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 "故이선균 떠올라 힘들었지만"…'행복의 나라' 뜨겁지만 차가운 외침(종합)

조지영 2024. 8. 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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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의 나라' 언론시사회가 6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배우 조정석, 유재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용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8.06/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야만의 시대, 소박한 행복을 꿈꿨던 소시민의 외침이 담긴 영화가 무더운 여름 더 뜨겁게 더 차갑게 다가왔다.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정치 영화 '행복의 나라'(추창민 감독, 파파스필름·오스카10스튜디오 제작)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정당한 재판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 하는 변호사 정인후 역의 조정석, 밀실에서 재판을 도청하며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권력의 중심 합수부장 전상두 역의 유재명, 그리고 추창민 감독이 참석했다.

'행복의 나라'는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정보부장 수행 비서관과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979년 발생한 10.26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주도한 김재규 정보부장의 심복이자 거사에 연루된 박흥주 육군 대령과 그를 변호한 태윤기 변호사를 비롯한 재판 변호인단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대한국민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인 10.26 대통령 암살 사건과 12.12 사태를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 '행복의 나라'는 실화가 주는 묵직함과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보는 내내 시간을 순삭하게 만든다. 지난해 11월 개봉해 1312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에 이어 다시금 극장가 뜨거운 파란을 일으킬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력으로 여름 텐트폴 영화 대미를 장식할 전망.

특히 '행복의 나라'는 지난 12일 개봉한 재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 김태곤 감독, 블라드스튜디오 제작)에 이어 고(故) 이선균의 마지막 열연을 볼 수 있는 유작으로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영화 '행복의 나라' 언론시사회가 6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추창민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용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8.06/

이날 추창민 감독은 "큰 사건 보다 그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호기심이 생겼고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행복의 나라'를 선택하게 됐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이어 '서울의 봄'과 비교에 대해 "'서울의 봄'이 개봉 전 우리 영화는 이미 편집이 완성된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 영향은 없었다"며 실존 인물이었던 박흥주 대령에 대해 "사실 유족과 많은 부분을 교감하려고 연락했지만 연락이 잘 안 됐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영화 '행복의 나라' 언론시사회가 6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배우 조정석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용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8.06/

캐릭터를 이해하는 과정에 조정석은 "정인후는 영화적 가공의 인물이다. 재판 기록과 재판 속에 있었던 많은 인물을 대변하는 인물이었다. 다만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정인후의 시점과 혹은 정인후를 통해 이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내 역할이었다. 객관적으로 시퀀스를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나도 사람이다보니 연기를 하면서 감정이 복받치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걸 조절해 연기하려고 했다. 감정 표현에 대해 추창민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유재명은 "전상두는 개인적 야망을 가지고 12.12 사태를 일으키는 과정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권력의 상징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인물과 시간이 작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들 사이에서 이들을 해치지 않고 전상두라는 상징을 절제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부분을 가장 중심에 두고 연기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고인과 호흡에 대해서도 먹먹한 마음을 전했다. 조정석은 "이선균 형은 너무 좋은 배우였고 열정적이었다. 연기가 끝나면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영화를 함께하게 돼 좋고 행복했다. 나에겐 따뜻했던 기억밖에 없다"고 추억했다.

유재명 역시 "우리도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자체 오롯하게 볼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솔직한 마음이다. 보는 내내 겹쳐지는 시간과 함께한 시간이 떠올라 힘들어지는 경험을 했다. '자네한테 진 빚이 많아'라는 대사가 있다. 당신은 참 좋은 배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최근 우연치 않게 들은 라디오 오프닝 멘트가 생각난다. 영화는 다시 찾아볼 수 있지만 사람은 다시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이선균이란 배우를 다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배우를 하는 우리의 행복이지 않을까 싶다. 힘들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마음을 전했다.

영화 '행복의 나라' 언론시사회가 6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배우 유재명, 조정석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용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8.06/

'행복의 나라'는 조정석, 이선균, 유재명 등이 출연했고 '광해, 왕이 된 남자' '7년의 밤'의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4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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