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로 욕망과 분노 조절하는 세상 쿨한 여자, 전도연이라 가능했다

라제기 2024. 8. 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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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다.

전도연은 '무뢰한'에서 술집 종업원 혜경을 연기했다.

전도연은 '무뢰한' 이후 오 감독 차기작을 무조건 함께하겠다고 밝혀왔다.

"오 감독님이 촬영 전 '전도연의 새 얼굴을 발견하는 게 목표라고 하셨고, 영화를 완성한 후 새 얼굴을 찾아냈다'고 하셨어요. 저에게는 무척 감사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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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버'에서 비리 뒤집어쓴 형사 연기
구질구질 남성들 속 직진하는 캐릭터
"감독님이 제 새 얼굴 찾았다고 해
새 역할 맡을 때마다 잘할까 두려워"
'칸의 여왕' 전도연은 "출연작이 칸국제영화제에 진출하면 작품이 좋다는 의미니 초청받기를 원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 꼭 칸에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공간이다. 행복의 정점에 오르기 직전 불행이 덮친다. 반강제로 비리를 뒤집어쓴다. 7억 원을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이 함께한다. 그렇게 경찰복 대신 죄수복을 입는다. 출소해보니 약속은 휴지 조각이 돼 있다. 불명예와 수형의 시간을 금전적으로 돌려받기 위해 싸움에 나선다. 7일 개봉하는 영화 ‘리볼버’에서 배우 전도연이 연기한 하수영의 사연이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 카페에서 전도연을 만났다.


무작정 출연하기로 한 오승욱 감독 영화

'리볼버'의 주인공 하수영은 권총을 손에 쥐고 있으나 총구를 함부로 휘두르지 않는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리볼버’는 오승욱 감독이 ‘무뢰한’(2015)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전도연은 ‘무뢰한’에서 술집 종업원 혜경을 연기했다. 살인범의 연인으로 형사 재곤(김남길)과 연정을 교환하는 인물이다. 전도연은 ‘무뢰한’ 이후 오 감독 차기작을 무조건 함께하겠다고 밝혀왔다. ‘리볼버’는 그 결과물이다.

수영은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여성 캐릭터다.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악당들을 찾아 나서나 복수심에 불타지는 않는다. 위스키를 마시며 욕망과 분노를 다스린다. 얼굴에는 감정이 쉬 드러나지 않는다. 장애물을 만나도 아랑곳하지 않고 직진한다. ‘리볼버’ 속 비릿한 남자들의 구질구질함과 대조된다. 수영이 꽁치 구이를 안주 삼아 맥주잔에 가득 담긴 소주를 말없이 들이켜는 장면은 전도연이 연기하기에 묘한 쾌감을 빚어낸다. '리볼버'는 자신만의 게임의 법칙으로 악당들에 맞서는 수영이라는 캐릭터만으로도 매력이 넘치는 범죄물이다.

전도연은 “‘무뢰한’의 혜경과는 다른 연기를 해야 한다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수영의 감정이 배제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아무 표정 없이 상대 배우들의 연기 톤이나 그들의 에너지를 받으면서 연기를 했다”며 “저에게는 새로운 방식이었다”고 돌아봤다. “오 감독님이 촬영 전 ‘전도연의 새 얼굴을 발견하는 게 목표라고 하셨고, 영화를 완성한 후 새 얼굴을 찾아냈다’고 하셨어요. 저에게는 무척 감사한 일이죠.”

‘접속’(1997) 이후 장편영화에만 24편 출연했는데 연기는 여전히 어렵다. 매번 크랭크인을 앞두고 “잘할 수 있을까, 무섭다”는 생각에 시달린다. “주변에서는 ‘또 엄살이 시작됐다’고 말하나 저는 매번 진심”이라고 전도연은 말했다. 그는 “바로 잘할 수 있는 연기라는 게 없다”고도 했다. “아무리 비슷한 연기 같아도 인물이 처한 상황이 다르고, 함께하는 배우가 다르고, 감독님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촬영이 끝나서야 제가 연기한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비로소 알게 된다”고 덧붙였다.


“열일 덕? 10대와 20대에게 팬레터 받아요”

영화 '리볼버'는 자신만의 게임의 법칙으로 악당들에 맞서는 하수영이라는 캐릭터만으로도 매력이 넘치는 범죄물이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리볼버’는 넷플릭스 ‘길복순’(2023) 이후 전도연이 1년 5개월 만에 선보이는 영화다. 극장 개봉 영화는 ‘비상선언’(2022) 이후 2년 만이다. 그사이 드라마 ‘일타스캔들’(2023)에 출연했고, 올해 연극 ‘벚꽃동산’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은 넷플릭스 드라마 ‘자백의 대가’ 촬영을 앞두고 있다. 새 역할을 맡을 때마다 “징징거리는 시간”을 보내면서도 쉼 없이 연기한다. “꾸준히 내 일을 하다 보니” 그런 걸까. 전도연은 “10대와 20대 초반 어린 친구들이 손으로 쓴 팬레터를 최근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제 연기를 알아주시는 분들이 한두 명씩 새로 생기고 예전 작품들을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면 뿌듯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근 출연작들에는 세월이 묻어난다. 전도연이 시간에 애써 저항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나이를 먹고 제 얼굴이 변해가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그저 관객이나 시청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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