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통화정책 엇박자에 세계증시 '곡소리'…연준 탓? 일본은행 탓?

신기림 기자 2024. 8. 6. 15:2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과 일본은행의 우에다 가즈오 총재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한 매도 폭풍으로 수 조달러가 증발하면서 비난의 화살이 미국과 일본의 중앙은행을 향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일본은행이 모두 통화정책 회의를 열었는데 서로 다른 결정을 내렸지만 5일 블랙먼데이의 대규모 매도를 촉발했다는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연준은 금리인하를 너무 오래 기다리고, 일본은행은 금리인상을 너무 서둘렀다는 비난이다.

◇"일본은행 부적절한 금리인상…정치 압박 가능성도"

지난주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도쿄 증시의 역사적 폭락을 촉발하고 글로벌 시장의 혼란을 야기해 추가 금리인상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는 비판이 쏟아진다고 블룸버그는 6일 보도했다.

라쿠텐증권 경제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전 일본은행 정책위원이었던 아타고 노부야스는 "경제 통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했다는 사실은 일본은행이 데이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물론 일본의 금리인상으로 슈퍼 엔저가 사실상 종말을 고하면서 일본 국민의 구매력에는 다소 숨통이 트였다. 달러 대비 엔화는 지난주 8% 상승했다. 하지만 엔화가 갑자기 오르면 수출업체의 수익 전망이 악화하며 도쿄 증시를 강하게 압박했다.

닛케이는 5일 하루 동안 13% 가까이 폭락하며 수 십년 만에 최악의 매도세가 휘몰아쳤다. 일본은행이 너무 서둘러 금리인상을 재개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일정이 꼬였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이와증권의 이와시타 마리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금리인상"이었다며 "일본은행은 다음 조치를 취하기 전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지 연착륙에 성공할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최소한 9월, 10월 금리인상은 이제 논의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지난주 일본의 금리인상 결정에 정치적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 집권 자민당의 간사장인 모테기 도시미쓰 중의원은 일본은행이 정책 정상화 의지를 더 분명히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노 타로 디지털 장관 역시 엔화 약세를 반대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라쿠텐증권의 아타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정치권과 일본은행이 소통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소비와 생산 데이터가 금리인상을 정당화하기에는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6월 소비는 여전히 부진한 반면 실질임금은 여름 보너스 증가에 힘입어 2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 전환했다.

◇'9월 이전 금리 내려라' 압박에도 연준 신중론

하지만 이번 혼란의 더 큰 책임은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이 아니라 미국 경제와 연준의 결정에 있다는 반박도 있다. 모넥스그룹의 예스퍼 콜 이사는 블룸버그에 일본은행의 "정상화는 옳은 일이며 너무 빨리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금리인상은 문제가 아니었지만 금리인상과 비둘기파적 언어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 것은 부정적인 서프라이즈였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 실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 7월 미국의 신규 고용은 11만명 수준으로 예상 17만명, 1년 평균 21만명을 크게 밑돌았고 실업률도 4.1%에서 4.3%로 거의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연준 역시 지난주 통화정책 결정을 내렸는데 기준금리를 23년 만에 최고수준인 5.25~5.5%로 거의 1년째 지속하기로 했다. 연준의 금리 동결 직후 나온 고용 보고서가 악화하면서 연준의 정책 타이밍 실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일론 머스크는 4일 소셜미디어 X에서 "연준은 금리를 낮춰야만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어리석은 일(foolish)"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많은 기대를 모았던 미국 경제의 '연착륙'에 대한 희망은 완전히 사라지고 '경착륙'에 대한 두려움으로 대체된 것으로 보인다고 표현했다.

급기야 일각에서는 연준이 긴급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것이라는 베팅까지 나왔다. 연준이 당장 나서서 금리를 신속하게 내려 증시 폭락이 실제 침체를 야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연준이 또 다시 타이밍을 잘못 잡아 이번에는 서둘러 금리를 인하해야 할 만큼 경기가 악화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급습했다고 볼 수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오판으로 수 차례의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가면서 서둘러 긴축에 나섰던 것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연준 위원들은 신중론을 견지하며 긴급 회의의 필요성을 일축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오스탄 굴스비 총재는 5일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이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메리 데일리 총재 역시 "노동 시장이 너무 둔화해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노동 시장의 둔화가 얼마나 심각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shinkir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