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핵무기 없는 세계” 말하면서 핵무기금지조약 가입엔 침묵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6일 ‘히로시마 원폭’ 79주년을 맞아 “‘핵무기가 없는 세계’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나가는 것은 전쟁 피폭국인 일본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핵무기금지조약(TPNW) 가입 여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아 현지에서 비판이 나왔다.
일본 공영방송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날 히로시마에서 열린 평화기념식에 참석해 “79년 전 야기된 참화, 사람들의 고통이 두 번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히로시마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5년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피폭당한 지역이다. 기시다 총리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TPNW 가입 여부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피폭자단체 대표들이 면담에서 “핵무기를 없애야 한다고 호소해 온 우리나라 정부가 핵무기 금지 조약에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피폭자들이 해외로 나가 활동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지적했지만 원론적인 답변 뿐이었다.
미마키 토시유키 히로시마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 이사장은 “(조약 비준에서) 총리는 도망친다”고 비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TPNW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핵무기의 개발, 생산, 비축, 사용, 사용 위협 등 활동을 완전히 금지하고자 2017년 유엔에서 채택한 조약이다. NPT에서 핵무기 보유를 인정받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과 실질적 핵무기 보유국, 핵우산을 제공받는 국가들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동맹국 미국 핵에 의지해 핵우산 효과를 누리는 일본 정부 역시 원폭으로 벌어진 참상과 핵무기의 위험성을 경계하면서도 TPNW에는 가입하지 않고 있어 안팎에서 ‘이중적’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마쓰이 가즈미 히로시마 시장은 기념식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 등을 언급하면서 “(세계적으로) 무력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내년 3월 개최되는 TPNW 3차 체약국 회의에 옵서버로 참여해 한시라도 빨리 체약국이 돼줬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피폭자와 유족 대표, 각국 대사 등 5만여 명이 참석해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오전 8시 15분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했다. 위령비에는 지난 1년간 추가로 확인된 사망자 5079명을 포함해 모두 34만4306명의 희생자가 등재됐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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