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니피센트 7’ 시총 890조 증발 배경엔 ‘겹겹이 악재’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출시 미뤄 타격
버크셔, 애플 주식 절반 매각 ‘치명적’
애플, 엔비디아, 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 7개 미국 거대 기술기업을 뜻하는 ‘매그니피센트 7(M7)’의 시가총액이 5일(현지시간) 하루 새 890조원 넘게 증발했다. 인공지능(AI) 거품론과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등 영향에 기업별 악재까지 겹친 결과다.
다우존스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플랫폼 등 M7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이들 기업의 시총이 약 6530억달러(897조원) 빠졌다. 전반적인 시장 매도세와 별도로 개별 기업의 부정적 소식도 하방 압력을 가했다.
전 거래일보다 주가가 4.82% 하락한 시총 1위 애플의 경우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투자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올해 들어 보유 중이었던 애플 주식 절반을 팔았다는 점이 치명적이었다. 이 사실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 3일 발표한 2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버핏 회장은 지난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1분기에 이뤄진 애플 주식 매각이 세금을 아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2분기에도 애플 주식을 대량 처분하면서 절세 전략을 넘어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구글이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구글 검색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은 알파벳 주가를 4.61% 끌어내렸다. 구글은 항소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당분간 알파벳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소송 결과가 애플, 아마존, 메타 등 다른 기업의 반독점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신작 출시가 생산과정에서 발견된 결함 탓에 최소 3개월 늦춰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타격을 입었다. 이날 하루 주가가 6.36% 떨어졌다. 하지만 출시 지연이 회사 매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우려가 과장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투자조사기관인 번스타인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라스곤은 “주요 거대 기술기업들이 지속해서 자본지출을 늘릴 전망이어서 (엔비디아 칩)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엔비디아가 현재 경쟁에서 크게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신작 출시가) 3개월 지연돼도 점유율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엔비디아 대항마’를 자처하는 반도체 기업 AMD는 폭락장에도 상승세(1.75%)를 보였다. 인텔의 사업이 부진하고, 엔비디아도 생산 지연 문제가 대두되면서 AMD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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