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과거와 미래 담아… '기협60년' 4행시 선정
한국기자협회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기/협/60/년’ 사행시 공모전에서 우수상 3명, 장려상 13명이 선정됐다. 기자협회가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을 함축적인 운율에 맞춰 풀어낸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피하지 않습니다, 뉴스가 있는 곳이라면 / ‘협’상하지 않습니다, 진실을 위해서라면 / ‘60’년을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 ‘연’중무휴, 시민을 위해 늘 깨어있겠습니다."
우수상을 받은 박병준 한국경제신문 기자는 기자협회가 추구하는 정신을 형식미를 갖춰 사행시에 담았다. 박 기자는 “언론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고 기자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데 이럴 때일수록 기자의 본령인 진실 추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기자협회가 그 역할을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해낼 것이란 믿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0주년에 뜻깊은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편집기자라 한줄한줄 제목을 단다는 마음으로 썼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기자협회를 기자 사회의 버팀목으로 표현한 작품도 우수상을 받았다. 최소리 충청투데이 기자는 “‘기’록으로 역사를 써내려온 기자들 / ‘협’회는 그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습니다 / ‘60’년을 넘어 6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 / ‘연’결과 단합의 힘 앞으로도 계속 보여주세요”로 사행시를 지었다.
최 기자는 기자협회를 언제 버팀목으로 느꼈는지 질문에 “코로나19 때 기자협회에서 방역물품을 지원해 주기도 했고, 기자들이 위상이 떨어지고 공격을 많이 받는데 정신건강을 지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기자협회는 2021년 기자들의 트라우마에 대해 심리지원을 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회원의 트라우마에 직·간접적 심리지원에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언론인 트라우마가이드북을 펴내기도 했다.
최 기자는 “저는 편집기자인데 다른 언론사는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기자협회 홈페이지를 자주 찾아본다”며 “지역에서는 기자협회의 존재를 가까이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그런 만큼 기자협회보에서 지역언론의 노력과 현실을 많이 다뤄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장려상 수상작 중에도 기자협회를 ‘기댈 곳’으로 표현한 시가 돋보였다. 지영의 이데일리 기자는 “‘기’자 된 딸 늘 걱정 하시던 우리 아버지. 얘야 그 험한 길 왜 걷느냐 하셨지요 / ‘협’소하고 울퉁불퉁해 힘든 길은 맞네요. 그래도 당신, 걱정치 마세요. 저 혼자 걷지 않습니다 / ‘60’여년의 길잡이가 있습니다. 기자협회. 기자인 딸의 기댈 곳입니다. / ‘연’대하며 든든하게 지켜주시는 선배들과 함께입니다. 저도 이 버팀목의 일부가 되어 제 후배들을 지킬 겁니다”로 사행시를 지었다.
지 기자는 “2021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는데 그때 수상 소감에 상을 아버지께 바친다고 적기도 했다”며 “당시 기자협회장님이 식사를 사주시고 격려와 위로를 해주셨는데 기자협회는 기자생활에 많은 힘이 됐다. 기자협회에 감사한 기억을 담아 사행시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우수상 수상자인 홍지유 중앙일보 기자는 “‘기’나긴 세월, 기협의 길은 / ‘협’곡을 가르는 물줄기처럼 맹렬했다 / ‘60’년 지난했으나, 굳건히 섰다 / ‘연’신 외친 목소리. 언론자유, 정론직필"로 사행시를 지었다.
홍 기자는 이번 공모에 참여하면서 기자협회를 다시 보게 됐다며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언론학을 공부할 때 한국의 언론 역사에서 기자협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특별히 배우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알게 돼 좋았다”며 “협회원이지만 소속감을 느낄 기회가 적었는데 기자협회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자협회는 1964년 박정희 군사정권 당시 한밤 중 국회에서 날치기로 제정된 언론윤리위원회법의 시행을 막기 위해 창립됐다. 언론윤리위원회법은 겉으로는 언론의 자율규제 형식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언론윤리위원회를 쥐고 언론사를 직접 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기자협회 등 언론계가 반대한 끝에 언론윤리위원회법은 시행이 전면 보류됐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신웅진 YTN 기자는 “신선한 내용으로 언론의 역할, 기자협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축적으로 담아낸 작품들이 많았다”며 “수상작을 걸러내는 과정에서 위원들의 고심이 깊었다”고 말했다.
이번 공모에는 지난달 4일부터 15일까지 협회원 42명이 참여했다. 1인당 2편까지 가능해 모두 69편이 접수됐다. 우수상은 100만원, 장려상은 30만원이 주어졌다. 나머지 출품한 전원에게는 상품권을 지급했다. 상금 300만원이 걸린 최우수상은 선정되지 않았다.
기자협회는 2020년 기자협회보 지령 2000호 발행을 계기로 ‘기자협회보’로 오행시를 공모했고 이듬해에는 창립 57주년을 기념해 ‘정론직필’로 사행시를 공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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