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나라 서울 "검은사막으로 국악 아름다움 알리겠다"

김영찬 기자 2024. 8. 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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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펄어비스 오디오실 실장에게 듣는 검은사막 OST 탄생 배경
- 김지윤 펄어비스 오디오실 실장, MATRISSE Productions 음악팀

펄어비스 '검은사막'의 신규 지역 '아침의 나라: 서울' 출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아침의 나라: 서울은 지난해 선보인 아침의 나라의 후속편으로 수도인 서울을 모험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경복궁과 광화문, 경회루, 창덕궁 등 웅장한 조선시대 배경의 궁궐 등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아침의 나라는 출시 당시 뛰어난 완성도로 국내외 유저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담양의 죽녹원, 전남 구례의 사성암 등 국내 명소뿐 아니라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도자기, 항아리 등 다양한 소품까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제작한 덕분이다. 

아침의 나라를 모험하는 유저들의 몰입감을 끌어올린 일등공신 중 하나는 OST다. 태평소, 소금, 대금, 가야금 등 전통 악기를 사용해 국악 고유의 가락을 표현했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좋은 반응을 받았다.

검은사막이 좋은 음악으로 유저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배경은 한 명의 게이머로서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음악이 세계관에 충분히 녹아들도록 노력한 덕분이다.

게임톡은 7일 업데이트될 '아침의 나라: 서울'을 기념해 김지윤 펄어비스 오디오실 실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프랑스 베이냑 성에서 글로벌 유저들과 직접 소통한 소감이 궁금하다.

검은사막 특유의 서구적 그래픽 아트웍과 론칭 이후 유저 비중에서 유럽이 가지는 의미는 특별하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진행해온 커뮤니티 이벤트인 '하이델 연회'의 경험치를 유럽 모험가들에게 그대로 나누면서, 현지 특성을 고려해 모든 준비과정과 무대까지 정성을 가지고 이뤄냈다.

약 3개월 동안 펄어비스 유럽 오피스를 통해 현지의 'MATRISSE Productions' 음악팀과 원격으로 공연을 준비했다. 대표적인 사운드트랙 중 '하이델'과 의미를 연결할 수 있는 곡을 골라 공연 여건에 맞는 악기 구성으로 편곡했다.

과정 중에 모두가 상당히 고생했지만 게임과 음악, 문화 등 언어를 넘는 힘과 환대를 갖는 것을 다시 한 번 체감했다. 이 영감을 다시 검은사막, 그리고 붉은사막 사운드까지 환원하겠다.  

 

Q. 하이델 연회에서 세렌디아 오버처 지휘를 직접 맡았다. 4곡 중에서 해당 곡을 선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세렌디아의 수도는 하이델이기에 이 곡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곡의 리듬이 다소 동양적 센스가 바탕이라 프랑스 연주자들이 애를 먹었다. 공연 직전 리허설에서 피아노 연주가 아닌 연습과 지휘 사인을 해야 정상적으로 무대 소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피아노 연습을 제일 많이 했는데, 공연이 무사히 올라가는 게 중요해서 보조 연주자를 대신 올렸다. 실용음악 전공이라 전통 지휘법은 익숙하지 않지만, 음악 자체는 하나의 언어이기에 소통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Q. OST마다 작곡 방향성, 콘셉트 등의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제작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

지역과 대륙별 모티베이션, 캐릭터와 클래스별 각 고유한 서사 체득으로 시작한다. 서사가 정보로 그치는 것이 아닌 작곡가도 게이머로서 내 이야기로 느껴질 만큼 충분히 시간을 갖고 구상한다.

음악은 그다음 스텝이다. 얼추 분위기가 맞는 게 아니라 게임 세계관이 제대로 녹여져 있지 않으면 게임 음악으로서 가치가 높기 어렵다. 본 음악 제작 단계에선 레퍼런스를 넘는 오리지널리티 추구에 중점을 둔다.

신흥 문화가 선행 문화를 답습하며 발전하는 것은 보편적인 일이다. 많은 RPG 세계관 음악이 할리우드 스코어를 팔로우하며 성장했지만, 이제는 게임 고유의 체험 안에서 게임과 일치된 체험으로 유저에게 나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선 작곡 자체의 치열한 오리지널리티가 갖춰져야 한다.

- 아침의 나라 OST '봉황의 옥좌'

Q. 음악을 작업할 때 펄어비스 오디오실만의 노하우나 영감을 얻는 방법이 있다면?

게임 음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디벨롭 과정을 거친 후 도출한 장르를  충분히 고증한다. 음악 장르의 일반적 특징 위주 구현이 BGM의 1차 기능이라면, 그 장르의 관계자와 리스너가 들었을 때 전문성이 있다고 느껴질 만큼의 내구도를 전제로 음악을 만든다. 

