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연민했다고 갇혀...이스라엘, 전기 고문에 죽이기까지’
“재판 없이 갇히고, 잠 못 자게 하거나 성적 공격”
이스라엘 “인권침해 사건 일어나지 않았다” 부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재소자를 상대로 상습적인 구타와 폭행, 성폭력, 잠 안재우기 등 고문과 가혹행위를 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베첼렘(B’tselem)은 5일(현지시각)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 구금시설에 갇혔다 풀려나온 팔레스타인 재소자 55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이런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이스라엘의 민간 교도소나 이스라엘군이 운영하는 수용시설에 갇힌 팔레스타인 사람은 지난해 10월 7일 가자 전쟁 발발 이전 5200명에서 올해 7월 9623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들 중 4781명은 기소도 재판도 없이 이른바 ‘행정처분’만으로 구금됐다. 이유도 어처구니없다. 어떤 이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고통에 연민을 나타냈다는 이유로, 또 어떤 이는 ‘싸울 수 있는 나이의 남자’라는 이유로 체포됐다.
이렇게 갑자기 재소자가 늘어난 탓에 교도소 등 수감시설은 수용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통상 6명이 수용된 구금시설엔 12명~14명이 수용됐다.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일부는 침상이 없어 맨바닥에서 자고, 또 일부는 담요도 없이 지내야 했다.
교도관의 구타와 폭행은 일상이었다. 폭행 등 가혹행위에는 최루가스, 전기충격기, 몽둥이, 주먹과 발 등이 모두 동원되었다. 종종 구타를 못 이겨 정신을 잃거나 뼈가 부러지는 등 심각한 상처를 입기도 했으며, 심지어 죽임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네게브 교도소에 수감됐던 한 재소자는 “우리는 고통과 공포 속에 살았다. 그들은 재소자의 입을 열려고 물고 늘어졌고 때리고 아주 뭉개버렸다”고 증언했다.
잠재우지 않거나 성적 공격을 행사하기도 했다. 헤브론에 갇혔던 다른 재소자는 “화장실도 없는 1.5㎡ 넓이의 독방에 혼자 석 달 넘게 갇혔다. 24시간 불빛을 비추어서 시간 감각도 잊었고 거의 미칠 뻔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네게브 교도소에 수감했던 40대 여성 재소자는 “우리는 발가벗겨지고 금속탐지기로 조사를 받았다. 그들은 우리에게 다리를 벌리라고 하고 은밀한 신체부위를 탐지기로 치곤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많은 재소자가 교도관의 폭행 또는 다른 이유로 몸이 아파도 의료 행위를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군이 운영하는 수감시설에 갇혔던 40대 재소자는 이스라엘군의 폭행으로 심하게 다쳤으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다리를 잃는 비극을 겪었다.
또 제공되는 음식은 양과 질에서 모두 최악이었다. 나블루스 지역의 30대 재소자는 “음식은 대부분 상한 것을 줬다. 내 옆방의 재소자는 요구르트가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라며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가 끌려나가서 두들겨 맞았다”고 말했다.
재소자들은 처우가 특히 열악해진 건 최근 한두 해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2022년 행정처분만으로 수감됐던 피라스 하산은 “처음에는 처우가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극우 정치인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교도행정을 관장하는 국가안보장관에 취임하면서 처우가 나빠졌다. 벤그비르는 장관 취임 직후 팔레스타인 재소자에게 신선한 빵 제공과 같은 이른바 ‘특혜’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이때 나빠진 처우는 가자 전쟁 이후 한번 더 악화했다. 하산은 “지난해 10월 이후 모든 게 바뀌었다”며 “여기서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산은 올 4월 풀려날 때 몸무게가 무려 22㎏이나 빠져 있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베첼렘의 간부 율리 노박은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인터뷰한 재소자들 모두가 꼭 같은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며 “각종 인권침해, 일상적인 폭력, 신체적·정신적 폭력, 경멸, 잠 안재우기, 형편없는 식사가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수용시설, 교도행정 시스템 전체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고문 캠프의 네트워크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교도행정 당국은 “교도소는 법에 따라 국가 회계감사의 감독하에 운영되고 있다”며 “(그런 인권침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또 이스라엘군도 “수용시설은 이스라엘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운영된다”고 주장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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