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하폭이 관건…침체 트리거 AI서 나올 수도" [한경 재테크쇼]
"미국 경기침체 여건 쌓이는 중…한국 수출도 우려"
"수익 내기 어려운 증시 펼쳐질 것…'밸류업'이 희망"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하를 더 미루기는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얼마나 내리는지가 관건입니다. 내리는 폭이 클수록 미 Fed가 경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일 겁니다.”
경제와 증시에 대한 윤지호 LS증권 리테일부문 대표(전무)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LS증권 본사에서 한경닷컴과 만난 윤 대표는 조심스럽게 침체의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Fed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가 나온 직후였다.
이튿날부터 주식시장이 2거래일 동안 곤두박질쳤다. 미 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경기 침체와 연결시키면서다. 윤 대표는 이미 지난 6월 FOMC 정례회의에서 Fed가 경기 둔화에 대한 힌트를 줬다고 지적한다.
“그전까진 금리를 내리기 위해선 물가 안정이 확인돼야 한다는 말만 반복됐지만, 6월 FOMC 회의 때 뜬금없이 고용 이야기가 나왔어요. 통화정책 논의하는 테이블에 경기를 올려놓은 거죠. 경기 둔화에 대한 힌트를 준 거예요.”
윤 대표는 당장 경제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침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가 Fed의 금리 인하 폭이 관건이라고 짚은 이유다. 통상 기준금리 조정 폭인 0.25%포인트만 내린다면 경기 둔화에 미리 대응하는 ‘보험성’ 금리 인하로 볼 수 있지만, 폭이 커지게 되면 눈앞에 닥친 경기 침체를 틀어막기 위한 ‘리세션 컷(cut)’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 침체를 가리키는 경제지표를 하나 더 쌓는 결과를 낳는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의 해소가 그것.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미래의 경기 전망을 반영하는 장기금리가 정책금리인 단기금리보다 낮게 형성되는 걸 말한다. 경기 침체의 전조로 여겨진다.
윤 대표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돼 있을 때가 아니라 역전이 해소됐을 때 문제가 불거졌다는 게 역사적 교훈”이라며 “이르면 올해 연말께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Fed가 6월 FOMC 회의 이후에 힌트를 준 것처럼 고용지표도 경기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 특히 윤 대표는 과거 경기 침체가 오는 걸 다수 맞춘 ‘샴의 법칙’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샴의 법칙은 최근 3개월 실업률의 이동평균이 지난 12개월 저점 대비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가 침체된다는 지표로 미 Fed 출신 거시경제 및 가계 금융 전문가 클라우디아 샴 박사가 만들었다. 미국의 7월 실업률 기준 3개월 이동평균은 지난 12개월 저점 대비 0.53%포인트 높은 상황이다.
그는 “경기가 침체될 조건들은 쌓여가고 있다"며 "모래성 위로 툭 떨어진 모래 한 알이 성을 무너뜨리듯이 어떤 우발적인 사건이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대표는 특히 그 ‘모래 한 알’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현재 가장 뜨거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브레이크 없는 AI 투자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가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호실적과 폭발적인 주가 상승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언제 낼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기대 이상의 2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컨퍼런스콜에서 AI 투자가 수익으로 연결되는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하면서 주가가 급락한 게 대표적 사례다.
AI 투자는 미국 경기를 이끌어왔다. 반도체 경기만 살린 게 아니다. 미국의 전력 인프라 재건도 AI 산업을 위해서라고 한다. AI 연산은 일반 컴퓨팅 연산보다 전력 소모가 몇배나 많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의 전력기기 업체들도 호황을 맞았고, 주가도 치솟았다.
미국 경기가 주춤하면 한국 수출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수출이 꺾이면 한국 경기는 기댈 곳이 없다는 게 윤 대표의 진단이다. 갑자기 와르르 무너진다는 뜻이 아니다. 윤 대표는 “우리 경기가 지지부진할 것이란, 확 좋아질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좋지 못하면 주식시장에서도 큰 수익 내기가 어려워진다. 윤 대표는 올해 상반기에 주식 투자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 투자자라면 하반기에는 주식시장에서 잠시 벗어나 있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는 “하반기에는 주식시장에서 수익 내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난이도가 쉬운 시험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는데, 더 어려운 시험 문제를 받아 잘 풀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윤 대표는 그 희망으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꼽았다. 그는 “만약 한국 주식시장에서 장기 투자를 하겠다면 철저하게 밸류업에 의존하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당이 성장할 만한 기업을 고르라”고 조언헀다.
배당이 성장해나갈 만한 기업을 고르는 방법은 오는 3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리는 ‘한경 재테크쇼’에서 자세히 공개된다. 한경닷컴이 매년 개최하는 한경 재테크쇼의 이번 주제는 '다가오는 금리인하, 재테크 전략 어떻게 바꿀까'이다.
주식과 부동산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선다. 윤 대표와 함께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 등이 강연에 나선다. 최근 실전투자대회 '한경 스타워즈'서 우승한 '상선약수'팀의 박장원 신한투자증권 센트럴금융센터 차장도 한경 재테크쇼에서 투자 전략을 소개한다.
2024 한경 재테크쇼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글래드 여의도 호텔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한다. 행사는 오는 30일 오후 1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 진행된다. 참가 신청은 한경 재테크쇼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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