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 부통령 후보의 ‘구원 투수’로 나선 인도계 부인 우샤

최지선 기자 2024. 8. 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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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편 J D(제임스 데이비드)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멋진 아빠이자 최고의 남편이고요, 제 가장 좋은 친구이기도 해요. 웃기고, 가끔은 바보같기도 하고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삶을 바꿔주고 싶어 하는 좋은 사람입니다. 다들 그걸 알게 되었으면 해요.(5일 폭스뉴스 인터뷰)”

지난달 17일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아내 우샤. 밀워키=AP 뉴시스
최근 미국 정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여성을 꼽으라면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40)의 아내 우샤(38)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처음으로 전국 전파를 탄 그는 “지적이고 우아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인도 이민자 2세인 그는 예일대에서 학사를, 케임브리지대에서 석사를 마친 뒤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수재다. 최근까지 미국 유명 대형 로펌에서 기업 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두 사람은 2014년 결혼해 슬하에 자녀 세명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시대 미국의 엘리트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면 우샤와 아주 비슷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2일 미국 오하이오 유세 현장을 찾은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와 아내 우샤. 오하이오=AP 뉴시스
전당대회 이후 스포트라이트를 남편에게 몰아주던 우샤가 5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편이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뒤 우샤가 언론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

우샤가 전면에 나선 건 남편의 ‘구원 투수’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콕 집어 그를 러닝메이트로 낙점했지만 최근 공화당 안팎에서는 “밴스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는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

밴스 부통령 후보는 ‘러스트 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주에서 자랐다. 마약 중독으로 고생한 어머니 아래서 가난과 가정폭력을 경험하며 백인 하층민의 삶을 살았다. 트럼프 후보와 삶의 궤적은 다르지만 ‘러스트 벨트 백인’이라는 지지층은 겹친다. 반면 민주당은 흑인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인종, 성별 지지 저변이 넓어졌다. 해리스 부통령이 러스트 벨트 등 경합주 출신의 백인 남성을 러닝메이트 후보군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 후보 유권자 저변을 넓힐 수 있는 러닝메이트를 골랐어야 했다는 비판이다.

게다가 밴스 부통령 후보의 과거 여성을 상대로 한 거친 발언은 ‘부통령 자질론’도 부각시켰다. 특히 ‘자식 없이 비참하게 사는 캣 레이디(고양이 여성)’ 발언이 부정적 여론에 불을 붙였다. 밴스 부통령 후보는 2021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출산 경험이 없는 것에 대해 “자식 없이 고양이와 비참한 삶을 사는 독신 여성”이라고 표현했던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된 것. 오랫동안 불임으로 고통받았다고 밝힌 제니퍼 애니스톤, 고양이를 키우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열성 팬덤 등이 “혐오 발언”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와 아내 우샤가 딸 미라벨을 낳은 뒤 미소짓고 있다. J D 밴스 SNS
밴스 부통령 후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유색인종이자 아이 세명을 낳은 워킹맘 우샤가 전면에 나서 분위기 반등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우샤는 ‘고양이’ 발언에 대해 “재치있는 농담이었을 뿐”이라며 “진짜 말하고자 한 건 이 나라에서 부모가 되는 게 정말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남편은 가족을 꾸리려는 사람을 상처주는 말은 절대, 절대로 하고 싶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두둔했다.

우샤는 남편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여주면서 그들이 ‘평범한 가족’임을 강조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는 “(세간의 비난에 대해) 뉴스를 많이 보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 타조처럼 머리를 모래 속에 묻으려는 건(회피하려는 건) 아니지만 정말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이 말하는 J D가 아니라 그에게서 직접 듣는 말들”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현장에 함께한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와 아내 우샤. 밀워키=AP 뉴시스
일각에서는 우샤의 정치색에 대해 ‘미스터리 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보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자란 그는 2014년에는 민주당원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우샤가 근무해왔던 로펌도 진보적인 색채를 지난 곳들이다. 다만 밴스 부통령이 정계 활동을 시작한 2021년 경 무렵부터는 공화당에 투표해왔다고 한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펴려는지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면서 “트럼프-J D 밴스 캠프가 미국에 좋은 영향을 미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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