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과 레슬링하는 선수 … 공포 담은 미디어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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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천(35·사진)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했지만 졸업을 앞둔 2015년 돌연 현대미술에 뛰어들었다.
게임 엔진을 접목한 그의 참신한 영상에는 '분신' 같은 인물이 늘 등장해 한국 사회를 풍자했다.
작가는 "동료들과 '요즘 공포영화는 왜 무섭지 않냐'는 이야기를 한 게 계기가 됐다. 우습게도 그 답은 '화질이 너무 좋아서'였다. 공포영화는 불가사의한 걸 시각화해야 하는데 매끄럽고 선명한 이미지로 만드는 어려움이 생긴 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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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뜰리에 에르메스서 개인전
김희천(35·사진)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했지만 졸업을 앞둔 2015년 돌연 현대미술에 뛰어들었다. 게임 엔진을 접목한 그의 참신한 영상에는 '분신' 같은 인물이 늘 등장해 한국 사회를 풍자했다. 동시대 기술과 한국 고유의 문화를 짬뽕처럼 버무린 '썰매'(2016)와 '홈'(2017) 등에 미술관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미술관·비엔날레가 청년 작가를 호명하면 '단무지'처럼 빠뜨릴 수 없는 1980년대생 중 가장 잘나가는 작가가 됐다.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2023)와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2018)에서 개인전을 열고 어느덧 10년 차가 된 작가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신작으로 돌아왔다.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26일부터 10월 6일까지 제20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 작가 김희천의 개인전 '스터디(Studies)'를 개최한다. 기존의 자전적 작업에서 벗어나 공포감을 극대화한 30분 분량의 극영화 '스터디'는 극도로 어두운 암실 같은 전시장에서 관람객을 놀라게 하는 사운드를 통해 체험적인 공포도 선사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사실 나는 공포를 잘 못 느끼는 사람이다. 작업을 하며 공포영화를 너무 많이 보다 보니 악몽도 많이 꾸고 작업 과정에서 처음과 생각이 달라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소재부터 독특하다. 작가가 최근 생활체육으로 하고 있다는 레슬링을 선택했다. 고교 코치가 레슬링 시합을 앞두고 학생들이 사라지면서 겪는 불안과 공포를 재료로 삼았다.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코치 찬종은 자신의 삶에서 사라질 것들에 대해 생각하던 중, 실제로 선수들 몇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접한다. 부모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선수를 기억할 수 없고, 훈련 녹화 비디오에는 그와 스파링했다는 선수들이 상대 없이 허공에 섀도 레슬링을 하는 기이한 모습만 찍혀 있다. 학생들의 행방을 찾는 미스터리가 될까 싶었던 기대는 이내 깨지고, 찬종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실존적인 공포가 펼쳐진다.
작가는 "동료들과 '요즘 공포영화는 왜 무섭지 않냐'는 이야기를 한 게 계기가 됐다. 우습게도 그 답은 '화질이 너무 좋아서'였다. 공포영화는 불가사의한 걸 시각화해야 하는데 매끄럽고 선명한 이미지로 만드는 어려움이 생긴 거"라고 말했다.
이 모순적 상황을 극복하려고 그는 화질이 좋지 않은 홈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영상의 결말부터 찍었다. 결말을 바꾸기 어려우니 서툴게 찍은 것들을 연구해 가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늘 혼자서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 작업하던 그에겐 현장을 연출하는 것도 생소했다. 작가는 "평소에 관심 있는 것들을 늘어놓고 직관적으로 작업을 엮어내왔는데 이번 새로운 작업은 구렁텅이에 빠진 것처럼 힘들고 고생스러웠다. 그럼에도 우리가 실존적으로 가진 위기를 다룰 수 있는 한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제목처럼 작가로서 새로운 걸 공부하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세계를 누비는 작가가 됐지만 그는 "항상 눈앞의 작업에 집중하고 미래를 앞서서 구상하진 않는 편이다. 영화 작업이 재미있어서 협업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 청년에겐 아직도 30대가 절반이나 남았다. 한국 미술계에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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