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 해리스에 악재?···트럼프 “카멀라 대공황” 공세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증시 급락을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책임으로 돌리며 공세에 나섰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미국의 경제 상황이 대선판에 주요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증시가 개장과 동시에 급락하자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증시가 무너지고 있고 고용 지표는 끔찍하며 세계는 3차 대전으로 치닫고 있는데 우리에겐 역사상 가장 무능한 지도자 두 명이 있다”며 “유권자에겐 선택지가 있다. 트럼프가 가져올 번영이냐, 카멀라가 몰고 올 붕괴와 대공황이냐”고 적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이번 증시 급락을 해리스 부통령 탓으로 돌리는 데 주력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공화당 캠프는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경제 문제의 책임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실패에 있다는 주장을 전략적으로 강조해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낮은 실업률을 유지해온 점을 성과로 내세워 왔는데, 7월 실업률이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4.3%를 기록하고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경기침체가 올 것이란 불안이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경제 혼란이 ‘미국 경제가 불안정하다’는 유권자의 위기감을 고조시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기회가 생겼다”며 “해리스 부통령으로선 투자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라고 평가했다. 공화당 여론조사원 마이크 로버츠는 WSJ에 “경제에 대한 안 좋은 소식은 해리스 캠프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그의 허니문 기간을 갑자기 끝낼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증시 상황이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2020년 대선 당시 미국 증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 덕분에 상승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했다. 또 다른 공화당 여론조사원인 프랭크 런츠는 SNS 엑스(옛 트위터)에 “주식 시장은 (대선에) 상관이 없다. 주가 상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돕지 못한 것처럼 주가 하락이 해리스를 상처 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 상황은 3개월 사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경우 시장의 전망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 실업률 상승은 해고에 따른 결과라기보다 노동 공급이 늘어난 여파에 가까워서 심각한 경기 침체를 우려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수석 경제고문이던 제이슨 퍼먼은 “앞으로 선거까지 3개월 치 경제 데이터가 남아있다”며 “경제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WSJ에 전했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민주당 대선후보로 공식 확정됐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5일간 실시된 온라인 호명 투표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약 4600표를 얻어 대의원 99%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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