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폭락에 ‘금투세 폐지’ 압박하는 당정···민주당은?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에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정부·여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밀어붙이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금투세 도입에 반발하는 개미 투자자들의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 내년 1월 금투세 시행해야한다고 강조해 온 민주당은 당내에서 불거진 시기 조정·완화론에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 회의에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도 (금투세에) 다소 유연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며 “상황이 바뀐 점을 감안해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전향적이고 초당적인 논의를 하자는 제안을 공식적으로 드린다”고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1000만명이 넘는 개미투자자들의 심리적 공포가 매우 커진 상황”이라며 금투세 폐지를 강조했다. 증시 폭락을 고리로 금투세 폐지 주장에 힘을 실으면서 야당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증시폭락과 관련해 “결국 우리에겐 금투세 폐지가 당면 과제 아니겠냐는 입장이 있었다”고 전했다.
금투세는 주식, 채권 등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에 포괄적으로 과세하는 것으로 2020년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당초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가 2년 유예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여당의 금투세 폐지 주장에 강하게 반대해 온 민주당의 최근 입장은 애매하다. 당대표 후보로 나선 이재명 전 대표가 금투세 도입 시기와 과세기준 조정을 시사하면서 ‘예정대로 내년 시행한다’는 입장에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이 많다. 이 후보는 이날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도 “주식시장은 꿈을 먹고 사는데 5000만원까지 과세를 하는 문제에 대해 많은 분이 저항한다”고 금투세 완화 방침을 재확인했다.
금투세 관련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던 토론회는 연기됐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오는 7일 ‘국민이 원하는 금융투자소득세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가 이날 전격 연기했다. 토론회에는 박찬대 원내대표와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해 금투세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임 의원은 금투세 기본공제액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금투세 완화 패키지 법안’ 발의를 추진 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도부) 일정 조율을 위해 토론회를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증시 폭락 상황에서 금투세 반발 여론을 신경 쓴 것 아니냐는 얘기에 “외부에서는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그것보단 내부 사정에 의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늘 민주당이 못한 금투세 토론회를 국민의힘과 같이 하자”고 제안하며 “그것이 민생토론”이라고 말했다고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논평으로 전했다. 이에 임 의원은 입장문을 내 “한 대표가 경제정책 무능의 책임을 금투세에 돌리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며 “토론회 하자. 한 대표가 직접 나오면 되겠다”고 밝혔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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