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의 협회를 향한 직격탄, 전조는 이미 있었다

남정훈 2024. 8. 6. 1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배드민턴에 올림픽 단식 챔피언이 28년 만에 등장한 기쁜 날. 그 기쁨과 감동을 만끽하기도 전에 안세영(22·삼성생명)이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해 던진 직격탄으로 축제 분위기는 순식간에 식고 말았다. 협회는 여전히 침묵한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안세영이 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포르트 드 라샤펠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결승 중국 허빙자오와 경기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안세영은 지난 5일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냈다. 1996 애틀랜타의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나온 쾌거였다. 시상식 직후 방송인터뷰 때만 해도 금메달의 기쁨만 전하던 안세영은 주로 신문, 온라인 매체 기자로 구성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폭탄 발언을 했다.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나을 수 없었다. 내 부상을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게 많은 실망을 했다. 앞으로는 대표팀과 계속 가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전조는 예전부터 있었다. 지난 6월26일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D-30 미디어데이에서 안세영은 부상 관련 질문에 “올림픽이 다 끝나면 얘기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쏟아낸 것이다.

이후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안세영은 협회를 향한 강한 발언들을 이어나갔다. 그는 “부상을 겪는 상황과 이후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실망을 했다. 그 순간들을 잊을 수 없다. 저는 앞으로도 배드민턴의 발전과 저의 기록을 위해 뛰고 싶지만, 협회가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대표팀을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게 되는 것은 선수에게 너무 야박하지 않나 싶다. 배드민턴은 단식과 복식이 엄연히 다르고 선수 자격도 박탈되면 안 된다 생각하는 데 저희 협회는 모든 걸 막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밖에 안 나올 걸 돌아봐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안세영의 작심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안세영이 부상으로 힘든 시기 동안 의지했던 트레이너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안세영은 금메달에 대한 기쁨을 얘기 한 뒤 “수정 쌤이 저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제 눈치도 많이 보시고, 힘든 시간을 보내게 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금메달에 대한 감사 인사에서 가장 먼저 나온 이름인 ‘수정 쌤’은 협회가 지난해 7월 컨디셔닝 관리사로 영입한 한수정(26) 트레이너다. 한 트레이너는 올해부터 안세영을 전담했고, 안세영이 절대적으로 의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년 계약기간이 종료되면서 한 트레이너는 파리에 동행하지 못했다. 협회는 한 트레이너와 계약 연장을 시도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연합뉴스
안세영은 한 트레이너의 부재에 따른 불안감을 이번 올림픽 조별 예선 때도 내비친 바 있다. 유독 부담감에 시달리던 안세영은 ‘멘털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지금은 혼자 하고 있다. 같이 오고 싶어했던 트레이너 쌤도 못 오게 됐고, 외국인 코치님과는 소통에 한계가 있어 어렵다”라고 답했다.

안세영의 주요 불만 중 하나는 “단식과 복식이 엄연히 다르다”고 말한 것처럼 대표팀의 시스템 전반에 관한 것이다. 단식과 복식은 선수 육성이나 훈련 방식이 달라야 하는데, 협회는 그간 성적이 좋았던 복식 위주로 대표팀을 운영해왔다는 게 안세영의 주장이다. 안세영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단식 선수들은 개개인 스타일이 다른데 그걸 한 방향으로만 가려고 하니까 어려움이 많지 않나 싶다”면서 “항상 성적은 복식이 냈으니까 치료와 훈련에서 복식 선수들이 우선순위였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일방적인 의사결정도 비판했다. 안세영은 “제가 프랑스오픈과 덴마크오픈을 못 나간 적이 있었는데 제 의지와는 상관없었고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면서 “협회는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은 채 (명단에서) 뺀다”고 말했다. 이어 “물어보지도 못하는 시스템과 분위기다. 대회가 끝나면 끝인 상황에서 제가 물어볼 기회가 없다. 미팅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부상으로 힘든 시기에는 많은 대회에 출전하게 해놓고, 본인이 뛰고 싶을 때는 정작 못 나가게 하는 협회에 불만이 계속 쌓여던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안세영이 5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 중국의 허빙자오 선수와의 경기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뉴스1
안세영의 “대표팀과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은 선수 은퇴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안세영 본인도 SNS를 통해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대표팀과 함께 훈련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훈련을 하면서 국제대회와 올림픽 출전을 이어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이를 대표팀 운영을 도맡고 있는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수용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안세영의 “협회가 모든 것을 막고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대한배드민턴협회는 과거에도 국가대표 선발에 개입하는 등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2018년 세계선수권 때는 출전 선수 6명은 이코노미석에 탑승한 반면 선수보다 많은 8명의 임원은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던 게 알려지기도 했다. 2017년 5월 호주 대회 때는 임원 5명이 1600만원이 넘는 비용으로 비즈니스석을 타고 갔다가 ‘전력상 우승은 어렵다’며 8강전 이후 조기 귀국했는데 정작 남은 코치와 선수들은 우승을 차지했다. 임원들의 대우와 여비에는 돈은 펑펑 쓰고, 선수단 지원은 열악했었다.

파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