내구도 기초공사 위에, 음악의 예술성과 펄어비스의 고유성이 느껴지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가요처럼 쉽게 정서적 대중성을 끌어내는 클리셰 차용은 지양한다. 

게임은 대중가요와는 분명 다른 감수성으로 표현할 요소가 충분하나, 음악산업 관점에서 볼 때 더 큰 필드인 대중가요와 드라마 음악의 작법을 팔로우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경향이 국내 게임 음악 필드에 일부 있다.

게임 음악의 선행 장르인 팝과 할리우드 스코어의 형태적 연구를 충분히 하면서도, 내용 면에서 펄어비스 게임 특유의 밀도 높은 에너지와 예술성을 드러내는데 적극성을 갖고 있다.

검은사막 초기에는 이러한 시도가 국내 게이머 기준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나왔다. 10년을 이어 오면서 이러한 노력이 쌓여 많은 분께서 공감을 해주고 있음을 느낀다. 어찌 보면 게임에 필요한 기본적 효율 외에 미련한 노력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국내 게임 음악 산업에도 기여한다고 기대하며 계속 나아가겠다.

 

Q. 국악풍 OST는 글로벌 유저들에게는 생소하다. 아침의 나라 출시 당시 글로벌 유저 반응은 어땠나?

전체 유저를 기준으로 보면 평가의 양 자체가 많지 않았지만, 국악적 텍스처에 유니크하고, 신선하고, 흥미가 간다는 반응이 어느 정도 있었다. 한국 게이머들은 우리가 만든 곡의 한국적 감수성과 서정성에 동의를 보내는 분이 많았다. 이 정서가 서구권에서는 우리만큼 보편적이지 않다. 

최근 글로벌 출시한 도사 테마음악의 경우 프랑스 하이델 연회에서 최초 공개를 염두에 뒀다. 프렌치 하우스를 연구해서 판소리를 믹스해 만들었는데 상당히 좋은 반응을 받았다. 한국적인 것을 해외에 전달할 때는 그 권역의 메인스트림 문화를 기반으로 해서 우리의 내용성을 담아 설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Q. 아침의 나라: 서울 OST는 어떤 느낌을 전달하려는가? 동해도편과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동해도편은 대체로 민담과 민중 설화에 모티브가 중심을 차지했다. 음악 역시 사물놀이를 주축으로 한 농악을 많이 연구해 접근했다. 또한 국립국악원의 샘플링 자료를 참고해 우리가 갖기 어려운 전문성을 보완했다. 결과물을 국악원에서 듣고 협업을 먼저 제안해 주시기도 했다.

서울은 한 국가의 수도다. 수도가 가진 상징과 그 정치체계에 부합하는 문화질서가 있을 것이고 그 중심이 된 음악이 조선의 궁중 의례와 제례 의식에 사용된 정악 있었다. 일단 이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Q. 아침의 나라: 서울 OST를 작업하면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서양음악 관점으로 들으면 3화음/화성적 개념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감상 포인트를 어디에 둬야 할지 어려웠다. 국립국악원 초청으로 대표적인 정악곡인 '수제천' 공연을 오디오실 작곡가들이 가서 보고 공부하기도 했다. 

국악원 정악단의 연주뿐 아니라 궁중 의례를 재현한 무용단의 모습을 보니 청각적 감상이 아닌 '의례와 의식 안에서 흐름'이라는 면에서 정악의 이해도가 높아졌다.

이 정악이 지닌 거대한 재생시간을 그대로 OST에 재현하는 게 적합한 접근은 아니었다. 게임 음악으로 창작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창작국악'에 해당하기에 작곡가 각자가 정악에서 느낀 어떤 '인상'으로 접근했다. 그렇게 만든 서울편의 4곡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협연해 완성했다.

그 인상 중 대표적인 것으로, 정악에는 서양식 화음이 아닌 주선율을 모든 악기군이 유니즌을 이루면서 형성하는 '고유한 기(氣)'가 있다고 이해했다. 국악기가 양악기 군에 비해 컴퓨터 음원화된 것이 현저히 적은 한계를, 국악원 창작악단의 실연주로 극복해 서울 OST에 담았다. 

이처럼 정악의 고유한 틀을 그대로 옮기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인게임의 오브젝트 형태로 정악의 여러 음원을 그대로 들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Q. 아침의 나라 OST는 5음계 '중임무황태'를 기반으로 작곡했다고 들었다. 5음계로 작곡할 때와 기존 월드 OST를 작업할 때 어떤 차이가 있나? 

기존 월드가 대부분 12음계 기반이기에 오히려 미니멀하고 쉽다. 한민족의 찬트인 '아리랑'을 떠올려보면, 이 5음계에서 이뤄지는 '소박하고 단아하지만, 생명력 있는 움직임'이 있다.

