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레전드도 안세영 혹사 인정…"선수들 보호해야 한다" 목소리 높였다 [올림픽 NOW]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안세영(삼성생명)이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그만큼 현재 갈등과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안세영을 옆에서 지켜본 배드민턴 레전드 방수현 해설위원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안세영과 배드민턴협회를 둘러싼 불화와 관련해 방수현 해설위원은 "사실 우리 협회도 좀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에 서승재, 채유정도 살인적인 경기를 소화했다. 둘 다 10경기 정도 했으니까 선수들을 잘 보호해야 하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안세영과 대표팀 사이의 부상 대처 부분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부분이고 함부로 추측할 수는 없다"라며 "국제배드민턴연맹은 16위 안에 있는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으면 5천 달러의 페널티를 물린다. 안세영도 사실 부상 이후에 조금 더 쉬었어야 했는데 올림픽 직전 인도네시아 오픈, 싱가포르 오픈을 계속 뛰지 않았나. 이러면 회복하는 데 힘들긴 하다"라고 공감했다.
이어 "안세영이 금메달을 땄으니 조금 쉬게 놔두는 게 낫다. 몸이 완전히 회복되면 스스로도 많은 생각을 할 것"이라며 "일단 부상을 달고 지금까지 끌고 왔기 때문에 엄청 압박감도 있고,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라는 것보다 낭만을 즐겼으면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제 튀김 요리도 많이 먹고 잘 쉬면 마음 정리가 될 테다.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선수이기에 앞으로도 잘할 것으로 본다"라고 언급했다.
안세영은 지난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드 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허빙자오(중국)를 게임스코어 2-0(21-13, 21-16)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배드민턴에 아주 의미 있는 금메달이다. 지금까지 올림픽 단식에서 시상대 제일 위에 올랐던 선수는 1996 애틀랜타 대회에서 방수현이 유일했다. 28년간 결승 진출자도 변변치 않았던 가운데 안세영이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며 파이널에 올랐고, 금빛 스매싱에 성공했다.
의미 있는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협회를 저격하는 거센 발언을 했다. 안세영은 "사실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대표팀에 많이 실망했다"며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속 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어 "이야기를 잘 해봐야겠지만 많이 실망했다. 나중에 자세하게 또 설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안세영은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안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해 10월 천위페이(중국)와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친 뒤 올림픽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안세영은 "제가 부상을 겪는 상황에서 대표팀에 대해 너무 크게 실망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안세영은 부상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처음에 오진이 났던 순간부터 계속 참으면서 경기했는데 작년 말 다시 검진해 보니 많이 안 좋더라"면서 "꿋꿋이 참고 트레이너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작년 10월 첫 검진에서 2주 재활 진단을 받으며 큰 부상을 피한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통증이 심했고, 부상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회 출전은 계속됐다.
은퇴 여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이야기했다. 안세영은 "배드민턴 발전과 내 기록을 위해 계속해 나가고 싶지만, 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 모르겠다. 저는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표팀이 아니면 다음 올림픽은 어떻게 되나'라고 묻자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른데 선수 자격을 박탈하면 안 된다"면서 "협회는 모든 것을 다 막고,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라고 저격했다.
안세영은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메달이 1개밖에 안 나왔다는 것은 돌아봐야 할 시점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금메달만큼이나 안세영의 발언이 많은 화제가 됐다. 안세영은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다시 한번 의사를 표현했다. 안세영은 "선수들이 보호되고 관리돼야 하는 부분, 그리고 권력보단 소통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가 잘나서 이야기한 것도,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한 것도 아니다"라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한번은 고민해 주고 해결해 주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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