 있지 않나. 감독님과 감정표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영화 '행복의 나라'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 한혁승 기자(hanfoto@mydaily.co.kr)

또 다른 핵심 인물 전상두로는 유재명이 분해 작품에 기대감을 더한다. 전상두는 10.26을 계기로 위험한 야욕을 품은 합수부장. 자신만만한 정인후를 조롱하듯 재판을 감청하며, 재판부에 실시간으로 쪽지를 건네 사실상 재판을 좌지우지한다.

유재명은 "전상두가 개인적인 야망을 가지고 12·12 사태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전체 작품이 흘러가는 과정은 정인후와 박태주의 서사가 중심이다. 나는 그 사이에 이들을 둘러싼 이 환경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권력의 상징인 인물을 묘사하려 했다. 인물을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이 적어서 고민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이들 사이에서 해치지 않고 전상두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상징을 최대한 절제하며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 부분에서 감독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고, 제일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영화 '행복의 나라'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 한혁승 기자(hanfoto@mydaily.co.kr)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사건에 휘말린 강직한 군인 박태주는 배우 이선균이 연기했다. 박태주의 행동이 '내란의 사전 공모인지, 위압에 의한 명령 복종인지'가 법정의 쟁점. 그러나 박태주는 정인후가 빠져나갈 수 있는 증언을 제안해도, 신의를 저버릴 수 없다는 자세로 일관한다. 그렇게 '행복의 나라'는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이선균의 유작 중 하나가 됐다.

조정석은 "역할로 따지면 이선균 배우님과 내가 한 편이고 유재명 배우님하고는 서로 적대적인 관계다. 사실 현장에서는 삼 형제처럼 정말 큰 형, 작은 형, 막내 이런 느낌으로 너무너무 즐거웠다"며 "언제 한번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말씀을 드렸는데 이선균 배우님은 너무 좋은 형이고 같이 연기할 때만큼은 뜨거웠다. 연기가 끝나면 너무 따뜻했던 분이다. 그렇게 기억한다. 이 영화를 함께하게 돼서 지금도 너무너무 좋고 행복하다. 나한테는 그런 따뜻햇던 기억밖에 없다"고 이선균을 추억했다.

유재명 또한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자체를 오롯이 볼 수가 없는 경험을 했다. 솔직한 마음으로. 보는 내내 함께했던 시간들이 계속해서 겹쳐져 힘들어지는 경험을 했다"며 "극 중 박태주가 '자네한테 진 빚이 많아'하고 장인후 변호사가 얼굴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그때 박태주가 '당신은 참 좋은 변호사야'하는 것처럼 '정석이 너는 참 좋은 배우야'라고 하는 느낌이었다. 그다음 장면에서는 '형도'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연히 들은 라디오 오프닝 멘트가 있다. '영화는 다시 찾아볼 수 있지만 사람은 다시 찾아볼 수 없다'라는 말이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이선균이라는 배우를 다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배우를 하는 우리들의 행복이지 않나 싶다. 힘들었지만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행복의 나라'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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