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청’ 출입기자들, 검찰청 문자를 받다 [전국 프리즘]
이정하 | 전국팀 기자
여름휴가 기간이던 지난달 29일 오후 한통의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생소한 검찰청 콜센터인 ‘1301’ 번호였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가 ‘통신이용자’의 정보를 조회했다는 내용이었다. 통신이용자정보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이용자 인적사항을 말한다. 통상 수사기관이 수사 대상자가 누구와 통화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통신조회를 하곤 한다. 뜬금없는 문자에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의심했다. 문자를 다시 훑어보니 통신조회 목적이 ‘재판’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문자에 적힌 문의처로 연락했더니 “재판 증인 출석 신청을 위한 절차”라고만 설명했다. 어떤 내용의 재판인지, 어떤 피고인과 관련된 것인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과거에는 수사기관이 본인 몰래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아갔으나 올해부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따라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사실’을 개인에게 통지해야 한다.
얼마 뒤 다른 언론사 기자도 성남지청 형사3부로부터 같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통분모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성남시청 출입기자였다는 점이다. 성남지청 형사3부는 이 전 대표와 관련한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 사건’ 등을 맡았던 수사팀이다. 성남에프시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프로축구팀인 성남에프시 구단주를 맡았던 2014~2016년 두산건설·네이버 등 7개 기업으로부터 구단 후원금 및 광고비 180억원을 받는 대가로 해당 기업에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이 전 대표와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 등 2명은 뇌물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두산건설 등 기업인 7명은 뇌물공여 혐의로 성남지원에서 각각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성남에프시의 광고나 후원을 빌미로 기업의 현안인 용도변경 등의 특혜를 제공했다는 ‘직접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황상 ‘간접 증거’를 두고 검찰과 피고인 쪽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펼치고 있다. 검찰이 성남지원에서 진행 중인 재판에 400여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한다. 검찰이 이들 모두에 대해 통신조회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통보받은 언론인이 기존 증인 신청 명단에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수사기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거나 관련 내용을 문의받은 사실조차 없는 입장에선, 황당하기 그지없다. 통신조회 목적이 증인 신청용인지도 의문이다. 통신조회의 정당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의문을 품던 그 무렵, 또 다른 소식이 들려왔다. ‘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가 야당 정치인과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에 대해 무더기로 통신조회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통신 사찰’, ‘표적 사찰’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은 올해 1월 말 통신조회를 하고, 약 7개월 뒤인 이달 2일 당사자에게 일괄 통지했다. 대상자가 3천여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사에 꼭 필요한 범위에서 통신조회가 이뤄진 것인지, 취합된 수천명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활용될지는 모를 일이다. 그동안 검찰이 수집한 개인정보나 수사정보를 토대로 한 ‘별건 수사’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의 이런 마구잡이식 통신조회는 법원 영장 없이도 가능하도록 한 제도의 허점 탓이다. 통화 일시, 통화 시간, 통화 목록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가입자 정보가 담긴 통신조회는 수사기관의 재량이다. 통신조회도 사법 통제를 받도록 전기통신사업법부터 손봐야 한다. 또한 통신조회를 오남용하는 수사 관행을 막도록 재량권 제한 규정도 만들 필요가 있다. 덧붙여 말하자면, 개인 신상정보를 들여다보면서도 ‘수사’, ‘재판’ 등 단 두글자로 설명하는 불친절도 개선되길 기대한다. 헌법에서 보장한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통신조회의 정당한 사유를 들을 권리도 있지 않을까.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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