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 왜?…슈퍼엔저 시대 막내리나
[편집자주] 비극적인 과거사가 있고, 갈등요인이 상존하는 인접국 일본에 대해 우리는 항상 경쟁의식이 강했다. 얼마 전부턴 경제력이 앞선다는 우월의식도 일부 생겼다. 그러나 이제 한일관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관계개선에 따른 실익도 잘 챙길 수 있다. 국내 최고의 일본 전문가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가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을 통해 일본의 시시각각(時時刻刻)을 정밀한 관찰의 시각(視角)으로 진단한다.
이렇게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다 보니 시중은행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일본의 3대메가뱅크부터 네트은행(인터넷은행), 그리고 지방은행과 신용금고까지 당장 금리를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8월 2일 시점의 주요은행의 예금금리는 0.02~0.025%였지만, 9월 2일부터는 보통예금금리를 지금 시점보다 5배 이상인 0.1%로 인상하기로 한 것이다. 인터넷상에서는 금리가 높은 순서로 순위를 알려주는 자료가 쏟아지고 있는데, 1위가 오릭스 은행으로 0.6%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피식 웃음밖에 안 나올 정도의 낮은 금리이지만 일본에서는 어쨌든 반응은 뜨겁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가계 자산의 60%가 부동산인 반면 일본은 금융자산이 6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의 수혜로 수입이 발생하면서 소비여력이 더 늘어날 것이고, 또 금리인상으로 슈퍼엔저도 멈추게 되면 한류를 체험하고 싶어 했던 일본인 관광객들은 한국 여행을 계획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이 금리를 인상한 배경을 짐작했을 것이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물가와 경기 모두 상승 기조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선 일본은행이 목표로 했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022년 이후 3년째 연속으로 평균 2%를 웃돌았고, 특히 올해 6월까지를 살펴봐도 2.5%가 넘었다. 게다가 대기업 중심으로 올해 춘투(春鬪) 이후 5.1% 정도의 임금 인상이 진행되면서 사측이 임금인상의 부담을 상쇄하려고 재화와 서비스 가격에 전가한 것도 소비자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런 배경에서 일본은행이 목표로 했던 물가상승률 2%를 달성했다고 판단했고, 근로자의 임금도 인상되면서 경제의 선순환이 가능해졌다 라는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둘째, 엔화 약세를 시정하기 위함이다. 최근 급격한 슈퍼엔저로 수입물가가 예상 이상으로 상승하고 있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개인 소비가 줄어들 수 있고, 이는 결국 물가를 더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인상해야 한다' 라는 발언들이 일본은행을 압박해서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인상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 중 한명인 자민당의 모테기 도시미츠(茂木敏充) 간사장이 지난달 엔화 약세를 지적하면서 '단계적인 금리 인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고, 또 한명의 강력한 총리 후보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고노 다로(河野太?) 디지털상도 '엔화가 너무 저렴'하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유력 정치인들이 발언했다고 해서 일본은행이 움직인다고는 보지 않는다. 하필이면 시기상 슈퍼엔저로 일본의 수입 물가가 치솟으면서 개인 소비가 얼어붙을 수 있다 보니 이럴 때의 해결책으로 금리인상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정도이지,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라는 곳이 그렇게 외부의 유력한 정치가가 발언했다고 해서 휘둘린다 라는 건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정책회의 멤버 구성을 보면, 우에다 총재와 두 명의 부총재, 그리고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러니까 일본의 물가안정을 위해 전문가로서 데이터와 통계를 기준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31일 정책결정회의 이후 곧바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정부의 금리 인상 요구가 일본은행의 결정에 영향을 끼쳤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우에다 총재는 "경제물가 데이터가 금리 인상을 위한 수준에 'on track'"이었기 때문이라고 데이터 기반의 금리인상임을 확실히 언급하였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정책결정회의는 이제 9월 18~19일, 10월 29~30일, 그리고 12월 18~19일 이렇게 세 번 남았는데, 우에다 총재는 "경제·물가 정세가 우리 전망에 따라 움직인다면 계속 금리를 인상해 나갈 생각"이라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사실 적정한 수준의 환율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한 나라의 환율이란 미시적으로 볼 때는 마치 비가 오면 우산장수 아들이 돈을 벌 것이고, 해가 뜨면 짚신장수 아들이 돈을 버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급격한 환율 변동이다. 일본은 이를 경계하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인상과 더불어 최근 한 달여 만에 수 차례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확실하게 보여 준 것이다. 이제는 슈퍼엔저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중앙은행의 시그널을 시장이 읽고 해석해야 할 시점이다.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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