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걸린 무인점포 절도범… 출입문 잠그자 '허둥지둥'

장바구니에 가게 물건 넣다가
CCTV 보던 업주가 원격 대응
창고에 숨어 있다 경찰에 검거

지난달 20일 서울의 한 무인점포에서 남성이 계산하지 않은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고 있다. 서울경찰 유튜브 캡처

서울의 한 무인점포에서 물건을 훔친 뒤 도주를 시도하던 남성이 매장에 갇혀 경찰에 검거됐다. 석 달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는 등 무인점포의 허점을 노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

절도 지켜본 업주가 원격으로 문 잠가

5일 서울경찰청이 운영하는 '서울경찰' 유튜브 채널에는 무인점포 절도범의 검거 과정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이 사건은 지난달 20일 서울의 한 식품 판매 무인점포에서 발생했다.

무인점포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남성 A씨는 무인점포에 들어와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다 직접 챙겨온 장바구니에 물건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바구니가 꽉 차면서 A씨는 계산 없이 떠날 채비를 했다.

매장 안엔 A씨밖에 없었지만 그의 행동을 지켜보던 또 다른 눈이 있었다. 가게 업주가 CCTV를 통해 매장 내부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업주는 경찰에 신고하는 동시에 원격 조종을 통해 매장 출입문을 잠갔다.

---

창고에 숨어있다 경찰 검거

지난 20일 서울의 한 무인점포에서 절도범이 원격으로 잠긴 문을 열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 서울경찰 유튜브 캡처

절도를 마치고 가게 밖으로 나가려던 A씨는 문이 잠겨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됐다. 문이 열리지 않자 세게 밀어보고, 발로도 차봤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물건을 계산하면 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한 A씨는 물건 하나를 집어 계산을 한 뒤 다시 문을 열기 위해 분투했다. 별 효과가 없자매장 구석에 몸을 숨겼다가, 아예 창고로 들어가 은폐를 시도했다. 그러는 사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창고에 있던 A씨를 찾아내 검거했다.

---

무인점포 늘며 절도 건수도 급증

무인점포에서 절도를 벌이다 검거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13일 서울의 또 다른 무인점포에서도 한 남성이 상품 바코드를 찍는 척하며 물건을 훔치다 가게 안에 갇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가게 업주도 원격으로 문을 잠근 뒤 경찰에 "무인점포에 도둑이 들었다. 5일 전에도 훔쳐 간 사람이다"라고 신고했다.

이 남성은 문이 잠겨 매장에 갇혔는데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계산하지 않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러고는 출동한 경찰을 태연하게 맞았다.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했다가 경찰의 추궁 끝에 혐의를 인정했다.

무인점포가 늘어나면서 절도 행각도 급증했다. 경찰에 따르면 무인점포 절도 사건 발생 건수는 2021년(3~12월)만 해도 698건이었으나 이듬해(1~12월)에는 1,363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절도 피의자는 2022년 하반기를 기준으로 미성년자가 104명(촉법소년 50명), 성인이 385명이었다.

형법에 따르면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에 대한 절취 행위, 고의성, 불법영득의사가 있을 경우 성립된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