포괄적 동아시아풍 선율이 아닌 구체적 특징을 상상하며 멜로디를 구현하는 과정이 국악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상당히 기쁜 일이었다. 그렇기에 작곡가들이 주선율을 만드는 데 다른 작업보다 적극적이었다.

국악계의 기존 창작 국악이 100% 국악기로 이뤄지는 것보다 양악기와 오케스트라 구성을 국악기에 적절히 적용하여 현대화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침의 나라 OST 또한 기존의 검은사막의 양악 오케스트라 편곡법을 바탕으로 국악기가 전면에서 특징적으로 활약하며 조화를 이루도록 애썼다.

- 도사 테마 음악 '백야'

Q. 신규 클래스 '도사' 테마 음악이 굉장히 힙하고 경쾌한 느낌의 곡이었다. 앞으로 신규 캐릭터도 테마 음악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인가?

검은사막 도사는 신선이면서 젊은 나이이기에 '자유로움'에 주목했다. 전자는 한국적인 것으로 후자는 서양적인 것으로 해석했다. 도사와 선비에 가장 가까운 악기인 거문고 연주와 신선에 대한 판소리 텍스처를 떠올렸다. 프랑스 하이델 연회에서 공개하기 때문에 프렌치 하우스의 사운드와 그루브를 메쉬업했다.

지난해 12월 '스칼라'부터 올해 5월 '모험가에게'로 이어진 보컬 테마 음악는 검은사막 10주년을 맞아 새롭게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검은사막은 서비스 10년 동안 게임 세계관, 컨텍스트와 관계없는 유명 가수를 통한 화제성 음악보다 자연스럽게 게임 세계관에 일치하는 대륙별 모티베이션 된 연주음악을 통해 음악성과 예술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걸어왔다. 이를 대중적으로 확장하는 면에서 시도하는 브랜딩 가창곡 작업이다.

가창곡이라고 해서 주류의 대중음악을 팔로우하는 것은 우리가 굳이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행 장르의 유산을 향유하고 해체하며 배워 나가야 하지만, 게임 음악이 할 수 있는 상상력이 있다. 게임이기에 표현 가능한 문화가 있다.

이 지향점을 가지고 노력해 나간다면 게임 팬들과 더불어 게임 외부의 사회, 문화계에도 게임의 가치를 더 설득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에 기여해 나간다는 생각을 갖고 퀄리티 있는 신규 캐릭터 음악을 구상하고 있다.

 

Q. 하이델 연회에서 대략적인 마계의 모습이 공개됐다. 전체 지역이 거대한 하나의 성이라고 설명했는데, OST 콘셉트는 어떤 방향으로 잡을 계획인가?

마계는 기존 검은사막 월드보다 더욱 판타지스러운 세계관이다. 역시 게임적인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는 OST지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으스스함, 무시무시함 같은 톤이 아닌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라는 느낌의 음악을 만들 예정이다.

마계 티징에 공개된 음악은 하나의 프로토타입이다. 예상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금은 비틀거나, 너무 무겁지만은 않은 유머러스한 톤을 넣고자 한다. '어비스원: 마그누스'가 비슷한 사례다.

우주적 배경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비슷하게 떠올릴 수 있는 영화음악 및 전자음악적 접근을 하기보단, 전자악기를 사용하면서도 마그누스의 기믹 진행 방식에서 느껴지는 유머러스함을 레트로 음악으로 풀어내어 좋은 사례로 남았다. 이러한 노력을 마계에서도 하지 않을까 한다.

- 아침의 나라 OST '아시산으로의 새 걸음'

Q. 10주년 헌정곡 반응이 좋았다. 20주년 헌정곡을 맡게 된다면 어떤 테마로 작업하고 싶나?

음악적인 설명을 앞서 많이 한 거 같아서, 게임, 음악산업 관점에서 답변을 해보고 싶다. 20주년 헌정곡을 만들 수 있다면, 이 10년 사이에 게임 음악 필드에서 외부 아티스트와 함께 협업하려 노력하는 것이 아닌, 전체 음악계에서 먼저 게임음악에 대한 가치를 높게 인식하여 함께 결과물을 만들고자 하는 밸류에이션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음악이 소비되는 상업 분야는 대중,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뮤지컬, 광고 등이다. 이 가운데 게임 음악이 전체 대중에 인식되는 인지도는 낮거나 비주류로 묶이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게임 자체가 삶과 문화의 일부로, 나아가 예술성과 미학으로 바라볼 수 있음에도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회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검은사막이 20주년이라는 거대한 사이클을 맞는다면, 펄어비스만의 일이 아닌 한국 게임 산업 전반에 의미 있는 시기를 맞이하는 일이 되기를 꿈꾼다.

