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특전사 출신이 유아용품서 비건 화장품까지…서동희 타가 대표

이상현 2024. 8. 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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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바이크 사업 아이디어
국내 연예인들 타면서 유명세
기후 위기 "사회적 책임감" 느껴
서동희 비케이브로스 대표. 비케이브로스 제공
서동희 비케이브로스 대표. 비케이브로스 제공
서동희 비케이브로스 대표. 비케이브로스 제공

"처음에는 비건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고 협박을 받기도 했었어요. 화장품을 만들어도 팔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화장품 업계의 카르텔이 얼마나 고착화됐는지 알 수 있었죠. 지금은 제조사나 브랜드사에서 오히려 연락이 먼저 오는 경우도 있어 '타가의 색깔이 화장품 업계에 묻고 있구나'라고 생각해요"

서동희(46·사진) 비케이브로스 대표는 2019년 영유아 화장품 브랜드 '타가'를 출시하던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서 대표는 최근 서울 송파구에 있는 본사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을 "결혼 이후 대기업 비서실에도 들어갔었지만, 사업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용인대학교 유도학과를 다니다 특전사와 직업군인을 7년 정도 지낸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글을 우연찮게 보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당시 미국 헐리우드 배우들이 사용하면서 인기를 얻은 네덜란드 프리미엄 유아용 자전거인 '타가바이크'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자전거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어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처음 타가바이크를 봤을 때 너무 예뻐서 직접 네덜란드 본사에 연락해 한국에 수입하는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당시에 국내 수입이 안되는 브랜드였고, 수입 이후 방송 등에도 노출되면서 인지도를 쌓았다"고 회상했다.

그가 국내에 선보인 타가바이크는 TV 방송 등에 연예인들이 사용하는 모습이 나오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유아용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역시 해당 바이크가 유아용품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바이크를 국내에 들여오면서 유통 관련 생태계를 처음 경험하게 됐고 유아용품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며 "주위의 도움을 받으며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부터 2017년까지 2년 동안은 시장 조사를 위해 미국과 유럽을 무작정 돌아다녔다"며 "직접 화장품을 사서 발라도 보고 진열되어 있는 제품을 조사하거나 통계 자료를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비건 화장품 브랜드 타가의 첫 포문을 연 제품은 로션과 샴푸였다. 타가는 '클린 앤 비건'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국내 최초로 화장품 전 성분 함유량을 공개, 시장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서 대표는 "(전 성분 함유량을 공개하면서) 거래처들로부터 제품을 생산하지 않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받기도 했었다"라며 "성인용 제품이 아닌 유아용 제품 위주로 생산을 재개하려고 노력하면서 겨우 생산을 재개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타가 입장에서 기회가 됐다. 미디어 등을 통해 기후 위기 등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한국 내 비건 시장이 크게 성장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스타트업답게 기존 제조사들이 시도하지 않은 것들을 많이 도전했다"라며 "전 성분 함유량 공개를 비롯해 친환경 패키지, 재활용이 가능한 메탈 프리 펌프, 커피 스틱 타입의 트레블 키트 등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해외 비건 시장과 비교했을 때 아직 국내 시장 규모 크기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기준 국내 비건 화장품 시장은 1조5000억원 수준인데, 미국이나 유럽은 33조원에 달한다"며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비건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국내는 5%도 안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비건은 선택사항이었지만 지금은 비건 화장품 카테고리가 별도로 생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영유아용 제품이 아닌 청소년용 제품도 출시하는 등 라인업을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서 대표는 "올 하반기 청소년 라인업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제품 브랜딩을 통해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타가가 친환경에 진심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서 대표는 "우리가 나중에 시장을 이끌어가는 브랜드가 되었을 때 핵심 가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후발주자가 나오게 되면 그들과 차별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런 가치관의 일환으로 타가는 오는 9월 제품을 생산할 때 나오는 탄소의 양을 계산할 수 있는 화장품 탄소계산기도 공개할 계획이다.

그는 단기적인 목표로 "올해 하반기 한국 시장에서 흑자를 기록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9월부터는 카카오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만든 제품이 9월부터 판매되며, 올리브영 입점도 협의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개인적인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타가라는 브랜드 흔적을 남기는 것이 목표"라며 "세계적인 명품은 아니더라도 한국의 브랜드를 전 세계 지구에 흔적을 남기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어 "예를 들면 우리 제품의 팬덤이 만들어지는 것 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메세지들이 많이 나오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게 된다"며 "내심 책임감도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느끼는 부담감도 분명히 있다"며 "조금 더 사회적인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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