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임지연 그것은 필연…리볼버, 제대로 당긴 ‘사망유희’

이정재 특별출연…7일 개봉

영화 ‘리볼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감독님, 뭐하고 계세요? 나오세요. 낮술이나 한잔 해요.”

7일 개봉하는 영화 ‘리볼버’의 시작은 5년 전 이 전화 한통으로 시작됐다. 음성 지원이 되는 듯한 목소리의 주인은 배우 전도연. ‘무뢰한’(2015)으로 오승욱 감독과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주목할만한 시선’)을 밟았던 전도연은 삼겹살을 앞에 두고 “저예산으로 한달 안에 찍을 수 있는 걸 같이 해보자”고 했다. 오 감독의 차기작이 늦어지는 게 아쉬워 내놓은 제안이었다.

2000년 데뷔작 ‘킬리만자로’를 포함해 단 두 작품만 내놓았을 정도로 과작인 오 감독의 ‘준비’에는 무려 4년이 걸렸다. 다행히 ‘신세계’ ‘헌트’를 만들었던 제작사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의 제안에 이정재가 흔쾌히 특별출연에 나서면서 캐스팅과 투자에 속도가 붙었다. 두 세계적 배우가 25년차 오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이 완성되는 데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경찰인 수영(전도연)은 상사이자 애인인 석용(이정재)과 비리에 엮이면서 큰 보상을 받기로 하고 모든 죄를 홀로 뒤집어쓴다. 하지만 출소 뒤 통장은 텅 비었고, 애인마저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다. 수영은 약속받았던 7억원과 사라진 아파트 집문서를 돌려받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영화 ‘리볼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무뢰한’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영화였다면 ‘리볼버’는 상승의 이미지로 쌓아 올린 이야기다. 오 감독은 간 결한 플롯을 떠올리다 이소룡의 유작 ‘사망유희’의 사망탑을 떠올렸다. 각 층마다 기다리는 영춘권·쌍절곤·합기도 고수 등을 차례로 격파하며 악당을 물리친다는 설정에서 영감을 받아, 수영이 적들과 하나씩 만나면서 대결한다는 얼개를 만들었다. 제목이 된 ‘리볼버’는 첫 단계로 전 경찰 동료 민기현(정재영)을 만나 받는 무기다.

전도연 주연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처럼 총과 각종 액션이 펼쳐지는 장면을 떠올릴 법도 한데, ‘리볼버’는 반대로 간다. 자신을 궁지로 몬 사람들과 싸우면서도 이미 윤리적으로 타락한 수영이 더는 내려가지 않기 위해, 살인자가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여정을 담는다. 오 감독은 “‘무뢰한’과 비슷한 (누아르) 분위기가 될까봐 우려하는 전도연에게 ‘이건 승리의 이야기’라는 걸” 강조하곤 했다. 그는 “수영에게는 더 끔찍한 죄를 짓지 않는 게 돈을 받아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했다. ‘레미제라블’처럼 죄짓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의 모습만큼 아름다운 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데뷔작부터 세 작품 모두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현직 경찰들을 취재하면서 “형사는 죄와 죄가 아닌 것을 가르는 담장 위를 걷는 사람들이란 말을 들었다”며 “현대사회에서 죄에 대해 다룰 때 형사만큼 복잡하고 인간적인 캐릭터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영화 ‘리볼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리볼버’는 남성 짝패 영화만 쏟아진 올여름 시장에서 매혹적인 여성 투샷을 볼 수 있어 반가운 영화다. 석용의 또 다른 애인이었다가 수영과 얽히는 정 마담과의 ‘워맨스’(우먼+로맨스)는 원색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경찰과 악당과 수영 사이에서 살아남으려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정 마담 역의 임지연은 넷플릭스 화제작 ‘더 글로리’ 이후 또 한번 도약을 보여준다. 오 감독은 “정 마담은 악의 세계 안에서도 어떤 마지막 선을 넘지 않으려는 사람이라 매력적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