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돌아오는 대규모 만기...가을엔 은행 '고금리 예금' 나올까
"LCR 정상화, 내년 초엔 부담" 당국에 건의하기도
하반기 조달 필요성 커질 듯…만기 조정 등 노력도
올해 4분기 이후 은행권에 또다시 대규모 수신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4분기에 돌아오는 기업 예금 만기 등을 비롯해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고금리로 유치한 예금 만기 또한 도래할 예정이다.
은행들의 조달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부 은행에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 시점을 미뤄달라고 금융당국에 건의하기도 했다.
"LCR 정상화, 내년 초 이후로 해달라"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은행들은 최근 금융당국에 LCR을 100%로 정상화하는 시점을 내년 초 이후로 연장하는 내용의 건의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LCR은 예금이나 국공채 등 고유동성자산을 1개월 순현금유출로 나눈 수치다. 금융위기 등 비상상황에서 자산이 순식간에 빠져나갔을 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입한 규제로,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4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LCR 규제 비율을 85%까지 낮춘 이후 단계적 정상화를 진행해 왔다.
지난 5월 당국은 금융규제 유연화 조치 점검회의를 열고 LCR 규제비율을 올해 7월부터 12월 말까지 97.5%로 상향했다. 당국은 내년도 100% 정상화 여부는 올해 4분기 시장상황을 고려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는 LCR 규제 비율을 97.5%에서 100%로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것으로 줄기를 잡았지만 시장 상황을 재검토해 결정할 여지가 있다"라며 "4분기 시장 제반 상황을 보고 은행과 관계기관들의 협의를 거쳐서 정상화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CR 넉넉하지만…4분기 수신자금 이탈 부담
일부 은행들이 LCR 규제 유연화 조치를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4분기 은행권 수신자금이 이탈할 우려가 있어서다. 통상 은행들의 수신자금 만기는 4분기에 집중돼 있다. 여기에 지난 2022년 9월 레고랜드 사태 당시 은행들이 조달한 고금리 예적금 또한 일부 만기가 도래하면서 고유동성자산 이탈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은행권 예금 만기도래액 규모는 약 340조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2018~2022년에 4분기 만기도래 규모가 약 210조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약 100조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통상 개인예금 가입 기간이 1~2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가입한 예금이 지난해와 올해 대규모 만기 도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LCR 정상화를 대비해 LCR을 100% 이상으로 관리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약 102~103% 수준을 목표로 관리 중이다. 실제 지난 1분기 말 기준 은행권의 LCR은 국민(110.10%), 신한(103.47%), 우리(100.80%), 하나(100.39%), 등 모두 100%를 웃돌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사실상 내년에 LCR 규제가 100%로 정상화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거기에 맞춰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수신자금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준금리 하락으로 수신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적금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권에선 최근 수신 유입 규모가 하반기 이탈이 예상되는 수신 규모와 비교하면 넉넉하지 않단 해석도 나온다. 하반기 추가적인 조달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은행권 한 관계자는 "막차 수요로 수신자금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통상 금리인하기를 앞두고 수신자금이 몰려드는 추세와 비교해서는 증가폭이 크지 않다"라며 "LCR을 100% 이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하반기 수신자금 추가 조달을 통해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아직은 고금리 특판할 정도는 아냐
다만 고금리 수신 경쟁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레고랜드 사태 당시 조달한 수신자금의 만기 규모가 지난해보다 적고, 은행들도 수신 만기가 4분기에 쏠리지 않도록 만기 시점을 다양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기업예금 같이 매년 연말에 만기가 도래하는 자금 뿐만 아니라 퇴직연금 정기예금 만기 또한 기존 12개월에서 18개월이나 30개월 등 다양하게 구성하는 등 다양한 수신자금의 만기 분산을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금리 하락으로 은행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는 만큼 고금리 수신자금 조달 대신 은행채 발행을 통해 고유동성자산을 조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또다른 규제인 예대율 등을 고려하면 일정 규모의 수신자금 조달은 불가피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은행들은 은행채와 수신자금의 하반기 시장 상황이나 자산 증가세 등을 고려해 조달 비율 등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과 같은 크레딧 강세가 지속된다면 은행채 발행이 조달 비용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조달이 필요한 자금 규모가 커지면 수신 조달 또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은행권 다른 한 관계자는 "하반기 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등 단기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질 경우 시장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를 주면서 예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조달 필요성이 크다고 하면 은행채 발행과 수신 조달을 동시에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둘 중에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있고, 기업대출 또한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어 조달 필요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대출을 억누르는 분위기로 가고 있기 때문에 고금리로 예금을 유치해야 할 필요성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강지수 (jiso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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