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반지 대신 주식’ 이숙연 대법관 취임…“가족 문제 송구스럽다”

취임식서 신변 문제 언급

이숙연 신임 대법관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이숙연 신임 대법관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숙연 신임 대법관(56·사법연수원 26기)이 6일 취임하면서 “가족의 신변문제로 심려를 끼쳐 드려 너무나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 대법관의 딸은 비상장 주식을 아버지의 돈으로 매입해 이후 아버지에게 되파는 등 ‘편법 증여’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런 논란 때문에 함께 지명된 노경필·박영재 대법관보다 나흘 뒤인 지난 5일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됐다.

이 대법관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번 인사 청문 과정에서 저와 가족의 신변문제로 심려를 끼쳐 드려 너무나 송구스럽다. 재판업무뿐만 아니라 신변문제에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겸허하고 엄격한 자세로 임하라는 주권자의 질책과 당부를 가슴에 깊이 새기고, 앞으로 그러한 문제가 없도록 거듭하여 살피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법관의 딸과 아들은 각각 8살과 6살때 이 대법관 남편의 형이 운영하던 시외버스 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각각 300여만원어치씩 매입했다. 지난해 이들은 이 주식을 취득가의 13.6배 가격으로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이 후보자의 딸은 만 19살때 아버지 돈으로 비상장 주식을 매입한 뒤 아버지에게 되팔아 원금의 63배가량의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 대법관은 후보자 시절 사과하고 남편과 자녀의 비상장 주식 등을 기부한 바 있다.

한편 이 대법관은 취임사에서 “해고무효확인소송의 원고 본인으로 처음 법정 문에 들어섰던 제가 27년간의 법관직을 거쳐 대법관의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제가 당시 느꼈던 법원에 대한 신뢰를 국민 여러분께 되돌려드리라는 소명을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몸소 느낀 사회적 약자의 경험을 늘 잊지 않고, 재판의 공정성과 그에 대한 국민의 굳건한 신뢰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 된다는 점을 되새기며 초심을 잃지 않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존엄성과 기본권을 보호하고 법 앞의 평등과 법치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법관은 “사법부의 역할은 거대한 함선의 평형수와도 같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사회라는 큰 배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좌초되지 않고 사회통합을 유지하며 역사의 물결을 헤치고 미래로 나아 갈 수 있도록, 대법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면서도 다양한 가치관과 시대의 변화를 포 하며 균형을 잡는 평형수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포항공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이 대법관은 “최초의 이공계 출신 대법관으로서 최고 법원의 판결 속에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에 걸맞은 규범들을 녹여내고, 디지털시대에 부합하는 적법절차 원칙을 구현하며 지식재산권 보호에 힘쓰겠다”고도 했다.

지난 2일 먼저 취임한 노경필(59·사법연수원 23기)·박영재(55·22기)에 이어 이 대법관까지 이날 취임하면서 지난 1일 퇴임한 대법관들의 후임 자리는 약 일주일 만에 모두 채워졌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