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깨뜨린 '철밥통'… 청년 공무원들 "박봉에 이대론 못 살겠다"

송주용 2024. 8. 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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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도 노동자다. 이대로는 못 살겠다. 임금 인상 보장하라."

청년 공무원 100여 명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공무원들은 △생존임금 보장 △정액급식비 인상 △시간외근무수당 정상화 및 각종 수당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를 향해선 공무원보수위원회가 권고한 내년도 공무원 임금인상률(5급 이상 2.5%, 6급 이하 3.3%)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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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공무원 100명 철밥통 깨기 퍼포먼스
5년 미만 공무원 1만3500명 공직 떠나
생활임금 보장·점심값 1만원 인상 요구
기재부에 "공무원보수위 권고 수용하라"
청년 공무원들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을 상징하는 노란 냄비를 부숴버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송주용 기자

"공무원도 노동자다. 이대로는 못 살겠다. 임금 인상 보장하라."

청년 공무원 100여 명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일에 비해 월급은 너무나 초라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청년 공무원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6일 전국공무원노조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청년 공무원 100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 경기 부산 광주 제주 등 각지에서 젊은 공무원들이 집결했다. 이들은 노란 냄비에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대한민국 공무원 못 해먹겠다' '동료가 다 떠났다' '밥값을 올려달라'는 글씨를 새긴 뒤 숟가락으로 두드리며 대통령실 인근은 행진했다. 노란 냄비는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을 상징한다.

행진을 마친 공무원들은 냄비를 바닥에 내려놓고 힘껏 발로 밟아 찌그러뜨렸다. '철밥통' 공무원들이 자신의 '철밥통'을 스스로 부수는 퍼포먼스인 셈이다. '쾅쾅' 냄비 밟는 소리에 속시원하다는 듯한 환호도 터져 나왔다.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청년 공무원 100인 기자회견' 현장에서 공무원들이 부숴버린 노란 냄비. 송주용 기자

이 자리에서 공무원들은 열악한 공직 현실을 증언했다. 유해길 공무원노조 거제시지부장은 "청년 공무원들은 악성 민원인에게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고, 주말에 행사가 있으면 동원까지 된다"며 "그럼에도 실질임금은 매년 마이너스다. 철밥통에 밥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함께 일했던 젊은 직원들이 힘들어 회사를 그만두고 생을 등지는 모습을 보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들은 △생존임금 보장 △정액급식비 인상 △시간외근무수당 정상화 및 각종 수당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본급 31만3,000원 인상과 직급보조비 3만 원 인상, 정액급식비 8만 원 인상을 통한 점심값 1만 원 책정 등이다. 현재 공무원 한 끼 점심 식대는 6,360원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공무원은 "밀면 한 그릇도 1만 원"이라며 식대 인상을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를 향해선 공무원보수위원회가 권고한 내년도 공무원 임금인상률(5급 이상 2.5%, 6급 이하 3.3%)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공무원노조 요구사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당장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공무원보수위 권고라도 지켜달라는 것이다.

김영운 공무원노조 2030청년위원장은 "120만 공무원의 고용주인 윤석열 대통령은 청년 공무원들이 다 떠나기 전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촉구했다. 실제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재직 기간 5년 미만 공무원 퇴사자는 2019년 6,663명에서 지난해 1만3,500명으로 늘어났다. 공무원노조는 이날부터 1박2일간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공무원보수위 권고 수용을 위한 노숙투쟁을 펼친 뒤 1,000여 명이 참가하는 총궐기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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