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리볼버’ 들고 돌아온 전도연…“솔직히 안 하고 싶었죠”

허진무 기자 2024. 8. 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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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은 오승욱 감독의 누아르 영화 <리볼버>에서 거액의 보상을 약속받고 죄를 뒤집어쓴 비리 경찰 ‘하수영’을 연기한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솔직히 <리볼버>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안 하고 싶었어요.”

‘칸의 여왕’ 배우 전도연이 리볼버 권총을 들고 극장 스크린에 돌아왔다. 오는 7일 극장 개봉하는 오승욱 감독의 누아르 영화 <리볼버>에서 비리 경찰 주인공을 연기한다. 그는 오 감독과 2015년 <무뢰한> 이후 9년만에 호흡을 맞췄다. <리볼버>는 무뢰한처럼 어둡고 차가운 범죄세계를 그린 누아르 작품이다. 오 감독은 전도연의 출연을 전제하고 4년동안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썼다. 전도연은 “여자 버전 <무뢰한>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에 꺼려졌다”면서도 “(출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했고 이왕 하는거면 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리볼버>의 줄거리는 단순하고 직선적이다. 거액을 약속받고 죄를 뒤집어썼던 경찰 ‘하수영’(전도연)이 출소해 돈을 되찾으러 간다. 하수영의 얼굴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무뢰한>에서 전도연이 연기했던 단란주점 마담 ‘김혜경’이 떠오른다. 하지만 스카잔(화려한 일본풍 자수가 장식된 야구 점퍼)차림의 하수영은 감정을 걷어낸 메마른 표정으로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

“제가 <리볼버>에서 가장 견제했던 인물은 <무뢰한>의 김혜경이었어요. 감정을 많이 덜어낸 연기를 하자고 생각했어요. 촬영할 땐 몰랐는데 그런 무표정에 상대 배우들의 색깔이 묻어 다양한 느낌의 씬이 나온 것 같아요. 배우들의 연기가 색을 입히고 숨을 불어넣지 않았으면 보기 힘든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요.”

배우 전도연은 영화 <리볼버>에서 ‘하수영’(왼쪽)을 맡아 <무뢰한>의 ‘김혜경’(오른쪽)과 다르게 감정을 덜어낸 무표정한 연기를 선보인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CGV아트하우스 제공

전도연은 오승욱 감독의 영화들에 대해 “잔재주 없이 묵직하다”며 “촌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저는 ‘클래식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장 <리볼버>에 대해선 “오 감독님 영화같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무뢰한>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영화였지만 <리볼버>는 코미디 장면이나 대사가 많다”면서 “블랙코미디라는 조미료가 들어간 느낌이라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상대배우인 임지연과 지창욱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도연이 처음 촬영한 장면은 막 출소한 하수영과 정윤선(임지연)의 만남이다. 임지연은 빨간 원피스를 입고 발랄하게 ‘브이’ 포즈를 취한다. “무지개색이 확 들어온 느낌이 들었어요. 첫 등장에서 임지연씨가 보여주려는 게 어떤 인물인지 바로 알았죠.” 폭력조직 간부 앤디(지창욱)는 하수영에게 삼단봉으로 흠씬 두들겨맞는다. “지금까지 창욱씨를 만난 작품이 없었는데 ‘내가 너무 몰랐구나’ 느낄 정도로 잘해서 깜짝 놀랐어요.”

오승욱 감독이 <리볼버>의 시나리오를 쓰던 최근 4년 동안 전도연은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 연극 <벚꽃동산>에 출연했다. <길복순>의 변성현 감독도 전도연을 주인공으로 찍어 시나리오를 썼다. 전도연은 “어떻게 하면 젊은 감독이 쉽게 생각해낼 배우가 될지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변 감독님께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고 했었어요. 이제 현장은 굉장히 젊어졌고 저는 어려운 선배가 됐죠. 제가 자신을 내려놓고 소통하면 젊은 감독님들께 조금 편한 배우가 되지 않을까요.”

타협하지 않고 ‘전도연스럽게’ 열심히 살았다는 그는 앞으로도 그렇게 잘 살 것 같다며 당당하게 웃었다. “저는 제 필모그래피가 자랑스러워요. 시간이 지나도 계속 관객에게 회자되고 ‘이렇게 좋은 영화였어?’라고 할 만한 작품을 찍어왔어요. 앞으로도 그런 작품들로 채워나가고 싶어요.”

배우 전도연은 오승욱 감독의 누아르 영화 <리볼버>에서 거액의 보상을 약속받고 죄를 뒤집어쓴 비리 경찰 ‘하수영’을 연기한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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