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엿새째 단전에 승강기 멈춰…25층 걸어다니는 주민들
세대 전력 공급은 이르면 7일부터…정밀진단·세대 청소 필요
(인천=연합뉴스) 황정환 기자 =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이 모두 썩어서 버리고 있는데 치워도 끝이 없네요."
6일 오후 인천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여파로 닷새 가까이 중단됐던 수돗물 공급이 지난 5일 저녁 부분적으로 재개됐지만 주민 신모(39)씨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을 여전히 가늠할 수 없어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신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동에서는 단수 문제는 해결됐지만 단전 상황이 엿새째 계속돼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다.
승강기 운행도 화재 이후 중단돼 이 동의 최고층 25층 주민들도 집에 가려면 걸어서 오르내려야 한다.
이날 20층 집까지 힘겹게 걸어서 도달한 신씨는 냉장고에 남은 상한 계란과 과일 등을 치우며 언제일지 모를 일상으로의 복귀를 조금씩 준비했다.
신씨는 "수돗물이 다시 나온다고 해 냉장고 썩은 음식들이나 치울까 해서 와봤다"며 "집에서 생활할 수 없어서 가족이 뿔뿔이 헤어져 지내고 있는데 언제 다시 집에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45)씨도 플라스틱 통 2개에 음식물을 가득 채워 계단을 오르내리며 집과 쓰레기장을 오갔다.
30도가 넘는 폭염에 어깨에 걸친 수건은 이미 흥건히 젖어 있었고 그의 티셔츠도 순식간에 땀범벅이 됐다.
이씨는 "악취도 심한데 계속 두면 파리가 꼬일 수도 있어 빨리 치워야 한다"며 "물은 나오지만, 전기 공급이 안 돼 아직 불편한 게 너무 많다"고 호소했다.
집안 바닥에 가득 쌓인 분진도 주민들에게는 골칫거리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등 자녀 3명을 둔 40대 여성은 "분진과 유독물질로 집만 다녀오면 두통과 목 통증이 심해 아이들과 함께 서울 친정집에서 지내고 있다"며 "당장 다음 주에 아이들이 개학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둘째를 임신 중인 30대 여성 주민도 "냉장고 음식물이 녹고 상해서 청소하러 어쩔 수 없이 남편과 왔는데, 바닥에 분진이 가득해 전기가 다시 공급된다 해도 집에서 생활하는 건 당분간 어려울 거 같다"고 말했다.
인천시 서구는 1천581세대 규모의 이 아파트에 전날 오후 4시께 상수도 공급이 재개됐다고 밝혔지만 누수와 수도관 문제로 여전히 일부 세대에서는 수돗물이 나오지 않았다.
주민 김모(53)씨는 한걸음에 14층 집까지 올라갔지만 물이 나오지 않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김치냉장고에 있는 음식물을 치우고 그릇을 씻으려고 보니 물이 안 나왔다"며 "며칠째 설거지만 쌓아두다 이제야 치우나 했는데 오늘도 틀렸다"고 혀를 찼다.
여러 번 걸레로 훔친 집안 바닥 곳곳에는 화재로 날아든 분진 흔적이 여전히 가득했다.
수돗물 공급 부분 재개와 대조적으로 전력 공급은 이르면 7일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날 현재 전력 공급이 끈긴 아파트는 5개 동 480여세대로 승강기나 냉방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서구는 한국전기안전공사로부터 안전 검사 승인을 받아 이르면 7일부터 전력 공급을 재개하고 승강기 등 공용부 전력 공급은 9일께 재개할 예정이다.
단수와 단전 문제가 해결돼도 주민들이 정상 생활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시공사와 안전진단 기관 등은 우선 화재 피해가 큰 3개 동을 대상으로 주민 거주 가능 여부를 점검하고 8일부터 정밀 안전진단 검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밀 안전진단 검사와 전체 세대의 입주 청소 완료까지는 최소 2∼3주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계 당국은 보고 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일 오전 6시 15분께 인천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해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주민 22명과 소방관 1명 등 모두 23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았으며, 차량 40여대가 불에 타고 100여대는 열손과 그을림 피해를 봤다.
hwa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의문의 진동소리…옛날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적발된 수험생 | 연합뉴스
- 타이슨, '핵주먹' 대신 '핵따귀'…폴과 대결 앞두고 선제공격 | 연합뉴스
- 주행기어 상태서 하차하던 60대, 차 문에 끼여 숨져 | 연합뉴스
- YG 양현석, '고가시계 불법 반입' 부인 "국내에서 받아" | 연합뉴스
- 아파트 분리수거장서 초등학생 폭행한 고교생 3명 검거 | 연합뉴스
- [사람들] 흑백 열풍…"수백만원짜리 코스라니? 셰프들은 냉정해야" | 연합뉴스
- 노르웨이 어선 그물에 걸린 7800t 美 핵잠수함 | 연합뉴스
- 전 연인과의 성관계 촬영물 지인에게 보낸 60대 법정구속 | 연합뉴스
- '해리스 지지' 美배우 롱고리아 "미국 무서운곳 될것…떠나겠다" | 연합뉴스
- [팩트체크] '성관계 합의' 앱 법적 효력 있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