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입 연 이낙연 "동교동 DJ사저 사적 장소 아냐…매각 결정 되돌려야"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3남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서울 마포구 동교동 DJ 사저를 개인에게 거액에 매각한 가운데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사저 매각 결정을 되돌려야 한다"고 정치권에 촉구했다.

이 전 총리는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동교동'은 사적인 장소가 아니다"라며 "그 매각이 사적인 일이 된다는 발상은 천부당 만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교동 사저는 DJ께서 박정희 정권의 암살 위협과 시도, 전두환 정권의 가택연금과 사형선고를 견디며 끝내 이기신 현장"이라며 "대통령께서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당신의 목숨을 걸고 저항하셨던 위대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곳은 DJ와 같은 꿈을 꾸며 한 시대를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에게도 삶의 일부"라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외람되지만 제게도 신문기자로서 30대의 시간을 가장 오래 보낸 곳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동교동'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어떤 고난과 희생, 인내와 저항 위에서 싹텄는지를 알리는 장소로 영구히 지켜져야 한다"며 "그 가치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다. 하물며 상속세는 '동교동' 소멸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 전 총리는 "정치권과 공공기관이 힘을 모은다면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만들라'는 이희호 여사님의 유지대로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근현대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을 검토하자. '시도 등록문화유산'에 등록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많은 역대 대통령들의 사저와 생가가 보존돼 미래세대를 위한 선물로 남겨져 있다"며 "하루 속히 현명한 대안을 찾기를 권한다"고 했다.

동교동 사저는 DJ가 생사고락을 겪은 장소다. 이로 인해 DJ와 뜻을 함께하던 정치인들은 '동교동계'라 불린다. DJ는 1961년 입주해 미국 체류기간을 제외하고 1995년까지 이곳에서 지냈다. 그러다 1995년 12월 인산으로 이사를 갔고,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청와대 관저에 살았다. 임기를 마친 뒤에는 다시 동교동으로 왔다.

앞서 이희호 여사는 지난 2019년 별세하면서 이 사저를 두고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사용하되 지자체 및 후원자가 매입해 기념관으로 사용하면 보상금 3분의 1은 김대중기념사업회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3형제가 균등하게 나누라'고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유언장 공증 절차가 누락됐다며 이 여사의 유일한 친자로 민법상 상속인인 자신이 홀로 물려받아야 한다고 주장, 형제간 분쟁 끝에 사저를 상속받았다.

김 전 의원은 지난달 커피프렌차이즈 업체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박모 씨 등에게 사저를 100억원에 매각했다. 이유로는 거액의 상속세를 들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