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가 인수하는 한양증권…신용등급은 여전히 '홀로서기'
향후 KCGI 경영방식 따라 배당·재무부담 가능성 주목
KCGI가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것과 관련,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지원 능력이 부족한 사모펀드가 한양증권의 대주주로 올라서면 신용등급 상향은 기대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추후 KCGI의 경영 방식에 따라 재무부담이 커질 수 있어 지금의 신용등급도 모니터링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양증권은 지난 2일 최대주주 학교법인 한양학원이 KCGI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한양학원은 지난달 9일 이사회를 열고 한양증권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법인과 산하기관의 재정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매각 지분은 총 376만6973주(29.6%)다. 한양학원이 보유한 143만7590주(11.29%), 특수관계인 백남관광이 가진 138만1149주(10.85%)와 에이치비디씨가 가진 94만8234주(7.45%)를 합친 물량이다.
매각 가격은 주당 6만5000원으로 총액 2448억원이다. 지난 2일 종가 1만5580원으로 계산한 지분가치가 587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3배 이상 반영된 셈이다.
향후 한양학원과 KCGI는 한양증권 실사를 진행한 후 매매대금 등 주식매매계약의 최종 내용을 결정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 후 KCGI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 한양증권의 주인이 바뀌게 된다.
신용평가사들은 KCGI의 한양증권 인수와 관련, 일제히 신용등급 상향에 도움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양증권은 현재 기업신용등급(Issuer Rating, 무보증회사채 발행 잔액은 없지만 신용도 측정을 위해 받는 것) 'A/안정적' 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또 단기신용등급(기업어음·전자단기사채) 'A2'를 받고 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우선협상대상자 KCGI가 최종적으로 한양증권 지분을 인수하게 될 경우 주주 변경으로 인한 한양증권의 유사시 계열 지원 가능성 변동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한신평은 현재 국내 신평3사 가운데 유일하게 한양증권 장기신용등급(이슈어레이팅)을 평가하고 있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도 "한양증권의 현재 신용등급(단기등급 A2)은 자체 신용도에 기반하고 있으며 계열 관련 지원 가능성은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CGI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더라도 운용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을 고려해 별도의 계열 지원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는 우량한 계열사의 지원 능력이 인정되면 이를 반영해 신용등급을 조정한다. 실제 KB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은 지주회사의 비경상적 지원 가능성을 반영해 신용도 상향 조정을 누리고 있다.
따라서 신용평가사들은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한양증권은 이러한 사례가 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신평사들은 또한 KCGI의 인수이후 한양증권의 배당부담 확대나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겠다고 밝혔다. 최대주주 변경 이후 경영전략과 위험 성향의 변화를 관찰하고 평가해 신용등급 추가 조정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김예일 연구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주의 변경은 사업 및 재무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계열의 유사시 지원가능성과는 별개로 자체 신용도 단계에서 등급 변화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신승환 연구원은 "사모펀드는 회사를 인수하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며 "수익성을 높이려다 보면 회사의 위험 성향이 높아질 수도 있어 이런 점을 집중적으로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배당 성향이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자본 적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점도 모니터링 요소다. 증권사는 자본 수준에 따라 사업 규모가 좌우되는데 배당 성향이 높아지면 자본 축적 속도가 늦어지고 신용평가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예일 연구원은 "KCGI의 자본력, 이익창출력이 한양증권의 기업가치에 비해 크지 않아 지분 인수를 위한 차입금 규모가 클 수 있다"며 "이는 한양증권의 배당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