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체제’ 완성한 한동훈의 ‘제3자 특검’ 딜레마

박성의 기자 2024. 8. 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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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채 상병 특검법’ 재발의 예고…“韓 약속 지키길” 압박
韓, ‘제3자 특검’ 추진 의지 분명…韓측 “이외 대안 또 있나”
與 단일대오는 물음표…김재원 “원내대표·의원 설득 쉽지 않을 것”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7월10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진행된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직후 인근 KNN타워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이 여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세 번째 '채 상병 특검법' 재발의를 예고하며 한 대표에게 '약속 이행'을 압박하고 나섰다.

여당 지도부가 이른바 '친한(親한동훈) 체제'로 재편됐지만 원내 '특검 반대 여론'이 여전히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당의 단합과 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한 대표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정치권 관심이 집중된다.

민주당은 두 차례 발의됐다 폐기된 '채 상병 특검법'을 조만간 재발의한다고 6일 밝혔다. 채 상병 특검법은 21대 국회 종료 직전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재의결 불발로 폐기됐다. 22대 국회 개원 직후 지난 달 4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은 야당 단독으로 다시 통과됐지만, 역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재의결 불발로 또 한 번 폐기됐다.

'채 상병 특검법'을 바라보는 대통령실의 입장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세 번째 특검법이 재발의된다고 해도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아닌 한동훈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방식의 특검법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민주당은 한 대표가 밝힌 대로 여당 차원의 특검법을 발의한 뒤 여야가 별도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발의할 세 번째 특검법안을 놓고 "자체 검토를 다 마쳤다"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약속한 대로 어떤 형태로든 (국민의힘) 내부에서 특검법을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제3자 특검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최근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단순히 채 상병 특검법을 반대한다고 하면 국민들에게 진실규명을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제3자 특검법을 제안한 것"이라며 "당내 특검법 이견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에게 충분히 말씀드려 의견을 조율할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가 친한계로 재편된 상황인지라 '제3자 특검법'을 강행할 동력도 일부 확보됐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5일 시사저널과 만나 "제3자 특검 말고 무슨 대안이 있겠나"라며 "용산의 입장이 억울해도 힘에 부치니 어쩔 수 없다. 결국 제3자 특검으로 매듭짓자는 합리적 귀결에 이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관건은 당내 여론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의 중진들이 여전히 제3자 특검에 부정적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기관의 수사를 먼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한 대표가 이들을 설득할 수 있다 자신했으나, 당의 '방향타'를 내준 친윤(親윤석열)계가 제3자 특검에 힘을 실어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당장 특검법 발의는 '실익'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제3자 추천 특검에 대해 "우리 당은 민주적인 토론 과정을 거쳐서 충분히 의원들과 대화해보겠다고 (했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물러선 적이 없다"면서도 "우리가 먼저 꺼내서 당장 토론할 실익은 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한계 내부에서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동훈호가 이제 막 닻을 올린 가운데 특검이 당의 분열을 낳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민주당이 발의하는 세 번째 '채 상병 특검법'의 이탈표 규모, 야권 차원의 '제3자 특검법 발의' 여부 등을 확인한 뒤 한 대표가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6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재표결에 실패해서 폐기가 된 건데 (민주당이) 세 번째 시도를 할 때는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를 확인해야만 대응이 가능해지지 않겠느냐"며 "8월 국회에 들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어떻게 나오는가를 보고 대응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제3자 특검법에 대한 당내 반발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가 한 대표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한 대표가 이를 돌파한다면 한동훈 체제를 착근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친윤에 굴복했다'는 평가가 따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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