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 중증환자 50→60%…경증환자가 이용하면 비용 부담↑"(종합2보)
"전공의 근로 의존도 40→20% 이하 단계적 감축"
"4차병원 시기상조…진료협력체계 구축이 먼저"
[세종=뉴시스] 박영주 정유선 기자 = 정부가 현재 50% 수준인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환자 비중을 3년 내 6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경증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면 의료비용 부담을 높이는 비용 구조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상급종합병원 인력의 40%를 차지하는 전공의 비율은 20% 아래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한다. 일부 상급종합병원을 중환자만 치료하는 '4차 병원'으로 승격시키는 방안은 권역별 상급종합병원의 역량을 강화시킨 뒤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개혁 추진상황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이러한 내용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 사업'의 취지와 진행 상황,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 중증 환자 50→60%…경증 환자 이용 시 부담↑
정 단장은 "약 3년의 시간을 두고 환자 기준으로 평균 50% 수준인 중증 환자 비중을 6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 단장에 따르면 현재 47개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환자 비중이 30%대에서 60% 이상까지 병원별로 천차만별이다. 평균적으로 보면 50% 정도인데, 모든 병원이 각각 50% 이상이 될 수 있도록 중증 환자 비중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 단장은 "3년 뒤인 2027년에는 제6기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게 되는데, 중증 기준인 '전문진료질병군 입원환자' 비중의 하한선을 현재 34%에서 적정 수준으로 상향하겠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선 중증 환자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을 위해 현행의 중증 환자 기준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적용하고 있는 478개의 전문진료질병군은 같은 수술과 시술이라도 환자의 연령과 기저질환, 응급도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 단장은 이에 대한 지적을 수용해 "KTAS 1~2 등 중증 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돼 입원하게 되는 경우,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등에서 치료받는 중증 소아와 연령 가산이 적용되는 중증 소아 수술에 해당하는 경우, 중증 암을 로봇수술로 치료하는 경우 등도 중증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의 연구 결과와 추가적인 검토를 거쳐 근본적으로 전문진료질병군 분류체계를 재정비하는 과정도 빠르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이 증상과 질환에 적합한 의료 이용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환자들이 의료전달체계에 적합한 의료 이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비용 구조도 재점검할 구상이다. 중증 환자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되 경증 환자 이용 시에는 비용 부담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상급종합병원 전문 의뢰·회송시스템 구축…패스트트랙 확립
정 단장은 "중등증 이하 환자들이 믿고 찾아갈 수 있는 지역의 진료협력병원을 육성하고, 상급종합병원과의 진료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 추진 시, 10개 이상의 진료협력병원 간 네트워크 구성 등 강력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형식적 의뢰·회송체계를 전면 개편해,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의해 상급종합병원과 진료 협력병원이 더 적극적으로 환자를 의뢰·회송하는 '전문 의뢰·회송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 단장은 "전문 의뢰·회송 시에는 최우선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특히 증상의 변화가 있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상급종합병원에서 최우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패스트트랙을 확립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협력병원 간 EMR 연계를 통해 환자의 진료정보 사진과 영상을 쉽게 전송·공유하는 체계로 고도화하는 등 두 번 검사할 필요가 없는 효율적인 진료협력 환경을 정비하는 작업도 함께 추진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권역 내 상급종합병원에서 충분히 치료가능한 중증 환자는 서울 상종이 아닌 권역 내 상종으로 진료 의뢰될 수 있도록 유인하는 기전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이와 관련해 "권역 내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했을 때 의료수가를 높여주는 방안, 환자 측면에서 보면 권역 내에서 의료 이용을 했을 때 부담을 줄여줄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중환자나 특수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관련한 병상은 확충하고 일반 병상은 줄인다. 지역과 병상의 규모, 비상진료체계 하에서 병상 감축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5~15% 수준의 병상을 감축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 등 숙련된 전문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는 '전문 인력 중심병원'으로의 전환도 추진한다. 이와 관련해선 전공의 공백 장기화로 전문의 배출 시점이 연기되면 이러한 계획이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 단장은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면 전문의 배출에 일부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답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이 기존처럼 진료량 확장에 의존하고 중증이 아닌 비중증 환자도 많이 진료하는 체계에서 '전문 인력 중심병원'으로의 전환은 어려운 일이지만, 비중증 진료를 줄이고 중증 중심으로 진료 구조를 새롭게 전환하면서 전문 인력 중심으로 업무를 재설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전공의가 담당했던 업무를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가 담당할 수 있도록 병원 자체적인 훈련 프로그램 도입과 업무 효율화 과정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진료지원 간호사가 법적 안정성을 보장 받으면서 숙련된 전문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 제정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의존도 절반 이하로 낮춘다…전공의당 환자수 설정
전공의들이 다양한 임상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이하 의료기관간 순환수련 등 수련 협력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 단장은 "이를 통해 평균 약 40%를 차지하는 전공의 근로 의존도를 절반인 20% 이하로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며 "일률적인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이 아니라 현장과 전공과목 등의 현실에 맞게 조정해 현장의 충격을 줄이면서도 다양하고 밀도있는 수련을 통해 역량있는 전문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는 "외국 선진국 병원의 전공의 비중은 10% 정도다. 우리가 20%를 지향하더라도 외국에 비해서는 많은 수치"라며 "전공의 비중을 확 낮출 수 없기 때문에 절반 정도로 줄이면서 전공의들은 수련에 집중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정 단장은 "전공의 1명당 입원환자 40명을 보는 전공의도 있고 20명을 보는 곳도 있는 등 진료 과별로 편차가 크다"며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단계적으로 진행하면서 전공의당 환자 수 기준 등도 설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알렸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내달 시행…4차 병원 '시기상조'
정 단장은 "지역 내에서 최대한 필수진료, 중환자에 대한 진료가 이뤄질 수 있는 진료협력체계를 갖춰 나가는 게 지금 최우선의 목표"라며 "3차 병원의 역량이 충분히 강화된다고 하면 장기적으로 의료체계 전달체계의 방향과 설정 등을 개념화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단장은 개원면허제를 의개특위에서 논의 중이냐는 질문엔 "충분히 진료역량, 임상역량이 쌓인 상태에서 환자를 대면하게 할 수 있기 위해 진료에 관련한 면허, 수련체계 개편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의개특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진 않았다. 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해나가면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병원들의 경영난과 관련해선 "일차적으로 시행 중인 대책이 건보 선지급이고, 중환자 수술 처치 관련 수가 및 응급 당직 관련 수가 신설 등 대책들이 지원되면 병원의 경영 상태가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안은 의개특위 논의와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8월 말 9월 초 확정될 전망이다. 이후 공모를 진행해 9월부터 시범 사업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정 단장은 "(사업에 참여하는) 개소 수는 제한하지 않을 계획이다. 47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위주로 전환돼야 하기 때문에 준비가 되는 대로 모두 사업에 참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ogogirl@newsis.com, ram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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