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재회하고‥가정법원 전락한 예능, 안방도 손절각 [이슈와치]

이해정 2024. 8. 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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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이혼, 이혼, 이혼.

잘 사는 부부 예능도 안 보는 형국에 자극에 물든 이혼 예능만 쏟아지니 피로를 호소하는 시청자가 적지 않다.

평화로운 예능가에 폭탄처럼 떨어진 이혼 프로그램은 폭풍이 될 수 있지만, 우후죽순 늘어나며 시청자 면역이 길러진 상황에선 그저 찻잔 속 태풍일 뿐이다.

그리고 이혼 예능이 자극의 끝을 가봤자 실제로 이혼하는 것, 두 당사자가 법정 공방이라도 벌이는 건데 프로그램의 방향, 출연자 존엄성이 훼손되는 건 둘째 치고 그게 과연 재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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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위부터 아래로,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MBC ‘오은영 리포트-결옥지옥’, 채널A ‘아빠는 꽃중년’)

[뉴스엔 이해정 기자]

그놈의 이혼, 이혼, 이혼.

잘 사는 부부 예능도 안 보는 형국에 자극에 물든 이혼 예능만 쏟아지니 피로를 호소하는 시청자가 적지 않다.

이혼이 터부시되던 시절이야 연예인의 이혼이 '충격 고백' 꼬리표를 달고 주목받았지만 이젠 '돌싱 스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마당에 눈물 젖은 이혼 예능 릴레이도 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JTBC '이혼숙려캠프: 새로고침', TV조선 '이제 혼자다', MBN '한번쯤 이혼할 결심', TV조선 '여배우의 사생활' 등 이달 내 방영을 앞두고 있는 프로그램까지 합치면 무려 5개의 이혼 예능이 방송 중이다. 돌싱이나 이혼 소재를 곁들인 관찰 예능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미운 우리 새끼', 채널A '아빠는 꽃중년'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그야말로 '이혼 예능 전성시대'다. 문제는 전개가 있으면 위기가 오고, 결말도 맞는다는 점. 이혼 도장도 찍지 못한 채 방송에 나와 잡음을 일으키는 출연자, 가상으로 이혼하며 싸우는 부부, 심지어 이혼 후 양육비도 보내지 못한 아빠가 방송을 통해 전 아내와 재회하기까지. 아무리 권태로운 삶에 도파민이 최고라지만 시청자가 예능을 통해 얻고 싶은 자극이 과연 이런 걸까. 힐링이라든가 감동이라든가 공감이라든가. 방송의 '가치'가 예능을 이끌던 시대가 아득할 지경이다.

아는 맛은 질리기 마련이다. 평화로운 예능가에 폭탄처럼 떨어진 이혼 프로그램은 폭풍이 될 수 있지만, 우후죽순 늘어나며 시청자 면역이 길러진 상황에선 그저 찻잔 속 태풍일 뿐이다. 뜨거운 차도 곧 식듯이 물고 뜯는 예능의 결말도 뻔하다.

이혼 예능의 약점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새 출발, 인생2막, 관계 회복 같은 그럴듯한 간판을 내걸지만 문을 열어보면 결국 누가 더 자극적인가 싸울 뿐이다. 그리고 이혼 예능이 자극의 끝을 가봤자 실제로 이혼하는 것, 두 당사자가 법정 공방이라도 벌이는 건데 프로그램의 방향, 출연자 존엄성이 훼손되는 건 둘째 치고 그게 과연 재밌을까.

예능이 가정법원으로 전락하면서 시청자는 얼떨결에 판사봉을 잡게 됐다. 이 사람 잘못, 저 사람 잘못. 처음엔 욕하는 재미라도 있지만 엉뚱한 자녀까지 들먹이거나 이판사판 진흙탕 싸움이 되는 순간 법복을 집어던지고 떠날지 모른다.

뉴스엔 이해정 h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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