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힘 빠진 책무구조도에 임원 제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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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한 은행의 준법감시부 관계자는 "금감원은 과거 제재 사례를 들어 양정을 정했지만, 금융회사로선 제재심 결과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면서 "애초 책무구조도 제재 지침은 금감원의 제재 사례가 아닌 법원 판례를 반영해야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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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위성 잃은 금융 판 중대재해법 실효성 의문도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금융감독원이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법원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최고경영자(CEO) 제재가 불합리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금융 판 중대재해법의 당위성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대법원은 하나은행의 DLF 행정소송 관련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함영주 회장(당시 은행장)에 대한 문책경고 제재 사유가 일부만 인정돼 이를 취소해야 한다는 원심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2월 29일 서울고등법원은 함 회장에 대한 중징계(문책경고) 양형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9-3부(조찬영·김무신·김승주)는 "불완전판매 관련 내부통제 마련 의무 위반의 여러 사유 중 일부만 인정돼 재량권 행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인정에 오류가 있다"면서 "함영주 제재 양형은 비례 원칙을 위반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취소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12월 15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문책경고 취소 소송에 대한 승소 판결에 이은 두 번째 중징계 취소 판결이다. 법원이 금감원에 '재량권 남용'을 지적한 만큼 금감원도 책무구조도 도입에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책무구조도가 금융감독원의 과거 제재 사례에 기반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위성이 훼손된 셈이다. 금감원은 책무구조도에서 대표이사와 임원에 총괄 관리 의무를 부여해 이를 위반하면 제재를 하도록 했는데, 관리 의무 위반 제재의 근거는 DLF 제재 사례였다.
그러나 법원은 금감원이 DLF 불완전판매 관련 의무 위반으로 든 8개의 사유 중 투자자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유효기간을 둘 것과, 투자자성향등급 산출 결과를 확인받는 절차 마련 등 단 두 가지만 인정했다. 금감원이 사례로 들었던 준법감시부의 심의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 등은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 은행의 준법감시부 관계자는 "금감원은 과거 제재 사례를 들어 양정을 정했지만, 금융회사로선 제재심 결과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면서 "애초 책무구조도 제재 지침은 금감원의 제재 사례가 아닌 법원 판례를 반영해야 했다"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도 "책무구조도에선 사전에 점검할 것을 요구하는데, 애초 점검은 사후적인 조치로 모든 사고를 사전에 점검한다는 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기준이 명확해지면서 앞으로는 행정소송과 같은 법적 다툼이 줄어들 것"이라며 "기준을 명확하게 하면 중징계 사례도 줄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반면 금감원 다른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지침이 있지만, 해석에 대한 입장은 금융회사와 상반될 수 있고 법원이 어느 편에 설지는 모를 일"이라면서 "금감원은 결국 향후 유사한 제재가 있을 때 결국 판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사법부의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느냐"면서 "향후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홍콩 ELS) 제재도 신중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회사는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5조3에 따라 책무구조도를 마련해야 한다. 다만 세부 법령은 제정되지 않아 현재까진 업무 지침으로 운영되고 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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