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담판’ 서희가 '장군'? 경기도지정 문화재 명칭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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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국가 이전 외교·안보에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인물로 단연 서희(徐熙·942~998)가 꼽힌다.
서구섭 이천서씨 대종회장은 "역사적인 평가에 따라 호칭이 달라질 수 있지만 서희를 반드시 '장군'에 한정해서도 안된다. 정1품과 종1품의 문관직을 수행한 서희에게 정4품 장군의 호칭은 적합하지 않다. 사전적 정의로도, 여러 정황으로도, 학계에서도,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는데 호칭 변경이 어려운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현재 혼용되어 있는 명칭을 바로잡기 위해 나라에서 내린 시호를 쓰는 게 타당하다. 경기도 문화재부터 명칭을 바꿔 전파한다면 서희에 대한 바른 역사관이 확산되는데도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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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종중 “서희 ‘장군’ 호칭 맞지 않아…경기도문화재 명칭 변경해야”
현대국가 이전 외교·안보에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인물로 단연 서희(徐熙·942~998)가 꼽힌다. 고려 초 문신인 서희는 고려를 침략한 거란의 의도를 간파해 적장과의 외교 담판으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거란군을 물리쳤다. 이후 거란의 침입에 대비할 강동 6주까지 영토를 확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서희에게 적확한 호칭은 장군일까, 외교관일까, 선생일까, 장위공 서희일까.
서희의 후손인 이천서씨 대종회가 경기도기념물 제36호인 ‘서희 장군 묘’에 표기된 장군 호칭이 올바르지 않다며 지난 4월 경기도문화재심의위원회에 ‘여주 장위공 서희 묘역’으로 명칭 변경을 신청했으나 부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부결이다.
명칭 변경을 기준 삼을 전체적인 지표가 없다는 것이 이유로, 심의에선 묘역 관련 문화재 명칭 변경 기준안을 마련한 후에 재검토하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여주시 산북면 후리 166-1에 소재한 ‘서희 장군 묘’는 경기도기념물 제36호로 지정돼 있다. 지난 1977년 여주시 산북면 소재지 서희의 묘소가 ‘서희 장군 묘’로 경기도 기념물이 되면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학계 등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서희의 장군 명칭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서희를 장군으로 서술한 것은 한국전쟁 후 제1차 교육과정기(1954~1963) 당시 국민학교 사회생활 6-1 교과서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고려시대에 전쟁이나 큰 내란의 총 지휘권자는 무관이 아닌 문관을 임명한 것이 관례였던 점, 이전 시대에선 서희를 장군이라 칭한 기록이 없는 점, 서희의 외교적 지략뿐만 아니라 정치가로서의 면모 등이 두드러지면서 장군 호칭은 교과서에서도 점차 사라졌다.
지난 1999년 서희 서거 1,000주기 추모 학술대회에서도 고구려연구회 등 연구자들은 ‘장군’이라는 무관 명칭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008년 여주시에서 진행한 서희 학술용역 중간보고회에선 문관인 서희를 가리켜 ‘장군’이라는 문화재 명칭과 학문적 소양을 가리키는 ‘선생’은 ‘관료적 성격이 강한 서희에게 적당치 않다’라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해 공시한 서희의 표준 영정은 ‘장위공 서희상’이다.
종중 등에선 서희가 ‘장군’으로 불리는 것은 그의 행적과 삶의 궤적에서 올바른 호칭이 아닌 만큼 문화재 표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명칭이 통일되지 않으면서 경기도 내 지자체에 명시된 표기 역시 달라 교육적으로도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서희의 고향과 묘가 있는 여주와 이천에선 조례와 서희테마파크, 묘를 알리는 안내판 등에 장위공 서희와 서희 장군, 서희 선생 등이 혼용돼 사용되고 있다.
서구섭 이천서씨 대종회장은 “역사적인 평가에 따라 호칭이 달라질 수 있지만 서희를 반드시 ‘장군’에 한정해서도 안된다. 정1품과 종1품의 문관직을 수행한 서희에게 정4품 장군의 호칭은 적합하지 않다. 사전적 정의로도, 여러 정황으로도, 학계에서도,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는데 호칭 변경이 어려운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현재 혼용되어 있는 명칭을 바로잡기 위해 나라에서 내린 시호를 쓰는 게 타당하다. 경기도 문화재부터 명칭을 바꿔 전파한다면 서희에 대한 바른 역사관이 확산되는데도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종중에서 변경 신청을 한다고 해서 그때마다 바로 바꿀 수는 없다”며 “국가유산청 기준을 참조해 기준안을 만들고 다시 심의를 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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