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당사자 갈등 중인데 의대 증원 ‘우수 혁신사례’로 뽑혀

주영재 기자 2024. 8. 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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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 등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중앙부처와 지자체, 교육청, 공공기관 등 범정부 우수 혁신사례를 뽑는 공모에서 보건복지부의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을 혁신사례로 선정했다.

행정안전부는 ‘2024 정부혁신 왕중왕전’(옛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 중 ‘미래를 대비하는 정부’ 분야에 대한 공모를 진행하고, 복지부의 2000명 의대정원 증원 등 14개 정책을 우수 혁신사례로 선정했다고 6일 밝혔다.

미래를 대비하는 정부 분야 공모는 청년 등 ‘미래세대를 위한 맞춤형 지원 정책’과 기후위기, 저출산 등 다가올 ‘미래 위기·위험에 대한 선제 대응’ 등 2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행안부는 올 6월부터 각 기관에서 신청받은 192개 사례를 대상으로 민간 전문가 심사와 7712명이 참여한 온라인 국민심사를 거쳐 부문별로 7개씩, 총 14개를 우수 혁신사례로 선정했다.

의대정원 증원은 미래위기·위험 선제대응 우수 사례의 하나로 꼽혔는데, 정부가 반년 가까이 전문의 공백 사태를 불러온 상황에서 자화자찬식으로 선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형준 건강권실현을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성공을 해야 혁신사례가 되는 것”이라면서 “내년 신규 의사와 전문의가 나올 수 없고, 한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이 짧게는 4~5년 길게는 10년 간 큰 타격을 입을 위기에 있는데, 비타협적 태도로 강행하면서 시기를 놓친 정부가 혁신을 했다고 말할 순 없다”고 밝혔다.

복지부의 ‘출생통보·위기보호출산제’는 미래세대를 위한 맞춤형 지원 정책 부문의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출생 후 14일 안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통보하면, 심평원이 다시 지방자치단체(시·읍·면장)에 통보하는 제도다.

보호출산제는 산모가 보호 출산을 신청하면 가명과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관리 번호가 주어지고, 이를 통해 신원을 밝히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검진과 출산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두 제도는 아동의 신속한 출생신고와 아동유기 방지를 위한 목적에서 도입돼 지난 7월19일부터 시행 중이나 ‘양육포기’를 합법화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정 위원장은 “병원에서 출생 등록만 하는 것으로 끝날 게 아니라 영유아 시기의 복지 혜택이나 지역사회의 관리·감독 시스템이 병행되어야 한다”면서 “아동의 건강권이나 교육권을 보장할 근본적인 대책이 없이 등록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행정 편의적인 접근”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절차대로 심사해 선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혁신사례를 접수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의대정원 확대는 전문가 심사와 온라인 국민 심사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의료정원 확대와 출산통보제 외에 주요 혁신사례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홍수예보’, ‘미래전략산업 인재양성’ 등이 포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환경부의 AI 홍수 예보는 AI를 활용해 하천수위를 빠르게 예측하고, 이 정보를 민간 기업과 공유해 홍수 위험지역에 진입할 때 내비게이션 화면과 음성 안내로 위험 상황을 알릴 수 있게 했다.

정부혁신 왕중왕전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올해부터 연중 우수 혁신사례를 발굴한다는 취지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정부’(7월), ‘문제를 해결하는 정부’(9월), ‘디지털로 일하는 정부 분야’(10월)로 나눠 공모를 진행했다. 올해 11월에는 분야별 우수 사례를 대상으로 대국민 발표심사를 통해 최종 왕중왕 우수 사례를 선정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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