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미군 기지에 배후 불명 로켓…이란서는 공격 준비 포착

김서영 기자 2024. 8. 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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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시돈에서 5일(현지시간)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암살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한 와중에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내 기지가 로켓 공격을 받았다. 이란은 러시아·이슬람세계 등 우방과 접촉에 나섰으며 이란 내에선 공격을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도 관측됐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보복에 재보복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군이 주둔 중인 이라크 서부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내부에 카투사 로켓 2발이 떨어져 미국 측 인원 최소 5명이 부상을 입었다. 미국 측 관계자들은 “기지 인력이 공격을 받은 후 피해 평가를 진행 중이다. 이들 중 한 명은 중상”이라며 “초기 집계이기 때문에 향후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 공격의 배후를 자처한 세력은 아직 없다.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암살에 대한 이란의 보복과 관련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이라크에는 미군 약 2500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들이 종종 미군을 공격해 왔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날 공격의 주체로 이란과 연계된 민병대를 지목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통화했으며, 양쪽은 “오늘 이란 연계 민병대의 공격은 위험한 긴장 고조의 전조”라는 데에 동의했다.

지난달 하니야가 테헤란에서 암살된 이후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보복을 예고했다. 미국 정부가 이란의 공격 시점이 인접했다고 예상하고 있는 와중에 이란 쪽에서 움직임이 포착됐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여러 미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4일 이후 이란이 미사일 발사대를 이동하고 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목격됐다”며 “이는 이란이 며칠 내로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음을 뜻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도 이란과 이스라엘은 날선 대립을 이어갔다. 이란은 특히 러시아와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직전 국방장관이었던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안보서기는 이란을 방문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및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사령관과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미사일과 드론 영상을 공개하며 “이란은 결코 역내 전쟁과 위기 확대를 추구하지 않지만 이 정권(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와 불손함의 대가를 분명히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쇼이구 서기는 바게리 사령관에게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해 이란과 전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안보서기(왼쪽)가 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사령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 싱크탱크 국제정책센터의 시나 투시 연구원은 “이 방문은 올해 초 계획된 일정이긴 하지만 지금 같은 혼란 속에서 이란을 찾았다는 건 러시아가 이란에 일정한 지원을 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이란이 러시아에 첨단 방공시스템을 요청했으며 러시아가 첨단 레이더와 방공 장비를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란은 이슬람권 57개국이 속한 이슬람협력기구(OIC)에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이란은 7일 열릴 예정인 이 회의에서 하니야 암살과 이란의 대응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어떠한 공격행위도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네타냐후 총리가 연 각료회의에서 ‘억제적 수단’으로써 이란을 선제타격하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내에선 주도권을 쥐지 않고 이란의 움직임을 기다리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다고 전해졌다.

각국은 전쟁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외교전을 지속했다. 미국은 제3국을 통해 이란에 경고와 회유를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카타르 총리 및 이집트 외교장관과 통화해 ‘확전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국은 이스라엘을 공격으로 방어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이란에 전달해 달라고 촉구했다. 카타르와 이집트는 가자지구 휴전 협상 중재국이다. 또한 미국이 요르단 외무장관을 통해 ‘이스라엘에 군사적 대응을 자제할 경우 미국은 핵협상을 재개하고 아랍국가들은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일종의 ‘당근’을 이란에 제시했다고 DPA통신은 보도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긴장 완화를 논의했다. 사우디 외교부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갈등 확대를 막기 위해 사태를 줄이는 방안과 휴전 협상 진전 등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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