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심위 MBC 법정제재 24배 급증했다
[분석]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9개월 의결 전수조사
지상파·종편·보도PP 법정제재 총 66건 중 MBC 24건
같은 기간 정연주 체제는 MBC 1건, 류희림 이후 급증
다수 가처분인용 효력정지에도 MBC 사장 교체 명분?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류희림 체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9개월 동안 MBC에만 24건의 법정제재를 의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정연주 전 위원장 체제의 법정제재 1건(MBC)과 대비되는 숫자다. 기준이 모호한 공정성 심의도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 급증했으며 특히 정부·여당 비판 보도에 중징계가 몰렸다. TV조선과 채널A는 류희림 체제에서 법정제재가 0건이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심위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미디어오늘이 분석한 결과 2023년 9월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 방심위가 의결한 법정제재는 보도·시사프로그램 기능이 있는 지상파·종편·보도PP 기준 총 66건이다. 같은 기간(9개월) 정연주 위원장 체제에서 의결된 법정제재(8개)보다 약 8배 이상 많은 숫자다.
MBC 법정제재 수가 압도적으로 차이 났다. 류희림 체제 방심위는 MBC에 24건의 법정제재를 의결했는데 정연주 체제에선 MBC 법정제재가 1건뿐이었다. 류희림 방심위가 의결한 MBC 법정제재 24건 중 10건이 공정성 위반이었으며 내용을 보면 △뉴스타파 인용보도 △바이든-날리면 논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보도가 대다수였다. 반면 정연주 위원장 체제가 의결한 MBC 법정제재는 간접광고 규정 위반으로 예능프로그램('악카펠라')에 의결됐다.
류희림 체제에서 나온 법정제재(방송심의 기준)를 방송사별로 분류하면 △MBC 24건 △TBS 13건 △KBS 9건 △YTN 8건 △SBS 6건 △JTBC 5건 순(지역방송사 및 자회사 제외)이다. TV조선, 채널A 등 보수 성향의 종편이 받은 법정제재는 MBN 1건을 제외하면 0건이었다. MBN(MBN플러스)은 류희림 체제에서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아닌 교양프로그램('기막힌 이야기 실제상황')의 양성평등 조항 위반으로 법정제재를 받았다.
정연주 체제 방심위는 대부분 방송사에 0건 혹은 1건의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시사보도 프로그램보다 예능·교양프로그램의 광고규정 혹은 건강 관련 방송의 의료행위 규정 위반에 중징계를 내렸으며 시사보도 기능이 있는 지상파·종편·보도PP 법정제재(8건)보다 tvN, Mnet 등 일반PP 및 기타 법정제재(14건)가 더 많았다. 공정성 조항이 적용된 심의도 1건('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불과해 류희림 위원장 때(24건)와 큰 차이가 있었다.
공정성 심의는 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 해석 소지가 커 관련 의결이 줄어들던 추세였다. 방심위가 완전패소한 소송에도 공정성 조항이 다수 포함됐으며 자의적 판단 문제가 지적됐다. 원용진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명예교수는 지난 5월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공정성 심의는 하지 않는 추세”라며 “박명진 교수가 방심위원장(이명박 정부) 시절 공정성 지표를 만들기 위해 언론학자들을 모아 연구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오랫동안 방심위가 '정치심의'로 논란이 됐기 때문에 가능하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심의를 피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게 류희림 위원장에서 뒤집어진 것”이라며 “사실상 특정 언론사를 겨냥하는 등 방심위에서 일어난 일들은 윤석열 정권이 언론을 대하는 방식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서중 교수는 “정치적 심의를 무분별하게 하면 결국 권력 비판을 억제하는 기능이 생긴다. 흔히 말하는 '위축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해 (방심위가) 작동했다고 본다”며 “경영진 교체 시도가 MBC에서 실패했지 않았나. 동원할 수 있는 방심위를 통해 MBC 또는 MBC 주변의 언론들에게 경고했던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희림 체제에서 설치·운영된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를 고려하면 MBC가 받은 법정제재 수는 더 늘어난다. 지난해 12월부터 약 5개월 활동한 22대 총선 선방위는 30건의 법정제재를 기록했고 17건(지역MBC 제외)이 MBC를 향했다. 22대 총선 선방위는 여권 추천 방심위 상임위원 2인(류희림·황성욱)이 추천단체를 결정했다.
선방위까지 합해 류희림 방심위가 의결한 MBC 법정제재는 총 40건. 이 중 19건이 가처분 인용으로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법정제재가 부당하다며 MBC가 제기한 것들이며 가처분 단계에서 MBC가 패한 경우는 아직 없다. MBC 이외에도 △CBS 4건 △JTBC 2건 △YTN 2건 △cpbc(평화방송) 2건 등 방송사들이 제기한 가처분이 모두 인용되고 있다.
김서중 교수는 “(가처분이) 본안 소송 결과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가처분) 인용이 된다는 건 본안 소송에 가서 가처분 신청을 한 사람에 유리한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렇게 판단이 되기 때문에 그동안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용해준다는 해석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이런데 법정제재 수를 가지고 MBC 사장 교체의 명분을 만든다면 사실상 (사장 교체가) 정치적 행위라는 걸 인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노종면 의원은 미디어오늘에 “방심위가 MBC 장악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사실상 검열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정치·표적심의를 일삼는 류희림은 연임 자격이 없다.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5기 방심위원장 임기가 만료됐지만 대통령 추천 몫으로 지난달 23일 6기 방심위원장으로 다시 호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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