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보복’ 나선 마두로 정권···검찰, 야권 지도자 내란선동 수사
베네수엘라 검찰이 대선 개표 결과 조작 의혹을 제기해온 야권 핵심 인사에 대해 내란 선동 혐의로 수사를 시작했다. 자신들이 더 많은 득표를 했다는 개표 결과를 공개한 야권은 경찰과 군인을 향해 “부당한 명령에 협조하지 말고 민의를 따르라”고 호소했다.
타레크 윌리암 사브 베네수엘라 검찰총장은 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국가 평화를 위협하는 불법 성명을 발표한 혐의(내란선동·허위사실 유포 등)로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민주야권연합(PUD) 대선후보와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 대해 수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날 곤살레스 우루티아와 마차도는 공동명의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이들의 소속 정당인 벤테 베네수엘라 홈페이지에 성명문을 올렸다. 검찰은 성명문에 허위 사실이 담겼다면서 이를 문제 삼고 있다.
곤살레스 우루티아와 마차도는 성명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진실을 숨기면서 시민을 상대로 잔인한 공세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 장병과 경찰관은 양심에 따라 여러분의 가족과 이웃이 모은 민의를 따라주기를 바란다”며 “외부 무장단체가 사악한 권력의 비호 아래 구타, 고문, 심지어 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막아 국민을 지켜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청은 곤살레스 우루티아와 마차도가 “경찰과 군 관계자들에게 법을 어기도록 공개적으로 선동했다”고 판단했다. 또 마두로 대통령이 대선에서 졌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선언한 것과 다르게 대선 승자를 거짓으로 발표했다”며 이는 위법이라고 했다.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이날 대선 관련 기록을 대법원에 모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마두로 대통령은 개표 결과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대법원에 이 사안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고, 대법원은 선관위에 관련 기록 제출 명령을 내렸다. 다만 선관위는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대중들에게 공개하진 않겠다고 했다. 친여권 인사가 대거 포진한 대법원에서 조사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선 결과를 둘러싼 혼란이 여전한 데다 마두로 대통령이 대선 결과를 비판한 중남미 국가에 단교를 선언하면서 중남미 외교계는 분주해졌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산티아고를 찾은 ‘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선거 결과의 투명성은 수호돼야 한다”며 마두로 정부에 후보별 득표수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외교관이 본국으로 돌아간 베네수엘라 주재 해외 대사관은 보안 수준을 높이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아르헨티나에 이어 페루 대사관 공관 건물 운영과 내부 자료 보호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일하던 아르헨티나와 페루 외교관들은 이들 정부가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각자 본국으로 돌아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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