 

Q. 최근 많은 게임사가 게임 OST 오케스트라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검은사막도 계획 중인지 궁금하다.

하반기에 검은사막 10주년 음악회를 기획하고 있다. 그동안 하이델 연회, 칼페온 연회 게임쇼를 지원하기 위해 3~4곡 분량의 트랜지션 공연 지원은 여러 번 있었지만, 음악공연만 단독으로 개최한 적은 없었다.

콘서트홀에서 풀 오케스트라로 대규모로 화려하게 진행하는 것보다 중극장 규모에서 실내악 급 편성을 중심으로 우리 게이머들과 그동안의 10년의 여정을 차분하고 진솔하게 돌아보고, 오신 분들과 함께 작곡가와의 대화도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펄어비스의 첫 음악 공연이기에 많은 고민과 정성을 기울여 준비 중이고, 곧 구체적 소식을 안내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Q. 펄어비스 오디오실 내부뿐만 아니라 타 부서와 협업 시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따로 협업 절차나 방식이 있다면? 

먼저 기획팀에서 신규 업데이트의 개요를 공유 받으면, 그것에 어울릴 만한 악기와 효과음 리소스, 성우 배역을 1차 리스트업한다. 이후 구체적으로 개발이 진행되면 필드와, 오브젝트, 캐릭터에 맞는 사운드를 만들어 인게임에 배치한다. 

이 때 프로그램팀과 협업도 진행된다. 그대로 사운드를 입력할 수 있는 게 아닌 신규 콘텐츠에 맞는 새로운 오디오 기능이 발견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펄어비스는 자체 엔진의 강점이 있다. 오디오 기능성 역시 자체 개발해서 이 직업의 시간 투자를 중요시 여긴다. 

개발 완료 단계에선 모든 요소들이 게임 플레이로써 이질감 없이 출력되도록 게임 오디오 믹싱을 한다. 이는 음악, 효과음, 음성 간 볼륨 정리를 뜻하는 게 아닌 여러 게임 플레이 요소의 우선순위에 따라 어떤 소리를 우선 전달하고 자연스럽게 페이즈 전환되도록 연결하는 인터랙티브적 개념이다. 

이와 같이 인게임 작업 외 업데이트 론칭 시점 전후로 트레일러 사운드, 프로모션 음악 등 아웃게임 작업도 진행한다. 개발팀이 아닌 사업팀과 주로 협의하여 인게임 음악 중 테마가 될 만한 요소를 디벨롭해 음원 서비스를 하거나 음악공연화도 한다.

이렇게 음악이 2차 콘텐츠로 진행이 될 때엔 음악이 별도의 사업화가 아닌 검은사막의 게임 음악으로써 아이덴티티가 IP에 도움이 되도록 움직이도록 집중한다. 

Q. 오디오는 게임 경험과 몰입도를 향상에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게임의 개발 방향과 작곡 방향을 맞추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할지 궁금하다.

이 질문은 게임 음악에 관심과 지망을 하는 분들에게 함께 드린다고 생각하며 답변하고 싶다. 게임 음악가는 자신의 작업 과정에서 작곡가의 마인드를 가지되, 게임을 도착지로 바라보는 협업 의식이 없다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

나는 수많은 실용음악 전공자들 사이에서 정말 좋은 기회를 받아 여기까지 오게 된 음악인이다. 펄어비스의 창립 시기인 2012년부터 합류해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본다면 컴퓨터음악을 세부 전공했기에 게임 개발 적응에 도움이 됐다. 

음악 자체를 열심히 해왔지만 가장 중요한 건 다른 개발자들과의 협력 없이는 좋은 게임이 나올 수 없음을 계속해서 깨닫는 과정이다. 자신을 음악인에서 '게임 음악인'으로 확장시킨 게 감사한 걸음걸이였다.

내가 만든 음악이 게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열린 마음으로 여러 사람과 함께 완성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좋은 개발이라고 생각한다. 게임뿐 아니라 동시대의 대중 예술적 감각을 꾸준히 열어둬야 한다.

그 무엇보다 나의 생각만으로 결과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마인드와 겸손을 잃지 않는다면, 일의 기회를 넘어서 프로로 인정받는 멋진 작업자가 될 것이다. 모든 과정의 시작과 결과에서 게임이 우선이라는 식별과 지향이 갖춰진다면, 개발과 작곡은 분리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체험으로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Q. 마지막으로 검은사막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10년 동안 이 게임을 지켜주신 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그동안의 시간이 앞으로 더 큰 빛을 발하실지 고민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13개의 대륙과, 13장의 사운드트랙, 각 대륙에 평균 20여 곡. 약 300곡 이상의 작업을 하면서 때로는 우리 모험가분들이 원하는 것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만들었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다가올 10년은 우리를 아껴주셨던 분들이 원하는 소리에 더 다가감으로써 우리 게임의 가치가 높아지도록 더 노력하고 싶다. 우리 모험가분들의 모든 여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as765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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