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낙하산 논란 속 ‘MIK 프로젝트 집중’ 행보에 엇갈린 시선

박효재 기자 2024. 8. 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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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7.29 권도현 기자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한국 축구의 기술 철학을 정립하겠다는 ‘Made In Korea(MIK)’ 프로젝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6일 열린 MIK 워크숍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팀 K리그와 토트넘의 친선경기 관람을 갑작스럽게 취소하는 등 행보로 축구계 안팎의 엇갈린 시선을 받고 있다.

홍 감독은 지난달 29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MIK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축구의 뿌리를 튼튼히 하고, 대표팀부터 유소년까지 아우르는 통일된 축구 철학을 정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능동적인 축구”, “볼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 등 추상적인 표현을 넘어 MIK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됐던 6일 워크숍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감독 취임 기자회견 당시 취재 열기로 발디딜 틈 없었던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은 이날 한산했다. 각급 대표팀 지도자, 유소년 전임 지도자와 강사 등 현장의 축구 전문가들만 참석한 채 홍 감독의 발표로 시작됐다. 홍 감독은 울산 현대를 이끌고 K리그를 우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A대표팀부터 각 연령별 대표팀까지 입혀야 할 축구 색깔에 관해 설명했다. 빌드업 체계, 압박의 강도와 위치 및 템포 등에 대한 설명이 들렸다.

홍 감독은 최근 팀 K리그와 토트넘의 내한 친선경기 관람을 취소하고 부산으로 내려가 U-19 대표팀의 평가전을 지켜보는 것으로 대표팀 감독 취임 이후 행보를 시작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K리그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을 점검할 기회를 건너뛴 것으로 MIK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축구 커뮤니티 등에서는 홍 감독의 행보가 감독이라기보다는 클럽으로 치면 기술 디렉터나 단장에 가깝다며, 왜 감독이 해야 할 일들을 제쳐두고 MIK 프로젝트에만 매달리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행보는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낙하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 감독이 MIK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하기도 한다.

김대길 본지 해설위원은 홍 감독이 거세 비판 여론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봤다. 김 위원은 “축구 철학이라는 것이 자칫 잘못해서 선을 넘으면 고집이 될 수 있고, 객관성을 잃을 수 있다”면서 “여러 의견을 취합하고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 온 장기적인 비전 부재와 단기 성과주의를 극복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MIK 프로젝트에 A대표팀 감독이 앞장서는 것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홍 감독은 9월 A매치 데뷔전을 앞두고 있지만, MIK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추진과 낙하산 논란 해소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홍 감독이 이러한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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