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의 이진숙" MBC 대주주 부적격 이사 선임 규탄 현장
언론노조 '부적격자 고발' 기자회견 "공영방송 이사회, 과거 물의 일으켰던 인물들의 집합소처럼 변질"
[미디어오늘 노지민, 윤유경 기자]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공영방송 이사회가 마치 사회적으로 문제 있는, 과거 물의 일으켰던 인물들의 집합소처럼 변질됐다”며 “(윤석열 정부가) 우리 사회에서 한 줌도 안 되는 극우적 인사들을 통해 이념전쟁을 벌이겠다는 뜻을 확고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6일 서울 중구 언론노조 대회의실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절차적 정당성을 전혀 갖추지 못한 불법적 2인 체제 방통위를 강행했고 83명에 달하는 공영방송 이사 공모 지원자들을 불과 2시간여, 한 사람당 40여초에 불과한 졸속 날림심사를 통해 KBS와 MBC 대주주(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을 일부만 선임했다”며 “형식적, 절차적 완결성을 전혀 갖추지 못한 심사도 문제이지만 그런 심사 과정을 통해 KBS와 방문진에 내리꽂힌 이사들 면면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추천한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출근 반나절 만에 KBS 이사 7명, 방문진 이사 6명을 임명했다. 그간 여야가 공영방송 이사진을 7대4(KBS), 6대3(방문진)으로 나눠먹는 관행을 없애자는 지적이 제기돼왔는데, 현 대통령 추천 방통위원들은 노골적으로 여권 몫 이사만을 선임했다.
이를 두고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방송법을 비롯한 법령 어디에도 근거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여야 나눠먹기 구조를 이번에 방통위가 공식화했다”며 “정치적 후견주의를 확인한 방통위의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호찬 MBC본부장도 “왜 7명이고 왜 6명인지에 대한 기준이나 어떤 근거로 그렇게 뽑았는지에 대한 내용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 여권이 다수인 방문진은 현 이사진 임기(8월14일)가 끝나면 여야 구도가 뒤집힌다. 이 경우 2026년 3월까지 임기가 남은 안형준 현 MBC 사장 해임 추진이 전망된다.
이호찬 MBC본부장은 새로 선임된 방문진 이사들을 “6명의 이진숙”으로 표현했다. 특히 “방문진 이사진에 왜 공안검사가 필요한지 알 수 없다”며 임무영·허익범 차기 이사를 거론했다. 임무영 이사의 경우 이진숙 방통위원장 사건을 대리했던 것으로 나타나 이해충돌 비판도 받고 있다. 2021년 윤석열 대선 캠프에 합류할 당시 이 위원장이 본인 종군기자 이력에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경찰에 고소한 사건이다. 최근 이 위원장 지명 당시 임 이사는 페이스북에 “우리 누님 그동안 마음 고생 많으셨는데 다행히 잘 되셨다”고 썼다. 허익범 이사는 2018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자유한국당 추천 특검,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자문단장 출신이다.
이 본부장은 이우용 이사는 MBC 라디오본부장 시절 김미화·김어준 진행자와 김종배 출연자를 퇴출시켰고, 윤길용 이사는 MBC 시사교양제작국장 시절 최승호·한학수 PD를 퇴출시키고 노동조합 혐오 인식을 드러냈다고 했다. 김동률 이사에 대해선 MBC 민영화 주장 및 김건희 여사(윤 대통령 배우자) 옹호 칼럼 등을 지적했다.
박상현 KBS본부장은 연임이 결정된 권순범·서기석 현 이사와 신임 이사들 이력을 열거하며 비판했다. 현 KBS 이사진 임기(8월31일)가 끝난 9월부터 여야 구도는 기존 6대5에서 7대4가 된다. 박 본부장은 신임 허엽 이사는 동아일보 기자 시절 이명박 정부 체제 언론장악 논란을 옹호했고, 황성욱 이사는 현 정부 방송통신심의위원 활동 당시 근태, 업무추진비 부적정 사례 등이 지적됐다고 비판했다. 이건·이인철 이사의 정치권 활동,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부사장이었던 류현순 이사의 제작 자율성 침해 등도 문제로 꼽았다.
이런 가운데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의 차기 이사로도 극단적 이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김현태 연합뉴스지부장은 “공영언론을 향�h 윤 정권의 막무가내가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를 향해선 공적 기능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을 지난해 대폭 삭감했다”며 “이제는 그 감독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 이사를 정치적 편향성에 함몰돼 있고 자질이 너무나 부족한 인사들로 채우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부는 언론노조와 함께 정권의 공영언론 장악애 굳건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차기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진으로는 김승동 전 연합뉴스TV 사외이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 지부장은 “김씨는 보수정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정치인이다. 정치적 편향성은 둘째 치고 그가 해온 언행 자체로도 공영언론에 대한 무지함과 자질 부족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이사는 2020년 미래통합당 대구동구갑 예비후보 시절 “문재인 폐렴 대구시민 다 죽인다” 팻말로 1인 시위를 했다. 과거 CBS 재직 시절 폭행 사건과 회삿돈 환 투기 사건으로 징계위에 회부됐다.
언론노조는 또한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EBS 이사 지원자 가운데 강규형(명지대 교수)·이준용(자유언론국민연합 공동대표) 이사,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김광석 전 KBS 법무실장, 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박보경 전 EBS 프리랜서 앵커, 전홍구 전 KBS 부사장, 안택호 전 안동MBC 사장, 이은수 KBS 이사 등이 부적격자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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